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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
119호
Food
홍콩 사람들이 좋아하는 복숭아 명장, 마이스터의 '즐거운 농원'
VIEW.9516
조은노
사진 김연미_푸드스타일리스트이자 사진작가, 박상운_강원도청 대변인실

복사꽃 나무 아래 알게 되는 과육의 맛

 
   



桃花. 복숭아꽃. 

성목 한 그루에 2만 송이가 넘는 꽃이 핀다고 한다. 한 나무에서 달리는 열매는 천 개가 넘지 않는다고 하니 농부들은 2만 송이가 넘는 꽃을 어떻게 했을까.
아마도 봄이 시작되었을 때부터 농부는 부지런히 과수원에 나가서 하루 종일 나뭇가지를 손으로 하나하나 쓸어가며 꽃눈을 따냈을 것이다.
1ha 면적의 꽃눈을 따는 데 297시간이 걸린다(강원도농업기술원)고 하니 놀라울 만큼의 노고와 인고의 시간을 거쳐야 맺어지는 과수인 걸 보면, 복숭아가 천상의 과일은 맞는 듯하다.

그런 노력으로 열리는 과실이니 옛날에는 얼마나 귀했을까.
하지만 기후가 급격히 변하면서 강원도에서도 이제는 봄이 되면 복숭아꽃이 지천으로 번져가고, 심지어 강릉과 춘천에서 복사꽃 축제가 열린다. 최근에는 ‘원주 복숭아 빵’이라는 디저트 브랜드가 출시되어 인스타그램에서 화제가 될 정도다. 오륜 쌀 100%로 만드는 쌀 빵으로 원주 복숭아를 말려 앙금으로 제조되는 원주에서만 오프라인 단독 매장이 4군데가 운영되고 있다.



특히 홍콩과 대만 같은 동남아에서는 복숭아가 자랄 수 없는 환경이라 생소한 과수라고 한다. 지난해 이 천상의 과일을 맛보고자 매년 여름 7~8월에 2천5백 명 남짓한 관광객들이 동남아에서 날아와 춘천을 찾아온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눈길을 끌었다. 코로나19 팬데믹 현상만 아니었다면 올해도 마찬가지였을 터.

지난 2015년에 블로그를 통해 홍콩 현지인이 직접 신청을 하면서 점차 여행사 모객으로 확장되다가, 몇 년 동안 매년 2개월 동안 매일 많을 때는 80여 명 정도의 외국인들이 찾아와 복숭아를 따고 먹어보는 체험을 했다고 한다.
부모님의 가업을 이은 승계 영농 후계자로 지난 18년 동안 복숭아만을 위해 달려온 부부 노력의 결실이기도 한, 이 화제의 농장은 춘천시 동내면 신촌 1리 대해마을에 위치한 ‘즐거운 농원’이다.

선 주영·정 명주 대표는 우연하게 찾아 들어온 홍콩 블로거들과 입소문으로 홍콩 유명 잡지까지 소개되며 전체 수확체험 방문객의 80%가 외국인일 정도로 국제적인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선 대표는 “유별나게 복숭아를 좋아하는 홍콩 사람들에게 복숭아 재배 과정을 직접 학습하고 수확할 수 있는 경험이 특별하게 다가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자칭 타칭 ‘복숭아 엄마’를 자처하는 정 대표는 남편과 결혼하기 전까지는 농업에 농자도 몰랐던 도시 여성이었지만 이제는 교육농장의 공동 운영자이기도 하다.

지난해 연말, 이들의 공로를 인정하듯 선물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선 대표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으로부터 부여받는 농업마이스터로 선정되었다는 통보였다. 명실 공히 복숭아의 명장으로 국내에서는 몇 없는 전문 농업 경영인으로 인정을 받은 것이다.

지난 2015년, 농촌진흥청 품질인증을 받고 교육 농장을 운영하며 어린이들에게 자연의 소중함을 알려주기 위해 한 길로 달려온 그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강하고 작은 농장을 만들기 위해 *강소농 자율모임체에 참여하며 고민을 나누었던 시간, 남편이 전국을 돌며 농가들에게 정보를 공유하는 동안 아내가 매일 과수를 돌보며 찾아오는 학생들과 체험 객들을 맞이했던 일들,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천연 염색과 한지공예, 한식조리사자격증까지 취득했던 일, 곤충과 야생화 공부를 시작했던 일들.



봄에는 꽃잎을 따고 4~5월에는 과수를 보호하기 위한 봉투 작업, 체험 농장 운영을 위한 교육, 그리고 10월 초까지 이어지는 수확.
품종만 12개이며 수확 시기도 다 다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곤 해도 주마등처럼 많은 일들이 스쳐갔다.
교육농장 운영에 애착이 많은 이들 부부는 과수원에 나가서 복숭아를 돌보는 것만으로 하루 시간을 다 쏟는다. 시간을 투자한 만큼 자연을 통해 얻는 것이 많다는 지혜를 가져서인지는 모르지만 하루 종일 걸린 취재 내내, 참 밝게 웃는다.

“아이들이 농원에 오는 게 좋아요. 우리가 매일 먹고 있는 농산물이 농부의 힘으로 키우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고, 농작물의 소중함도 알려주고 싶어요.”라며 “봄에는 손톱 만했던 열매들이 시간이 지나 커지는 걸 볼 때마다 우리도 희망을 갖고 용기를 내면 복숭아처럼 단단해지고 아름다워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문득문득 합니다”라고 했다.


 


TIP
즐거운 농원 https://peachdad.modoo.at
 춘천시 동내면 금촌로 94-37. 010-8793-5728

춘천 복숭아의 수확 시작일은 비슷하다. 미황(황도. 7월 1일) 몽부사(백도, 7월 15일) 용택골드(황도 7월 30일) 애천중도(백도, 8월 10일) 홍금향 천중도(백도, 8월 20일) 단금도(황도, 8월 25일)

*강소농: 규모는 작지만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자율적인 혁신을 통해 농업 경영체가 되고자 하는 농가를 이르는 말.
중소 규모의 가족 농, 부모의 농업을 이은 승계 농, 귀농해 창업한 농업인들도 있어 전국 800개, 도내 70개다(2019 기준).
자주 모여 서로 정보를 교환하며 농업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구매처

- 온 라 인 - 
네이버 스토어 팜

- 오프라인 -

원주 복숭아 빵(본점). 원주 한지공원길 178-1 1층. 033-734-9701
라비베이커리. 원주 지정면 소금산길 34. 033-744-0092
동경수선. 원주 중앙시장길 6. www.instagram.com/_soosun 010-9418-3955
갈촌126 브런치. 원주 갈촌길 126 . 033-766-9400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1층 식품관. 서울 중구 남대문로 81
강성은 명가(서울 쿠키 컴퍼니). 서울 은평구 서오릉로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