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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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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오대산 선재길을 가다

  • Date.2019-12-16
  • View.7520

동트는강원 컨텐츠 레이아웃
  • 글·사진 :  조정은_여행가이자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
  • 윤문 :  조은노

내년 가을 소풍을 꼭 약속해야만 할 것 같은
천 년의 숲, 오대산 선재길을 가다

한때 꽤 유명했던 도깨비라는 드라마를 다시 보게 되었다.
하얗게 내린 전나무 숲 설경에 주연 배우들의 모습이 그림 같았던 장면을 보던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시선을 맞추고 운을 띄웠다.

“가을 월정사도 예쁠 것 같지 않아? 가볼래?”
그렇게 갑작스레 여행을 계획하며 가을소풍을 가는 느낌에 괜히 설레어서 밤새 수다를 떨며 잠을 설쳤다.



다음 날 새벽같이 길을 나섰다.
서두른 덕에 7시가 조금 넘어 도착했는데 단풍 객들로 매표소에는 이미 줄이 꽤 길었다.
월정사 경내 무지개 연등 길을 구경하고 이정표를 보며 선재 길로 이어지는 다리를 건넜다. 숲으로 떨어지는 빛 구경에 신이 났다.
오대산 선재 길과 전나무 숲길은 월정사부터 상원사까지의 약 10km를 걷는 코스 중 하나로 큰 어려움 없이 편하게 걸을 수 있는 숲길이다. 선재 길의 ‘선재’는 불교성전인 ‘화엄경’에 나오는 모범적인 동자의 이름으로, ‘선지식을 찾아 돌아다니던 젊은 구도자였던 선재동자가 걸었던 길’이라는 뜻에서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선재에는 ‘착한 사람’이라는 뜻도 내포되어 있다고. 그러므로 선재 길을 걷는 것은, 이 길을 통해서 세상사의 고뇌와 시름을 풀어 버리고 새로운 행복으로 나아가는 것과 더불어 서로에게 착한 사람으로 기억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오늘 함께하는 서로에게 착한 사람으로 기억되는 걸까?’ 괜히 웃음이 나왔지만 진짜 그래도 좋을 것 같았다. 이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다니!


선재 길은 차량이 이동할 수 있는 도로가 생기기 전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 스님과 불자들이 오가던 숲길이다. 걷다 보면 옆으로 도로가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데도 참 고즈넉한 숲 특유의 모습을 보여준다. 안온하고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소리도 시원하게 들린다.


아침 빛에 반짝이는 숲에서는 모든 것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너무 예뻐서 자꾸만 발걸음을 멈추었다.
지장 폭포를 지나면 ‘회사 거리’가 나온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들이 오대산에서 베어낸 나무를 가공하던 회사가 있었다는 유래에 관한 설명문이 있다. 수탈의 현장이다. 360여 가구의 화전민이 마을을 형성하고 살았다는 화전민 터 흔적도 있다. 탁 펼쳐져 그림처럼 카메라에 담겼다.

오대산장에 가까울수록 단풍은 점점 더 불게 물들어 간다.
가을 색을 쫓느라 정신이 없을 지경이다.


징검다리로 내려가는 계단에서도, 교량 위 사진을 찍고 있는 나들이 객의 얼굴에도 즐거움으로 가득하다.
꽤 많이 걸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상원사까지 6.9km가 남았다. 오대산 보메기. 계곡물을 모아 물 위에 목재를 쌓아 둔 후 여름철 우기에 보를 터트려 계곡물을 이용해 목재를 이동시기는 용도로 사용하는 곳이라고 한다.

다시 삼각대를 세우고 그 멋진 전나무에게 손을 가만히 대어 본다. 차가 울 줄만 알았던 그 나무는 오후 햇살에 제법 따뜻했고 지나가는 바람은 시원했다.
“전나무가 뭐라고 이야기해?”라고 물었지만 동생은 비밀인 냥 배시시 웃기만 한다.
가끔은 자연처럼 살고 싶다.
아무 말하지 않아도 이렇게 큰 위로가 되니 말이다.

걷는 길이 한 가지 모습이 아니라서 지루할 틈이 없다. 특이한 모양으로 만들어 둔 오자형 나무 문도 있었다. ‘오대산이라서 오자로 만들어 뒀나? 뭔들 어때! 우린 이곳에서 사진을 찍어야 한다!’ 라며 숲 속 가득 또 웃음꽃을 피워냈다.
숲 사이로 언뜻언뜻 비치는 소금강을 건너길 10여 차례.
징검다리를 거쳐 이제는 쉽게 볼 수 없는 섶 다리도 있고, 한창 유행인 목재 다리도 건넌다.



마지막 출렁다리까지 지나 상원사에 도착하니 이미 어두워져 버렸다.
어둑해진 그곳을 버스를 타고 내려오며 우린 내내 키득거렸다.
아픈 다리도 무거워진 어깨도 배고픔도 다 별게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저 아름다운 길 속에 있었음에 무엇보다 행복했고 배불렀다.

“겨울에 여기 다시 또 올까?”

 

 


TIP
오대산은 강릉과 홍천, 평창에 걸쳐 있는 해발 1,563m의 국립공원이다. 비로봉 등산길과 고찰인 월정사와 상원사와 전나무 숲길과 선재 길로도 늘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코스 경로 : 월정사 매표소 버스정류장 - 월정사일주문 - 경내 - 오대산장 - 상원사
*시외버스 이용 시 : 진부 시외버스터미널 (033-335-6963)에서 월정사 정류장
*택시 이용 시 : 터미널에서 15분(요금 18,000원)

●문의 : 월정사. 평창군 진부면 오대산로 374-8. 033-339-6800(월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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