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in contents

August 2020
구독신청

#관광

동해 베틀 바위 & 두타산성

  • Date.2020-08-27
  • View.443

동트는강원 컨텐츠 레이아웃
  • 글・사진  주민욱_본지 객원작가
  • 윤문  조은노_강원도청 대변인실

창검처럼 솟은 수직 절벽
안개를 뚫고
수십 년 만에 드러내는
신선들이 노닐던 베틀 바위

황장목 군락지 명상 쉼터, 선조들의 삶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숯 가마터, 오랜 기간 세찬 풍파를 맞으며 인고의 100여 년 세월을 겪어온 회양목 군락지, 보는 각도에 따라 선비·부엉이·미륵 등 여러 형상으로 달리 보이는 미륵바위, 베를 짜기 위해 실을 꿰었을 법한 바늘귀 바위. 지난 8월 1일 공개된 동해 무릉계곡 베틀 바위 이야기입니다.

무릉계곡관리사무소부터 박달계곡까지 총 4.7㎞의 등산로 구간 중 두타 산성 입구까지 2.7㎞에 이정표가 설치되어 먼저 선을 보였습니다. 태고의 원시림, 베틀 리지(ridge) 비경, 소원의 길, 두타 산성터와 박달계곡을 지나 용추·쌍폭포로 이어지는 동해 두타 비경에는 제법 깊은 이야기들이 담겨있습니다.
- 편집자註 -

백두대간의 동쪽 자락은 서쪽보다 아무래도 더 가파르다. ‘산이 깊으면 골도 깊다’ 하더니 해발 1,300m 전후의 두타와 청옥이라는 육중한 산들에 옹골차게 둘러싸인 계곡은 가파른 경사만큼 속 깊은 골짜기를 형성했다.

국민 관광지 1호이자 명승 제37호인 동해 무릉계곡.
중국 송나라 도연명의 소설 ‘도화원기(桃花源記)’에서 지상낙원의 땅으로 천국 같은 이상향으로 등장했던 무릉도원에서 지명을 빌려올 만큼 시인 묵객들에게 찬사를 받았던 ‘무릉(武陵)’의 이름 값을 톡톡히 해온 그곳에 또 다른 등산로가 생겼다는 연락을 받고 길을 나섰다.

날짜를 고르고 고른 날, 하필 날씨가 맑지 않았다. 사진에 대한 걱정은 했지만 걷기에는 참 좋았 다. 비가 그친 직후여서 계곡에 물도 많았고, 크고 작은 폭포들이 힘차게 흘러내리며 만든 안개 가 운무처럼 계곡을 둘러싸 얼마나 몽환적이던지.
취재 일정이 만만치 않아 보폭을 빨리했다. 삼화사와 관음암 입구를 지나고 학소대와 옥류동을 지나 얼레지 쉼터에서 잠깐 한숨 돌린 뒤 쌍폭포와 용추폭포까지 한달음에 올랐다. 새벽에 출발 한 이유인 두타 산성까지 가려면 서두를 수밖에.

‘가을이 되면 다시 오리라’ 마음을 먹어 본다.
다시 내려와 옥류동 가기 직전,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면 가파른 오르막길이다. 산성으로 가는 길목이다. 나지막한 걸음으로 올라가니 어느 순간 높고 우람한 바위에 올라서 있었다. 산성의 귀퉁이다.
발아래는 몇십 미터의 절벽이 입을 벌리고 있고 산성을 따라 양옆으로는 거대한 암봉들이 병풍 처럼 우람하게 감싸고 있다.
어찌 이렇게 뒤쪽에 자리해서 이 호사스러운 감동을 선사하는지.

