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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0
115호
Tour
화천 용화산
VIEW.9539
안선희_본지 객원 작가이자 전 디지털타임스 디지털뉴스부장
사진 홍원기_본지 객원 작가

“내가 국민학교 다닐 때 소풍을 용화산 너럭바위로 갔어.”
“어린 애들이 무슨 소풍을 산 위로 가요? 여러 명이 앉아 도시락 먹을 데가 어디 있다고?”
“고학년만 갔어. 그리고 그땐 애들이 많지도 않았고. 넓은 바위가 있었어. 내가 뭐 하러 거짓말을 하니?”
용화산 갈 채비를 하는 필자를 보며 옛 기억을 떠올린 어머니의 말씀이다. 화천 원천초교 출신인 어머니는 이제 산을 오르지는 못하지만, 추억만은 아직도 생생한 표정이셨다.

‘용화’는 화천에서 제일 유명한 지명이다.
초등부터 고등까지 대부분의 학교 교가에는 ‘용화산 정기를 이어 받는다’는 표현이 들어가 있었다. 하지만 등잔 밑이 어둡다고, 자연휴양림과 삼화리 계곡은 다녀왔지만 고향인데도 용화산 정상까지 오른 것은 원고 청탁을 받아 일을 목적으로 한 이번이 처음이었다.
878m의 용화산은 전체가 화강암 덩어리다. 한마디로 바위산(石山)이란 얘기다. 여러 개의 등산로가 있지만, 진면목이 잘 드러나는 큰 고개 주차장 코스로 방향을 잡았다. 특히 정상까지 30~40분이면 충분한 최단 거리다.

 

이 큰 고개 길 입구에 강원평화지역 국가지질공원 안내판이 있고 바로 가파른 등산로가 시작된다. 커다란 바위 위에 발을 디딜 수 있는 발판과 밧줄 등 안전 시설물이 잘 설치돼 있다. 700m 정도의 짧은 코스지만, 줄을 잡고 암벽을 오르는 스릴을 느낄 수 있고, 깎아지른 바위 절벽을 걷는 아찔함도 체험할 수 있다. 특히 거대한 바위와 조화를 이루는 오래된 명품 소나무는 감탄을 불러일으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암벽 등반의 성지 새남 바위를 비롯해 주전자 바위, 하늘 벽 촛대바위, 책 바위가 몰려 있다. 예전 ‘국민학생’들이 소풍 갈만했던 넓은 바위도 있다.

힘겹게 올라 선 정상에는 아쉽게도 조망권이 없다. 단지 나무로 둘러싸여 있을 뿐이지만 용화산의 관전 포인트는 전망이 아니라 기암괴석이다.
정상 직전에 ‘큰 바위’ 이정표를 놓치지 않는다면 주변 경관과 기암괴석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용화산을 구성하는 화강암 덕이다.
화강암은 지하 깊은 곳에서 마그마가 굳어져 만들어지는 심성암(深成巖, plutonic rock)이다. 고온•고압 상태를 거쳐 만들어져 지표 근처로 올라오면 온도와 압력이 낮아져 쉽게 파괴되는 풍화작용을 겪는다. 특히 풍화작용은 암석이 지하에서 수분과 접촉할 경우 더욱 활발하게 일어나는데, 지하에서 일어난다고 해서 심층풍화라고 부른다. 거대하고 단단한 바위도 이런 심층풍화 작용을 받으면, 사람 손에 의해 부서질 만큼 약한 상태가 된다. 이렇게 약해진 물질을 새프롤라이트(saprolite)라고 부른다.



풍화를 적게 받거나 거의 받지 않은 화강암이 지면 위로 드러나는 경우가 있는데, 용화산이 그런 경우다. 수분과 접촉하는 시간이 짧기 때문에 심층풍화를 겪지 않고 거대한 규모의 석산을 이루게 된 것이다. 새프롤라이트가 씻겨 내려간 후 균열 구조가 적은 돔 형태의 바위 덩어리가 지표에 노출돼 지금의 모습을 이룬 것이다.
또 상대적으로 풍화를 적게 받은 곳에는 단단한 암석이 돌탑처럼 쌓여있는데 토어(tor)라 불린다. 지하 깊은 곳에서 심층풍화를 받은 바위덩어리들이 쌓여서 이룬 탑과 같은 지형을 가리키는 말이다. 바위의 갈라진 틈을 따라 모서리에 집중된 풍화는 둥근 형태의 공깃돌(핵석)을 만든다고 하니 모르면 ‘단지 돌덩이’이되 알고 보면 자연의 신묘함을 깨닫게 된다.





 

 



TIP
●가는 길 : 화천군 하남면 용암리 용화산.
●코스: 배후령~수풀무산~정상, 고탄쪽의 사여교~ 폭발물 처리장~ 큰 고개~ 정상
           용화산 자연휴양림 입구~ 하얀 집~ 안부~ 정상
           용화산 자연휴양림 입구~ 사여령~고탄령~안부~정상

●강원평화지역 국가지질공원(www.koreadmz.kr/hwacheon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