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둥산(1.119m).
38번 국도를 따라 정선군 남면으로 접어들면 증산 초교가 한눈에 들어온다. 가을 억새를 보기 위해 전국에서 찾아 드는 곳이기도 하지만 눈 내려앉은 하얀 억새를 보고자 하는 등산객들도 많다. 민둥산 억새마을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통제소가 보이는 데 이곳에서 산행이 시작된다. 초입부터 오르막이다. 아이젠을 챙긴다. 완만한 길로 가면 정상까지 2.8km, 급경사는 2.2km다. 잠깐 고민했지만 급경사 코스를 선택했다. 티끌 같은 자존심이다. 임도를 가로질러 올라가니 낙엽송이 빽빽하다. 겨울이라 앙상하지만 쭉쭉 뻗은 모습은 장관이다. 낙엽송 군락을 지나자 꼭꼭 숨어 있던 투명한 하늘이 열리기 시작하면서 억새 군락이 확연히 모습을 드러낸다. 민둥산은 정선군 남면에 자리 잡은 대표적인 억새 군락지다. 나무가 자라지 않아서 민둥산이라 불렀다는 데 석회암으로 이루어져 있단다. 석회암이 빗물에 쉽게 녹으면서 표면이 웅덩이처럼 들어가는 것이 특징이다. 학자들은 이를 돌리네(doline)라고 부른다. 이곳은 화전민들이 농경지로 사용하면서 삶의 터전으로 이루어진 곳이다. 지금은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그 흔적만이 남아 자연스럽게 억새가 조성되었다.
정상과 발구덕 일대에 몇 개가 있다. 여덟 개의 구멍이란 뜻의 발구덕은 돌리네 덕택에 마을이 형성될 수 있었다. 지금도 풍부한 수원으로 고랭지 채소를 재배하고 있다.
35ha에 달하는 억새군락은 여기저기를 둘러봐도 막힌 곳이 없다. 저 멀리 태백산과 두타산으로 이어진 백두대간이 지나가고 가리왕산, 오대산에 둘러싸여 있다. 이 탁월한 조망은 감동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동쪽으로 함백산, 발아래는 저 아래 증산 시가지가 까마득하게 자리하고 있다. 햇살이 눈과 부딪혀 더 반짝반짝 빛나는 억새 군락지를 따라 걷다가 시원하게 둘러싸인 산들이 어우러진 모습이 민둥산 정상을 오른 이들이 받는 최고의 선물이다.
일몰까지 보고 내려오는 행운까지.
이러하니 좋을 수밖에.
산행 정보 문의 : 1544-9053 정선군 남면 무릉리
시작점
증산초교 · 삼내약수 · 화암약수 · 능전마을
능전마을~발구덕(1.3km)~정상(0.9km)
교통편
기차 청량리역에서 증산을 경유하는 태백 편 하루 6~7회 운행.
자동차 영동&중앙고속도로, 제천 IC를 나와 38번 국도로 영월. 증산 방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