이 높고 험준한 곳에 산성이라니.
천연 지세를 최대한 활용한 것도, 암벽을 그대로 이용해 그 위쪽이나 암반 사이 틈새로 규모가 일정치 않은 크고 작은 화강암 재할석들을 밀어 넣어 석축을 쌓은 것도 놀라운데, 축조 당시 두 타 산성의 전체 둘레가 약 6.51km에 달했다(세종실록지리지)고 하니 과연 천연 요새라 할만하 다. 부분적으로 자연 지세를 그대로 이용하였고, 일부는 석축해서 성을 한 바퀴 도는 데 약 7일 정도 걸리는 매우 큰 성(한국민족문화 대백과)이었다는 기록도 있다.
임진왜란 당시에는 항전의 요새로 호국의 숨결이 산새에 담겼다는 사실을 알고 다시 이곳에 오 르니 예전의 그곳이 아니었다.

그리고 며칠 후, 드론 촬영을 위해 다시 찾은 베틀 바위.
깎아지른 듯 가파른 바위 사이에 뿌리를 내려 하늘을 향해 뻗어 자란 황장목들이 군락을 이뤄, 원시림처럼 선사해주는 초록 그늘에 감탄하며 걷기를 한 시간 남짓.
작은 금강산으로 불린다더니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광이 기가 막혔다.
창검처럼 솟은 바위는 수직으로 곧게 뻗어 벼랑을 이루고, 팔레트처럼 이어진 산세는 마치 수묵 으로 그려낸 대가의 병풍이었다. 드론으로 드러난 암벽 너머 풍광에도 또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압도. 그 외에 적절한 단어를 찾지 못하겠다.
선녀가 하늘나라의 질서를 어겨 인간 세상으로 내려왔다가 삼베 세 필을 짜고 난 뒤 승천했다는 전설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이름으로 남았을 뿐이라는 베틀.
한참을 서성이다 보면 일상에 시달린 시끄러웠던 속내도 거짓말처럼 가라앉는다. 자연이 주는 선물 같은 시간을 만끽하기를 한참, 다시 길을 나섰다.

세찬 풍파를 맞으며 100여 년의 세월을 겪었다는 회양목 군락지, 산 아래가 굽어 보이는 자리 에 등을 돌린 미륵의 형상을 꼭 빼닮은 미륵바위를 훑었다.

45년 만에 일반에게 공개되었다는 이 베틀 바위 산성 길은 베테랑 등산가들이 다녀가면서 일대 의 경관이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등산로가 없는데도 사람들이 찾아오면서 사고가 빈번했다고 한다.
동해시는 동부지방산림청과 잦은 산악사고와 구조대 접근마저 어려운 험준한 지형에 탐방로를 개설하기 위해 지난해 9월부터 베틀 바위-박달령 5.34km 구간 등산로 환경 정비 및 공동 산림 사업을 추진, 지금도 계속 정비 중이다.
경사지고 울퉁불퉁한 구간에는 흙을 파고 주변으로 평평한 돌들을 쌓아 디딤돌로 받치고 다져 수평을 만들었다. 자연 친화적인 돌계단도 만들었다. 안전 로프, 안내 표지판도 차례로 설치했다.
어떤 길이든 무릉계곡의 물소리를 따라 걷도록 코스가 짜여져 있으니 숲 그늘 아래, 계곡물에 발을 담그기에 그만이다.


TIP
●베틀 바위 산성 길 코스
두타 산성을 거쳐 무릉계곡 옥류동으로 내려오는 3시간 30분 코스다. 전망대와 12산성폭포를 지나 박달계 곡을 거쳐 용추폭포로 이어지는 구간은 오는 가을쯤 마무리된다. 용추폭포, 쌍폭포, 선녀탕의 순서로 내려 오면 5시간 30분 코스다.

●교통 :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동해시 종합버스터미널까지 일반과 우등버스가 1일 18회(첫차 06:20. 막차 22:30) 운행한다. 요금은 28,500원. 약 3시간 5분 소요. 동해시 종합버스터미널에서 111번 시내버스 (첫차 06;00. 막차 18:00)가 1일 18회 운행되며, 동해무릉 건강 숲에서 하차하면 된다.

무릉계곡 힐링 캠프장(동해시 삼화로 467. 033-539-3700~1)에는 화장실, 취사장, 전기시설, 샤워장 이 갖추어져 있다.  

ⓒ 본 저작물은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