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양 초등학교 3.4km-죽헌 저수지 5.9km-오죽헌 3.3km-시루봉 1.4km-경포대 3.7km-강문 해변
송양 초등학교를 다시 찾아왔다. 학교 주변에는 수령 십수 년의 소나무들이 여전히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마지막 구간이다. 정선 아리랑 시장을 출발해서 한 걸음 한 걸음 옮기다 보니 어느덧 동해 바다에 이르렀다.
해발 1,000m가 넘는 백두대간을 가르며 올랐던 대관령을 지나면 나머지는 금방이다. 나지막한 산길을 지나 죽헌 저수지를 거쳐 시내로 접어들면 경포호수, 그리고 강문 해변이다. 17.7km. 제법 길지만 코스는 무난하다. 부드러운 경사의 등산로로 시작해서 솔잎으로 뒤덮인 소나무 숲길은 걷기에 아주 좋다. 숲 사이로 언뜻언뜻 바다가 비칠 때면 감회가 남다르다. 올림픽 아리바우 길의 끝이 보이기 때문이다. 매월 한 번꼴로 다녀가다 보니 일 년이 훌쩍 지났다.
등산로가 끝나고 마을의 한가로움에 익숙해질 즈음 죽헌 저수지로 들어선다. 굉장히 넓다. 낚시꾼들 사이로 보이는 소박한 섬 하나가 꽤 운치 있다. 이제부터는 강릉 시내다.
오죽헌이다. 보물 제165호. 오죽(烏竹)이 주는 자연의 섭리가 신사임당(1504-1551)과 아들 율곡 이이(1536-1584) 선생을 배출했을까. 조선을 대표하는 여성 예술가로, 대학자로 지폐에 새겨진 인물을 만나는 순간이다. 다음은 선교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99칸의 전형적인 사대 부가의 상류층 주택으로 중요민속자료 제5호다. 수많은 묵객을 먹이고, 재웠으며 풍류를 즐기는 선비들의 안식처가 되기도 한 인심 좋은 곳을 훑고 경포대를 돌아 허난설헌 생가터를 들렀다. 교산교를 건너니 다시 자태를 뽐내는 소나무 숲이다.
어느새 시간은 늦은 오후. 소나무 사이로 햇발이 드리우는 황금빛 그림자가 황홀하다.
한국 최초의 한글 소설 「홍길동전」을 쓴 허균(1569-1618)의 누이 허난설헌(1563-1589)에 대한 일대기를 읽는다. 문화재로 이어지는 예향(藝鄕) 강릉의 역사와 현재를 걷게 해주는 길이다. 강문 해변이 보이면 동해바다다. 더 이상 걸어갈 곳은 없다. 올림픽 아리바우 길의 종점이다. 총 131.7km. 여기 강문 해변은 완연한 3월 말 봄이다. 하지만 저 멀리 대관령은 어제까지도 하얀 설국의 천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