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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ober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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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홍천 탄약정비공장과 와동분교를 가다

  • Date.2020-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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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사진 전영민
  • 사진(재)강원문화재단 제공

질곡의 역사 예술로 부활하다
산업문화유산의 이유 있는 변신
홍천 탄약정비공장 & 와동분교

코로나19로 전국의 공연, 전시가 줄줄이 취소되는 요즘.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작년 말 첫 선을 보인 2018평창동계올림픽 문화레거시 ‘강원국제예술제’에서 어린이를 주제로 준비한 국제 전시 ‘강원키즈트리엔날레2020’의 개최가 10월로 확정됐다는 희소식!
‘올해는 버려진 공간을 어떻게 전시장으로 활용했을까’ 라는 부푼 기대를 품고 주제전이 열릴 홍천 (구)탄약정비공장을 다시 찾았다.

차가운 철조망 너머 억새밭을 이룬 연병장. 그 위로 위장막으로 덮인 단층의 벽돌 군막사 한 채.
1973년 10월 준공된 이래로 40여 년간, 전국의 군부대에서 보내온 사용하지 않은 탄알들을 재정비했던 군사시설이다.
2013년 8월 폐쇄된 이후 산업문화유산으로 남은 역사적 장소를 문화예술 시설로 재생하여 이미 한차례 큰 주목을 받은 곳. 곧 있을 또 다른 변모를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이 대대적 공간 활용의 변화는 2년 전 강원문화재단의 3개년 국제 미술 프로젝트 ‘강원트리엔날레’에서 시작됐다. 국내 20여 개에 이르는 타 비엔날레와의 차별성으로 이들이 찾은 해답은 ‘자연’과 ‘공간재생’이었다. "우후죽순 생겨나는 도내 빈집, 폐교, 군부대시설을 문화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하여, 지역주민들에게 활발한 문화생활을 위한 기반시설을 마련해주고,지역경제에도 도움을 주고자 했다."고 강원국제예술제 신지희 운영실장은 말했다. 여기에 문화도시를 꿈꾸던 홍천군이 힘을 합해, 2019년 ‘강원작가展’으로 그 첫 발을 떼었다.

그간 유휴시설의 부활은 성공적이었다. 행사 개최 15일간 1 만3명의 관람객 유치, 1.8억여 원의 예산으로 25억 경제적파급효과를 만들었다. 특히 전쟁 물품을 만들던 군사보호구역에서 2018평창동계올림픽이 남긴 평화의 메시지를 다시 한번 세계에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571.16㎡ 공장 내부의 30cm 두꺼운 폭발 방호벽은 기이한 기풍을 내뿜는 전시장 파티션이 되어 10개의 근사한 전시룸을 만들어냈다. 각 전시실을 관통하는 40m 컨베이어벨트와 탄약 도장을 위해 천장에 매단 회전기계도 새로이 회색 옷을 입어 하나의 예술작품이 되었다. 국방색 위장 패턴으로 가득 찼던 외벽은 김수용 작가가 박수근 화백 등 세계 위인들의 초상을 그린 슈퍼그래픽 벽화 작품으로 채워졌다.

유휴공간의 변신에는 지역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도 한몫했다.
결운리 마을 주민들은 그간 사람 손길을 타지 않아 무성하게 자란 억새밭 연병장에 산책길을 만들어 곳곳을 포토존으로 꾸몄다. 따끈한 어묵과 꼬치 등 먹거리를 제공한 마을 부녀회는 관람객을 맞을 준비로 활기를 더하고 있다.
 

작품이 된 교실, 예술 놀이터가 된 폐교

 

또 다른 문화적 공간재생이 공장 근처 ‘와동분교’에서 일어난다. 

13,496㎡의 야외 부지와 881㎡ 단층 건물 두 채가 전부인 아담한 시골 학교, 62년의 역사를 끝으로 2015년 3월 인근 주봉초등학교로 통폐합되어 방치된 폐교가 예술학교로 재탄생한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나무마루 바닥의 텅 빈 교실들은 국내외 어린이 미술관 정보와 도서, 굿즈를 한데 모은 ‘키즈 아트 플랫폼’과, 현장에서 그린 그림이 미디어 아트 패턴이 되어 움직이는 인터랙티브 IT체험관 ‘디지털 놀이터’로 변신하기 위한 공사가 한창이다.


한 아름 크기의 은행나무들로 둘러싸인 운동장은 직접 만지고, 타고, 놀 수 있는 체험형 작품들로 채워졌다. 교정 한 모퉁이에서 만난 이 학교 졸업생 박대근 작가는 "어렸을 때 행복하게 뛰놀며 불던 비눗방울을 주제로, 그 시절 함께한 친구들과 동심으로 돌아가 작품을 만들고 있다”며 환한 미소로 작업중인 ‘해피 버블버블’을 소개한다. 그 옆에는 한석현 작가가 버려진 목재들로 만든 거대한 정글 놀이터 ‘다시, 나무’가 설치됐다. 2미터 길이의 밧줄을 타고 그 위에 오르니 정겨운 시골 풍경과 드높은 푸른 하늘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제 곧 우리 아이들도 이 멋진 풍광을 만나볼 수 있겠구나’.
그 기대감에 절로 미소가 나왔다.

자연과 아우르며, 지역주민과의 협업으로 다시 생기를 되찾고 있는 산업문화유산과 유휴공간.
앞으로 그 이유 있는 변신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사뭇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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