기사보기

강원도 종합매거진, 동트는 강원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음식

동해안 해산물찜

  • Date.2016-05-16
  • View.10077


동해안 해산물 찜


해산물에 콩나물, 미나리, 채소를 넣고 고춧가루, 마늘 같은 양념으로 섞어내는 음식을 두고 해산물 찜이라 한다. 그 해산물이 생선이면 생선 찜, 더 구체적으로 아귀이면 아귀찜, 장치이면 장치 찜이며, 꽃게이면 꽃게 찜, 낙지이면 낙지 찜 등등으로 불린다. 여러 해산물이 섞이면 모듬 찜이다. 


해산물‘찜’은, 정확히는 찜이 아니다. 찌지 않기 때문이다. 덖음이나 볶음이라는 이름이 붙어야 적절하다. 갈비찜처럼 오래 익히기나 하면냄비에 찌듯이 뭉긋하게 조리한다하여 찜이라 고집할 수 있을 것인데, 해산물 찜은 조리 시간도 짧다. 그럼에도 이 음식의 이름을 바꾸자고 할 수는 없다.



  

아귀찜, 낙지 찜, 꽃게 찜, 해산물 모듬 찜 하면

다들 동일한 조리법과 맛의 음식을 우리는 머릿속에 떠올린다. 잘못 붙인 이름도 생명을 얻으면 그게 바른 이름이 되는 것이다.


해산물 찜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이 마산의 아귀찜이다. 마산의 아귀찜은 말린 아귀를 쓴다. 겨우내 바싹 말린 아귀를 하룻밤 쌀뜨물에 불려 조리한다. 이 조리법을 두고 마산에서는 1960년대에 혹부리할머니가 발명한 것이라 말하기도 한다. 마산의 아귀찜 조리법이 전국으로 번져 전국의 여러 생 아귀의 찜이 만들어졌다는 주장도 있다.



  

해산물 찜의 역사에 대한 내 생각은 이렇다. 마산이든 어디든 한반도의 바닷가에서는 말린 생선으로 하는 지금의 찜과 비슷한 음식이 있었다. 옛날에, 냉장설비가 없었을 때에, 한 번에 생선이 많이 잡히면 가장 쉽게 하는 보관 법이 건조이다. 아가미와 내장 제거하고 씻어 말리면 오래오래 먹을 수가 있다.


이 건조 생선으로 국이나 탕을 해서 먹었을 것이고 찌기도 하였을 것이며 조리기도 하였을 것이다. 그 수많은 건조 생선 음식 중에 콩나물과 미나리 등의 채소를 듬뿍 넣고 고춧가루 양념으로 버무려 익히는 조리법의 음식 정도는 상상하기에 너무나 쉽다. 그럼에도 마산의 아귀찜이 해산물 찜 중에원조나 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는 것은 마산에서 그 음식을 처음으로 유명 외식 아이템으로 알렸기 때문이다

 

 

 

동해안 곳곳에서 나는 말린 생선으로 하는 조림을 맛보았다. 도루묵, 가자미, 꼼치, 가오리, 회 떼기라 불리는 성대, 도치, 장치, 노가리 등등을 매콤하게 조려 내는 음식이 흔하다. 조림 안에 무, 시래기 등등이 들어 있을 때도 있다. 이 조림에서 살짝 비틀면이 된다. 건조 생선을 물에 불리고 채소를 더하여 매콤하게 익혀내는 음식이다. 이 음식을 예전에는 조림이라 했을 수도 있고 볶음이라 했을 수도 있다.


집집이 이런 조리법의 음식을 먹으면서도 그 이름을 지어 붙이지 않았을 수도 있다. 다른 지역에서 이를 찜이라 하니 동해안 사람들도 따라서 찜이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동해안만의 해산물 찜이 있다.


동해안의 외식업체들이 해산물 찜을 본격적으로 내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동해에 놀러 오면 생선회를 먹어야 한다는 강박이 워낙 강하니 관광객들이 해산물 찜 따위는 쳐다보지 않을 것이라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싱싱한 해산물이 널렸는데 싱싱하지 않은 해산물로 조리할 수도 있는 음식을 먹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은 누구든 가질 만한 것이다. 그러니까, 해산물 찜도 활어나 되어야 맛있을 것이라는 생각인데, 적어도 생선찜에서는 결단코 그렇지 않다. 생선찜은 말린 생선으로 하여야 진짜이다.


생선은 말리면 그 맛이 증폭된다. 단백질이 아미노산으로 분해되면서 감칠맛이 늘어나고 물을 증발시키니 그 맛이 농축되는 까닭이다. 양념 강한 생선찜에서 생선 맛이 버텨내려면 당연히 말린 생선을 써야 한다. 살의 조직 감도 말린 생선이어야 산다. 생선을 말렸다가 불리면 살의 결이 살아 입에 붙는 느낌이 좋아진다. 

 


 

동해는 생선 말리기에 최적의 조건을 가지고 있다. 여름에도 기온이 그리 높지 않으며 바닷가에서는 하루 종일 바람이 분다. 동해의 어항에 가면 말리지 않는 생선이 없다. 집집이 담벼락에도 주렁주렁 생선을 달아 말린다. 이 건조 생선으로 찜을 하면


내가 동해안에서 맛본 해산물 찜은 그리 다양하지 않다. 동해라 하면 수없이 갔었건만 나 역시 회며 탕이며 구이 따위에 정신이 팔려 찜이 눈이 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도 그 중에 기억에 남는 찜이 있었으니, 장치 찜이다.

 


 

장치는, 몸이 길어-’치이다. 얼굴은 참 기묘하게 생겼다. 생물로 보면 이도 먹는 것인가 싶은데, 동해안 사람들은 이 장치를 알아야 진짜 동해 맛을 아는 것이라고까지 말한다. 장치는 생으로 조리할 때에는 별 매력이 없다. 말린 것을 써야 하며, 이 재료에 어울리는 가장 적절한 음식은 장치 찜이다. 매콤한 양념 아래에서 스며져 올리는 독특한 풍미는 여느 생선에는 없는 것이다.


모듬 찜에서 말린 도루묵을 발견하고 맛본 적이 있다. 머리와 내장을 제거한 몸통만의 도루묵이었다. 그 무른 도루묵 살이 말려지니 조직 감이 확 살았다. 살의 감칠맛도 풍부하여 양념을 이겨내고 있었다. 말린 열기도 있었고 말린 가자미도 있었다. 그러고 보니 동해의 맛있다는 생선이 다 들어간 모듬 찜이었던 셈이다. 

 


 

동해안의 어항을 돌 때마다 나는 침을 쩝쩝 다신다. 여기저기에 걸려 있는 생선들 때문이다. 그 곱게 잘 말린 생선으로 할 수 있는 음식으로 나는 늘 찜을 떠올린다. 동해에 놀러 갔다가 조그만 식당에이라 쓰여 있으면 꼭 한번 들러보시라. 그리고 문 열고 여기까지는 확인하시라.


여기 혹시 말린 생선으로 찜을 하나요?” 그렇다 하면 동해안전통의 해산물 찜을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이다.

   


 

: 황교익, 유명 칼럼니스트,  tvN 수요미식회 패널리스트, 강원도 명예도민

사진 : 이제욱 본지 객원 사진 작가, 박상운 

ⓒ 본 저작물은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댓글(0)

  • 소셜로그인 하시면 편리하게 댓글을 쓰실 수 있습니다.
  • 페이스북
  • 카카오톡
댓글 입력 양식
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