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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晩秋, 덕풍계곡을 탐하다

  • Date.2019-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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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사진 :  조용준_여행칼럼니스트
  • 드론 촬영 :  박준욱_본지 객원 작가

수줍어 물들었나!
비밀 들켜버린 협곡, 천상이 따로 없구나
가을빛 따라 물든 '덕풍계곡' 만산홍엽
오지 산 꾼들만 찾던 그곳 데크 놓고 남녀노소 누구나
전인미답 협곡 따라 구절양장 이어지는 향연
들춰내면 또 다른 비경

영월, 정선, 태백을 지났습니다.

백두대간의 험준한 준령을 숨차게 넘고도 한참을 달렸습니다. 구불구불 산길을 돌고 돌아 깊은 오지마을로 찾아 들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에는 전쟁이 터진 줄도 몰랐다고 합니다. 마을이 끝나는 그곳에 비경을 이룬 협곡이 있습니다. 첩첩산중은 '만산홍엽(滿山紅葉)'이 따로 없습니다. 수정처럼 맑은 물이 바위를 타고 돌며 흘러내려갑니다. 계곡 물이 잠시 멈춰 이룬 소에는 단풍 그늘이 고요히 드리워져 오색 빛으로 물들었습니다. 낙엽 우려낸 물이 흘러내려 물빛은 갈색이지만 깊이에 따라 다양한 색상을 보여줍니다.

힘차게 솟은 암반 사이에는 붉고 노란 단풍이 한데 어우러져 색다른 풍경을 빚어내고 있습니다. 물소리와 새소리, 그리고 간간이 찾는 사람들의 발소리뿐입니다. 걷다 막혔다고 생각하는 순간, 구절양장 굽이굽이 돌아 협곡은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그뿐인가요? 거침없이 쏟아지는 폭포수를 바라보면 한 폭의 풍경화가 따로 없습니다. 한 비경을 들춰내면 또 다른 비경이 나타나는 이곳은 바로 삼척 덕풍계곡입니다.

삼척이라면 대개 포구에 고깃배가 떠있는 바닷가 마을을 먼저 떠올리겠지요. 하지만 내륙의 산 높고 골 깊은 마을도 매력적입니다. 태백과 경북 울진의 경계를 이룬 가곡면 일대야말로 전인미답의 협곡 숲입니다. 자동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길을 따라가며 차창 너머로 내다본 정취는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차가 닿는 그 길의 끝에서 새로 시작되는 덕풍계곡 용소골. 가히 환상적입니다. 산장이 있는 초입에서 제2용소까지 왕복 3시간이면 느긋하게 눈 호강하며 다녀올 수 있습니다.



새벽 5시30분, 서울에서 출발했다. 만만찮은 여정이다.

신기리 너와 마을 쪽에서 416번 지방도로와 910번 지방도로로 갈아타고 동활 계곡을 거쳐 덕풍계곡까지 달렸다. 경북 울진군 석포면 쪽으로 이어진 910번 지방도에 올라서면 왼편으로 곧 덕풍계곡이다. 오전 9시. 주차장에 도착했다.
이곳부터 울진군 경계에 있는 응봉산(해발 999m)까지 10㎞가량 덕풍계곡이 이어진다. 트레킹을 위해선 주차장에서 차로 2km 정도 더 들어가야 한다.
차 한 대는 지나갈 수 있지만, 동시에 두 대는 통행이 어려운 길이다. 그나마 지금이야 한대라도 드나들 수 있지만, 10여 년 전만 해도 이곳은 오지 중의 오지였다. 비가 오거나, 눈이라도 내리면 길은 막혀버리고 계곡 안쪽 마을 사람들은 꼼짝없이 고립됐다.



차량이 더는 들어갈 수 없는 곳, 탐방로 들머리에 내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줄을 잡고 미끄럽고 가파른 바위를 건너야 했던 험악한 곳이었으나, 지난해 위험 구간마다 철제 난간과 나무계단을 설치했다. 안내판에는 제1용소까지 1.2km(40분), 거기서 제2용소까지 다시 1.3km(1시간)로 적혀있다.
한 자락 돌아갈 때마다 예상치 못한 절경에 시간이 지체될 수는 있어도 길이 힘들어 늦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탐방로가 정비된 후 달라진 풍경이다.
등산화 끈을 고쳐 맨 다음 트레킹을 시작했다. 5분 여가 지나자 오른편으로 물길 양쪽으로 깎아지른 암벽이 드러났다. 물길 바닥의 경사는 완만하지만, 암벽은 거의 수직에 가깝다.





