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먼먼 고향에서 자라는 천상의 과일
하늘 가득 복숭아 꽃잎이 날리고
지구상의 모든 문화권에 사후 세계가 존재한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만들어진 상상 세계이다. 좋은 일을 하면 천국에 가고 나쁜 일을 하면 지옥에 떨어진다. 인간은 상상력을 한 단계 더 펼친다. 살아생전에 천국에 이르렀으면 하는 상상이다. 서양에서는 그 천국 세상을 유토피아라 하였고, 동양에서는 무릉도원(武陵桃源)이라 하였다.
중국의 무릉에 어부가 있었다. 물고기를 잡으러 계곡에 들었다가 길을 잃었다. 배를 몰아 나아가니 복숭아 꽃잎이 하늘 가득 날리었고 달콤한 향기가 감싸 안았다. 동굴이 보였고, 그 안으로 들어가니 별세계가 나타났다. 현실의 세계와 단절되어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거기에 있었다.
중국의 시인 도연명이 <도화원기>(桃花源記)라는 이름으로 이 이야기를 남겼는데, 그 이전에도 존재했던 전설일 수도 있다. <서유기>의 손오공은 원래 하늘나라 복숭아밭 관리자였는데, 복숭아를 몰래 따먹고 영원히 살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중국인은 복숭아에 영생의 기운이 있다고 믿었던 듯하다.
우리 조상들도 복숭아를 의미를 담았다. 복숭아나무는 귀신의 나무여서 집 근처에는 심지 못하게 하였다. 제사상에 복숭아를 올리지 못하게 한 것도 조상신이 복숭아에 붙은 귀신 때문에 제사 음식을 드시지 못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영생을 가져다주는 천상계의 열매이니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 것이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대궐 차린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복숭아꽃이 피면,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이 노래부터 떠올릴 듯 싶다. ‘꽃 피는 고향 산골’은 한국인의 심중에 있는 유토피아이며 무릉도원이다. 그 고향 산골의 꽃 중에 제일 앞서는 것이 복숭아꽃이다. 유토피아나 무릉도원이란 것이 어찌 보면 어린 시절 행복했던 한 시절의 기억 조각일 수도 있다. 복숭아는 고향에 대한 인간의 보편적 기억 한 조각을 꼭 쥐고 있는 과일인 것이고, 특히 무릉도원의 전설을 익히 들어온 한국인을 비롯한 동양인에게는.
춘천의 무릉도원을 찾는 홍콩인들
복숭아꽃을 어른들은 복사꽃, 복숭아나무를 복사나무라고 하였다. 한반도 자생 복숭아나무를 그리 불렀을 것이라 추측할 수 있다. 자생 복숭아나무는 식용하기에는 마땅하지 않은 작은 복숭아가 열린다. 돌복숭아 혹은 개복숭아라고 하는 복숭아이다. 익으면 향이 더없이 곱다.
복숭아 제대로 즐기는 법
일반 소비자는 복숭아를 황도와 백도, 그리고 천도복숭아 정도로 분류한다. 실로 다양한 복숭아 품종이 존재하는데, 이를 잘 알지 못한다. 이를 알리지 않는 농민이나 품종에 무심한 소비자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해마다 복숭아 철이면 품종 외우기를 시도해보는데, 쉽지 않다. 복숭아가 비슷비슷해 보이는 까닭이다.
이것만은 확실하다. 복숭아는 품종별로 다양한 맛과 향을 낸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품종에 관심을 두면 자신의 취향에 맞는 복숭아를 찾아내는 재미를 붙일 수 있다.
‘즐거운 농원’에서는 7월부터 9월까지 복숭아를 수확한다. 그 품종이 무려 10종이나 된다. 미황에서 시작해 몽부사, 그레이트, 용택골드, 영봉, 애천중도, 홍금향, 썬골드, 단금도, 수미까지이다. 수시로 확인하여 어떤 품종의 복숭아를 먹을 것인지 결정하는 재미를 붙여볼 만하다.
복숭아는 복숭아꽃의 색깔을 그대로 담고 있다. 옅은 분홍의 아련한 색깔이다. 복숭아에는 급격하게 경사진 곡선이 없다. 복숭아의 끝자리는 버선의 코끝처럼 새초롬하게 솟았다. 현실에 존재하는 과일처럼 여겨지지가 않는 자태이다. 여름 한철 이 아름다운 복숭아가 있는 춘천이, 강원도가, 한국이 무릉도원이라 상상하면 더위에 쉬 지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