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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
117호
Tour
지오 트레일 : 하조대 둘레길
VIEW.9484
김혜정 본지 객원 작가이자 프리랜서 방송작가
사진 이제욱 본지 객원 작가

어제도 오늘 같은, 편안한 마실 가는 길

 
   



# 프롤로그
“외지 사람들에게야 관광 명소겠지만, 저야 뭐 편한 마실 길이죠.”
명승 제68호 국가지정문화재인 하조대(양양군 현북면 하광정리) 인근에 조성된 둘레 길 어귀에서 만난 오재남 이장이 필자에게 건넨 첫 마디였다.
나고 자란 이곳을 오롯이 지켜온 지 54년.
하조대의 이야기는 토박이 동행의 마을 이야기로 시작됐다.

# 관광명소가 한 곳에 자리한 마을 ‘하광정’
이제는 250가구에 약 500명 남짓한 주민들이 올망졸망 모여 살고 있는 곳.
오래전부터 해돋이 명소로 수많은 시인 묵객들이 언급해 기록을 남겼을 만큼 명성 있는 곳이다.
신이 안배한 것이라면 편애가 분명하다.
동해안의 융기가 빚어낸 기암괴석을 뚫고 수백 년 자라 우뚝 솟은 소나무들은 한 폭의 산수화를 연상케 하고 겨울에도 푸르니 눈이라도 내려앉으면 최고의 운치를 보여 주리라.



# 암석해안을 따라 걷는 길
암석해안으로 면적은 약 134,825㎡.
해안 쪽을 따라 산책길을 만들어 둘레 길은 그다지 길지 않다. 어촌계 회 센터를 지나면 바로 등대 모양의 전망대와 바다 쪽으로 이어진 스카이 워크가 모습을 드러낸다.
왼쪽으로는 하조대 해수욕장이, 오른쪽으로는 무인등대와 누정이 자리를 잡고 있다.
걷다 보면 절벽에 꼿꼿하게 곧추세운 수령 200년에 달하는 보호수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데크 길은 고작 202.4m. 천천히 걸어도 왕복 20분이면 충분하지만 느낌은 짧고 강렬하다.
”둘레길이 개장되고 관광객들이 늘었다”라고 했다. 한동안 침체되어 있었던 해안을 찾아오는 이들이 50% 이상 늘었다. 철책이 철거되는 동해안 정비 사업의 수혜다.
마을 주민들은 군부대 휴양소를 지나 하조대 정자가 있는 곳까지 약 3km의 해안로까지 둘레길이 이어지기를 고대하고 있단다.

 

# 하조대 정자와 무인 등대
둘레길 개방으로 요즘 새롭게 주목 받는 곳은 하얀색으로 단장한 무인 등대다.
소나무와 어우러져 소위 ‘갬성 사진’의 포인트로 해송과 바위 사이로 이어진 계단을 오르면 기사문항과 남애항에서 출항하는 뱃길을 비추고 인도하며 묵묵하게 제 일을 해내는 등대가 있다.
한 폭의 그림이다.
조선시대 문신 하륜과 조준이 이곳에서 만나 시를 읊고 청유(淸遊)를 즐겼다고 해서 이름 붙은 하조대(河趙臺). 낙산사 의상대의 풍광 못지않다.
애국가에 등장한다고 해서 ‘애국 송(松)’으로도 불리는 소나무와 수평선 너머에서 떠오르는 해가 일직선을 이룰 때 장관이란다. 이 모습을 보기 위해 올해도 역시 5천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고 한다.
울창한 송림을 배경으로 약 4㎞에 걸친 백사장은 가족 단위 휴양객들과 재방문 단골들이 많은 이유하고 한다.

 

# 에필로그
외지인들에게는 관광 휴양이겠지만 주민들에게는 유년시절의 놀이터에서, 가끔은 혼자만의 사색 공간이었다가 세월이 흐를수록 평범한 일상이자 삶의 일부가 되어온 하조대.
“매일 오르지만 올 때마다 푸근하고 아늑해요. 언제까지고 이곳을 지키며 살고 싶습니다.”
이장의 다짐이 귓가에 남는 하루였다.
그래, 하조대 하~조타!

 




TIP
하조대 둘레 길 양양군 현북면 하륜길 56. 033-670-2516
출입 가능 시간 4월~10월 – 06:00~19:00, 11월~3월 - 07:00~1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