산수화 속으로 조심스럽게 한 발 들인다

암벽 사이로 소나무들이 몸을 뒤틀고 서 있고 봉우리마다 알록달록 채도가 다른 나뭇잎이 화려함을 뽐내고 있다. 문자 그대로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산행 객들도 한 굽이를 돌아설 때마다 '우와'하는 탄성을 연발했다. 10분쯤 걷자 수 십 미터 높이의 기암괴석이 '바위섬'처럼 우뚝 서 있다. 계곡이 거의 180도로 꺾여 아파트 한 채만 한 바위를 휘감아 돌아 마치 섬처럼 보인 것이다. 장대한 절경 앞에서 걸음은 자연스레 멈췄다.
투명한 갈색 물빛도 신비롭다. 물은 덜 끓인 보리차처럼 노랗다가 콜라처럼 새까맣다. 꼭 넓은 용소만 새까만 건 아니다. 바위틈 30㎝가량 간격을 흘러내리는 협곡도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까만 물을 품고 있다. 깊은 곳은 수심이 수십 미터라고 한다.
등산객 발길에 모래라도 몇 알 떨어지면 수면 가까이서 헤엄치는 작은 물고기가 먹이를 노린 듯 재빨리 몰려들었다 흩어진다. 산천어 등 팔뚝만 한 물고기도 심심찮게 서식한다는데 물속 깊은 곳에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걷기 어렵지 않다. 대부분 철제와 나무 계단과 난간이 있다. 가끔은 밧줄을 잡고 바위 위를 걸어야 했다. 동행한 오지 전문가는 "난간이 설치되기 전에는 계곡 가장자리를 위험스럽게 걷거나 물에 빠져 걷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쉬엄쉬엄 걸었더니 40분 만에 제1용소에 닿았다. 들머리에서 1.2㎞ 거리다. 수십 미터 높이의 기암괴석으로 둘러싸인 평평하고 넓은 계곡 끝에 있다. 폭포가 만든 깊은 웅덩이인 용소를 검은 벽이 둘러싸고 있어 은밀하고 압도적이다. 그 검은 벽 위로 오색단풍이 물들어 있다. 예부터 이곳에 가뭄이 들면 개를 죽여 그 피를 이곳에 뿌렸다고 한다. 그런 기이한 믿음을 갖기에 충분히 신비스럽다.
덕풍계곡은 빙하 침식으로 생겼다고 알려져 있다. 거친 빙하가 이토록 섬세하고 유려한 계곡선을 만들어냈단 사실이 실감 나지 않는다.


용소 세 개가 있다. 제1용소에서 1.3㎞ 거리에 제2용소가 있다.

신라 진덕왕 때 의상대사가 용소골 끝자락에서 나무로 만든 기러기 세 마리를 날리자, 한 마리는 울진 불영사에 떨어지고, 또 한 마리는 안동 흥제암으로 날아가고, 마지막 한 마리는 덕풍계곡 용소에 떨어졌다. 이 일로 일대에 천지 변혁이 일어나 오늘과 같은 아름다운 산수가 탄생했다는 설화를 새기며 급할 거 없는 발걸음이 계속 이어진다.




 


여행메모
●문의 : 삼척시 가곡면 풍곡리(033-576-0394)

●가는 길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출발하면 차로 4시간가량 걸린다. 광주원주고속도로, 중앙고속도로를 거쳐 38번 국도를 타고 영월, 정선, 태백을 지나 416번 지방도로와 910번 지방도를 이용해 삼척, 울진 방면으로 간다.

●먹거리
탐방로 들머리에 있는 덕풍산장은 토종닭백숙과 닭볶음탕, 도토리묵, 감자전 등을 내놓는다. 닭 요리는 탐방 전에 미리 주문하면 하산하면 먹을 수 있다. 계곡에서 약 10㎞ 거리에 있는 '너와마을식당'은 모든 재료를 직접 재배해 쓴다. 산채비빔밥, 청국장, 감자전, 닭볶음탕 등이 있다. 태백시와 가깝다. 오갈 때 국물이 있는 태백닭갈비나 연탄불 갈빗살 구이도 맛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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