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개두릅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을까?
단어 앞에 ‘참’ 또는 ‘개’가 붙은 경우가 있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그 쓰임새가 대충 이러하다.
참 : 1. ‘진짜’ 또는 ‘진실하고 올바른’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참사랑 참뜻)
2. ‘품질이 우수한’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참먹 참젖 참흙)
3. ‘먹을 수 있는’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참꽃)
개 : 1. ‘야생 상태의’ 또는 ‘질이 떨어지는’, ‘흡사하지만 다른’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개금 개꿀 개떡)
2. ‘헛된’, ‘쓸데없는’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개꿈 개나발 개수작)
3. ‘정도가 심한’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개망나니 개잡놈)
두릅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참두릅과 개두릅. 국어사전의 풀이대로 해석하면 참두릅은 ‘품질이 우수하고 맛있는 두릅’이 되겠고, 개두릅은 ‘참두릅과 비슷하나 질이 떨어지는 두릅’이라 해석할 수 있다. 개두릅 입장에서는 억울한 일이다. 맛의 독특함으로 따지면 ‘특두릅’이라 해도 모자람이 없을 터인데.
왜 개두릅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을까
개두릅은 음나무의 순이다.
음나무는 엄나무라고도 한다. 두릅나뭇과의 식물인데, 이 두릅나뭇과에 인삼과 오갈피, 독활 등도 들어간다. 오래전부터 쓰였던 한약재에 이 두릅나뭇과 식물이 많다. 이들 식물에 특히 많은 것은 사포닌이다. 인삼의 효능에 대해 이야기할 때에 사포닌이 빠지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개두릅의 주요 성분에도 사포닌이 상당하다. 그래서 예부터 음나무를 신경통, 관절염, 강장약 등으로 써왔다.
물론 참두릅에도 약리성분이 상당하나, 최근 연구에 의하면 베타카로틴 함유량에 있어서는 참두릅이 100g당 122μg인데 비해 개두릅은 3,198μg이나 된다. 기타 함유 성분을 보아도 개두릅과 참두릅은 막상막하다. 참두릅이 훌륭한 건강식품이면 개두릅도 그에 못지않다. 우리 조상들이 음나무를 약재로 쓴 것을 보면 경험으로 이를 알고 있었다. 그런데 왜, 이 귀한 음나무의 순 앞에다가 ‘개’를 붙여놓았을까.
참두릅의 두릅나무에는 가지에 가시가 붙어 있다. 집 둘레에 빽빽하게 심어 담장으로도 썼다.
봄이 되면 담장의 두릅나무에서 돋는 어린 순을 따다가 반찬으로 먹었다. 그러니 두릅나무는 우리 조상에게는 친숙한 나무였다. 개두릅의 음나무도 가지에 가시가 있다. 두릅나무에 비하면 음나무의 가시는 훨씬 크고 강하며 또 조밀하다. 음나무의 가지를 보면 무섭다는 생각부터 든다. 그래서 집 주변에 심지를 않았다.
우리 조상들이 음나무 가지를 얼마나 무서워하였는지 그 가시 빽빽한 가지가 귀신이나 도깨비를 쫓아낼 것이라고 믿었다. 30센티미터 정도 길이로 잘라서 한 묶음으로 만들어 대문 위에 매달아두면 귀신과 도깨비가 집에 들어오지 못한다고 여겼다. 지역에 따라서는 마을에 음나무가 자라면 좋지 않다고 생각하였다. 귀신을 쫓는 나무이니 귀신이 붙을 수도 있는 나무로 인식되었다.
그러니 두릅나무와는 달리 우리 조상들은 음나무와 친숙할 수가 없었다. 봄에 어린 순이 돋아도, 그 어린 순이 맛있다는 것을 알아도, 이를 따기 위해 음나무에 접근하는 것을 저어하였을 것이다. 귀신 붙는 나무라고 동네 어른들이 어린 순을 따지 못하게 말렸을 수도 있다. 먹을 만한 것이나 먹지를 못하니 그 이름에 ‘개’를 붙이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개두릅은 재배도 거의 자연이다
개두릅은 2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아는 사람들만 먹었다.
음나무 자체가 산속에 드문드문 있으니 이를 따서 파는 사람이 드물었다. 봄날에 강원도나 지리산의 산골 오일장에 가서나 볼 수 있었다. 누군가 산골에 살아 봄에 개두릅을 한 묶음 보내오면 음식 좋아하는 지인들을 불러 모아 개두릅 잔치를 벌였다. 봄에 개두릅 정도 먹어봤어야 미식가인 척할 수가 있었다.
개두릅이 봄날의 별식으로 대중에게 차츰 알려지면서 음나무를 심는 농가가 늘고 있다. 그럼에도 개두릅 생산량은 많지가 않다. 참두릅은 가지를 잘라 순을 올리는 재배법과 하우스 재배법 등이 보급되어 생산량이 안정되어 있으나 개두릅은 그런 재배법이 없다. 음나무를 심기는 하는데, 자연 상태의 것과 비슷하다. 참두릅은 재배와 자연에 따라 맛의 차이를 보이는데, 개두릅은 재배와 자연을 분별할 만한 맛 차이가 거의 없다.
강원도 강릉시 사천면 해살이 마을에서 개두릅을 집단으로 재배하고 있다. 바닷가에서 약간 들어간 산골인데, 백두대간의 높은 산이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마을이다. 매년 개두릅 축제를 여는데, 올해는 코로나19로 축제가 없다. 택배로 주문하면 받을 수 있으니 강원도 산골의 봄을 아예 즐기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입이 벌어질 정도로 놀라운 맛이라는 뜻의 개두릅
20여 년 전에 강원도 어느 산골에서 개두릅을 처음 맛보았을 때를 기억하고 있다. 이름에 ‘개’가 붙어 있어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화~하게 번지는 그 향에 놀라 그 이름을 묻고 또 물었다. 이런 맛에 ‘개’를 붙이는 것은 마땅하지 않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었다.
요즘 젊은이들은 ‘개’를 새로운 용법으로 쓰고 있다. 이득을 크게 보면 ‘개이득’이라 하고, 아주 맛있으면 ‘개맛있다’고 한다. 장점이 많고 특이한 것에 ‘개’를 붙인다. 웃자고 만든 말일 것인데, 말이 바뀌니 세상도 달리 느껴진다. ‘개두릅’이란 말도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이렇게 들릴 수 있다. “입이 벌어질 정도로 맛있어서 개두릅인가?” 덧붙여서 이렇게 말하겠다.
“개맛있고 개특이하니까 개두릅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