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밤의 꿈처럼
매일 넘쳐나는 정보를 다뤄야 하는 디지털이 갑자기 피곤하게 느껴진다면?
디지털 세상에서 며칠만이라도 벗어나고 싶다면?
아날로그 감성을 충전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디로 가야 할까?
뜨거운 여름이 한창인 요즘, 딱 가기 좋은 곳이 있다.
디지털 세상을 피해 ‘인적이 적은 한적한 곳’을 찾아가고자 하는 여행자들에게 여름에 특히 안성맞춤인 곳이 있다.
카페이면서 숙소인데 밤새 열려있는 도서관도 되는 ‘영월 여행자의 노래’이다.
유년시절 매혹 당했던 만화책에 밤새 둘러싸여, 푹 빠지는 추억의 공간.
4만 권이 넘는 책장의 책들을 다 읽자고 들면 아마도 일주일도 모자라겠지만 일단은 며칠이라도 만족할 수밖에.
80% 이상이 만화책이라 날 밝는 줄 모르리라.
영월 주민을 위한 작은 도서관으로도 제공되는 시간은 낮 12시부터 저녁 8시까지. 이후부터 온전히 숙박 객들을 위한 공간이다.
저녁 8시 30분에서 아침 10시 30분까지. 책은 무료 옵션이다.
말 그대로 웹툰(webtoon)이 아닌 책에 파묻히고 싶은 이들을 위한 곳이다.
무협 시리즈로 만 가득한 방, 청춘 로맨스 만화방도 있다.
거실 입구에는 50년도 넘은 오래된 타자기가 전시되어 있고, ‘여행자들을 위한 음악 공간 지구별 음악회’라는 커다란 현수막 아래 드럼과 기타들이 놓여있다.
“연주를 해봐도 되나요?”라고 질문에 주인장은 흔쾌히 허락한다.
화장실 겸 욕실도 50여 년 전 구조를 그대로 두고 사용하도록 해서 어린이들에게는 시대상을 보여주는 최고의 역사 현장이다.
흔한 ‘북 게스트하우스’로 문을 열었지만 사실상 지역 주민들을 위한 작은 마을 도서관으로 이미 영월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를 잡았다.
장릉으로 가는 길목 도로변 밤길을 달리다 보면 유독 눈에 들어온다.
대문도, 담장도 없는 아담한 주택에 들어선 카페의 조명이 예쁘게 정원을 비추기 때문이다.
사실 1972년에 지어져 오랫동안 방치되던 오래된 주택이 변한 것은 6년 전.
신옥미•안형욱 부부가 구조를 변경하지 않고 리모델링해 처음 도서관을 만들어 일반에게 공개했다.
다음에는 게스트 하우스를 만들었다.
그 다음 해에 협동조합을 결성해 카페 겸 레스토랑도 운영하며 커뮤니티 공간으로 변모해가고 있는 중이다. 정기적인 북 콘서트를 열고, 인문학 책 읽기도 시도하고 독립출판 서점 역할도 한다.
하루 묵으면서 이들이 운영하는 문화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운이 주어진다면 왜 이곳이 영월 주민들이 아끼는 공간이 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터.
시작한 뒤 지금껏 이들이 지역주민들과 함께 진행해온 문화 프로그램은 멈춘 적이 없었다.
지난해는 매일 다른 주제로 행사를 가졌다.
월요일 저녁에는 ‘여럿이’라는 시모임과 기타 수업을 만들었고, 금요일에는 ‘시와 별’이라는 독서모임이 열렸다.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여행자 마켓을 열었다.
매주 주말 토요일 이면 정원에서 플리마켓을 진행하고 있다.
반응은 호의적이다.
여행자들도 좋아하고 영월주민들도 즐거이 찾아온다.
점차 참가자들도 늘어가는 중이다.
이들 부부는 언제나 처음처럼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처음 여행자의 노래라고 작명을 할 때 영월 여행의 출발점이 되어보자, 책과 커피, 음악, 여행, 그리고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하는 공간을 만들어보자 그랬어요. 지금 우리 부부는 늘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고 있어요.”
문의
여행자의 노래. 영월군 영월읍 단종로 70. 033-372-4174
https://travelerssong.modoo.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