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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ober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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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토종 정선 갓

  • Date.2020-10-23
  • View.339

동트는강원 컨텐츠 레이아웃
  • 조은노
  • 사진 김연미_ 푸드전문 사진 작가
  • 일러스트 최혜선_본지 객원 작가
  • 자료 제공 정선군 농업기술센터

김치로 완성되는
토종 정선 갓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정선 임계 주민들은 토종 정선 갓을 한가득 뽑아와 소금물에 파릇파릇하게 절인다.
겨울나기 준비가 비로소 시작되는 것이다.

갓(겨자채, leaf mustard).
한식을 대표하는 김장 풍습을 어려서부터 지켜본 우리들이기에 누구나 알고 있을 터이다.
중국 명나라 때인 1596년에 저술된 약학서인 ‘본초강목’에는 가슴을 이롭게 하여 식욕을 돋우게 한다는 언급이 있고, 조선 시대 1610년에 허준 선생의 의서 ‘동의보감’은 사람의 몸에 있는 아홉 구멍을 통하게 함을 알렸으니(정선 아리랑을 닮은 정선 갓, 여진희, 정선군) 선조들 역시 좋은 식자재이자 약용으로도 애용해왔음이다. 최고의 저장 음식인 김치의 종주국인 한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재배하여, 김치의 주재료 또는 부재료로 사용하고 있다.

널리 알려진 일반적인 갓과 달리 정선의 토종 갓은 좀 특별하다.
조금 더 부드럽고 아삭아삭해서 마치 열무처럼 겉절이로 무쳐 먹는다고 한다.
또 전국으로 판매되지도 않을뿐더러 오롯이 이곳 장터에서 팔고, 살 수 있는 거래가 이뤄진다. 한마디로 외부로 반출이 쉽지 않다는 애기다. 기껏해야 지난 몇 년간 수도권에서 김장철 직거래 장터가 열릴 때 당일 반짝 판매가 이뤄진 것이 고작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바로, 강릉 옥계와 갈라지는 경계지역이자 영동과 영서를 잇는 42번 국도에 자리한 백두대간의 한 자락인 백복령(정선군 임계면 가목리)에서는 ‘정선 갓 전병 먹거리촌’이 자연스럽게 조성되어 이제는 20여 개의 식당이 옹기종기 모여 십수 년 동안 성업 중이다.

이곳에 가면 갓, 혹은 갓김치를 소로 넣어 번철에 부쳐주는 메밀전병을 먹을 수 있다.
갓김치는 반찬으로 나온다.

이 일대에서 재배되는 정선 갓은 모두 소금에 절여 저장되거나 말려 비축되어 임계 식당에서 일년 동안 소비된다.

현재 가장 많은 양의 갓을 재배하며 2호 집을 운영하는 최종길 대표는 "정선 갓은 보통 무릎까지 높이 자라고 잎은 여리고 보드라워서 뜯거나 자르지 않은 채로 연한 윗부분을 꺾어서 수확해요. 그래서 아무리 양이 많아도 밤을 넘기지 말고 바로 소금에 절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질겨지고 바로 시들어버려서 상품성이 떨어져요. 택배는 엄두도 못 내요."라고 했다.

토종 정선 갓은 보통 다른 작물들의 수확이 끝난 후, 6월 말 이후에나 파종하는 작물이지만 사실 정선 갓은 3기작이 가능하다고 한다. 별다르게 일손을 들이지 않아도 잘 자라 한 해에 세 번을 생산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터를 가려 같은 품종의 씨앗이라도 기후가 높은 저지대에서는 자라지 못하거나 맛이 더 맵고 독하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해발 500m가 넘는 고지대인 임계면 일대에 정선 갓 농사가 지금껏 이어져 온 것이다.
해발 780m 지점에 자리 잡은 백복령은 최적의 기후 조건을 갖춘 셈이다.

예로부터 정선의 갓김치는 겨울철 비타민과 무기질의 주요 섭취원 중의하나였다. 잎은 카로틴, 비타민A가 풍부하여 김치 재료로 사용하고 종자는 약용으로 거담 건위제로 쓰인다(강원도 토종동식물)는 기록이 남아있다.

예전엔 어른의 키를 넘은 크기의 피나무 통에 갓을 넣고 사이사이 소금을 켜켜이 뿌려 밟아 다져 저장했지만, 지금은 소금에 절여 담고 무거운 돌 등으로 빈틈없이 눌러 저장한다. 오래 저장해 두어도 변하지 않도록 많은 양의 소금을 넣어 염장한다. 그래야 본래의 푸르른 빛이 변하지 않고, 먹을 때도 아삭거리는 식감이 살아있단다.

3년 이상 묵어야 제맛을 낸다고 하는 정선 갓김치는 일반적인 반찬과 달리 훨씬 많은 역할을 한다. 먹을 때는, 필요한 만큼만 꺼내 물에 헹궈 적당한 길이로 잘라 최소한의 양념으로 무쳐낸다. 각종 만두와 전병의 속으로 사용되고, 양념하면 양념 김치, 물만 부으면 물김치가 되어 옥수수, 감자, 고구마, 메밀로 만든 음식에 잘 어울리는 정선의 맛이 된다.

잘 삭히면 우선 김치를 만든다. 갓김치는 잘게 썰어서 전병에도 넣고 콩갱이(이 지역에서 쓰는 사투리로 비지를 넣은 콩죽)에도 넣으면 다른 조미료가 필요 없을 정도로 음식의 맛을 돋워 어르신들에게는 추억의 음식이다.
정선에서 이어져 온 겨울을 이겨낸 음식이다.

조선 시대 임금에게 진상품으로 올렸다는 토종 정선 갓.
토종 정선 갓을 육성하고 보급하는 데 오랫동안 노력을 해온 정선군농업기술센터에서는 정선 갓과 백복령을 기록해 담은 도서 ‘정선 아리랑을 닮은 정선 갓’, ‘정선 갓 그리움의 맛, 백복령 주막 이야기’를 제작, 토종 갓을 알리기 시작했다. 토속 음식 축제도 개최해 지역 주민들이 전통음식 메뉴를 개발하기도 했다.

또 정선 갓에 대한 성분 분석과 효능을 연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그런 노력의 결과로 지난해에는 정선 갓의 영양성분 및 세포 기반 항산화 활성을 분석한 논문이 한국 식품영양학회지에 게재되기도 했다. 특히 올해는 5억원을 투자, 재배단지 조성과 가공식품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제 정선갓 메밀전병은 냉동식품으로도 출시, G마켓과 11번가에서 판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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