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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
121호
Tour
가을을 품은 백담사
VIEW.9589
글•사진 주민욱_본지 객원작가
윤문 조은노_강원도청 대변인실

설악의 단풍이 이곳 백담계곡에도 곱게 내려앉았다.

온갖 색으로 물들어, 매양 보는 가을이라도 언제나 찬연하다.
늘, 당연한 듯이 대청봉만 있는 것처럼 산 정상으로만 향하던 길목의 시작.
익숙한 듯 새삼스러운, 버스로만 오갔던 그 길이 이번에 잡은 코스다.
백담용대 마을 백담탐방지원센터에서 백담사까지 약 6.5km 구간인데 대부분
자주 운행되는 셔틀버스를 이용한다.

어차피 3박 4일 산에 오르는 길, 잠시 잠깐 아슬아슬하게 좁은 길을 달리며 외통수 길에 협곡 사이를 지나는 묘미와 아득한 계곡의 풍광을 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엔 백담사까지 걸어가 보기로 했다.
설악산 국립공원 검문소 직원이 "걸어가느냐?"며 "쉬지 않고 걸어가면 한 시간 반 정도 걸리니 조심해서 다녀오라"고 알려준다.
시간을 어림해보니, 경사가 완만한 도로라 걷기 편할 것이라는 짐작을 해본다.



백담. 百澤. 
대청봉부터 백 개의 담(깊은 물응덩이)이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데 내설악을 대표하는 백담계곡답게 시작부터 장관을 보여준다.
가끔 지나가는 버스를 보내고 나면 또다시 찾아온 고요함이 반갑다.
온통 천연색을 휘감은 고즈넉한 산세가 온전히 내게로 다가온다.
바스락거리는 낙엽 소리, 그리고 조용하고 차가운 냄새가 정신을 깨운다.
두태소를 거쳐 어느새 거북바위도 지난다.




세 번째 다리인 강교를 건너면 물이 크게 휘돌아 전형적인 사행천의 아름다움이 드러나는 은선도(隱仙島)가 나온다. 허명이 아니다. 역시 신선이 숨을 만한 곳이다.
오후로 접어드니 왼쪽 계곡의 단풍이 햇빛을 받아 타오르는 듯 붉다. 공기는 차가운데 눈으로 들어오는 붉음이라. 

차가움과 따스함, 붉은색과 푸른색, 빛과 온도. 과학적으로야 자연의 섭리일 뿐이지만 그 조화가 놀라울 뿐이다.

구불구불 돌아가면 따스한 가을볕에 온몸이 따스함으로 휩싸인다.
하지만 조금만 돌아서면 푸른 그림자가 땅 아래로 짙게 깔린다.
차갑고 쓸쓸한데 어찌 이리 좋을까.




늘 버스 안에서 갈급해 했던 곳이라 성급하게 드론을 날려본다.
사각 프레임이 보여주는 가을에 다시 한번 반했다.
한참을 머무르다 이른 곳은 청룡담.

‘어름치와 열목어가 있을까?’
가만히 앉아, 울창한 푸른 숲 그 사이로 투명하게 흘러가는 계곡의 물줄기를 넋 놓고 바라보다보니 번잡한 생각들과 감정들도 흘러 사라진 듯 마음이 개운해졌다.

이제 원교를 건너면 만해 한용운이 머물며 다작을 했다는 백담사.
절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발바닥에 조금 열이 차오를 즈음 저 멀리 일주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무수한 염원이 담겨있는 수천 개의 돌탑 사이로 흐르는 물줄기가 힘차다.
‘오늘은 소망을 담아 작은 돌 하나 얹어야지...’ 


 



TIP
공영 주차장에는 백담사까지 셔틀버스가 운행되고 있다. 첫차는 오전 6시, 막차는 오후 5시.
계절에 따라 운행 시간이 다르다.

교통
●설악산 국립공원 : ☎ 033-801-0900. seorak.knps.or.kr 
●백담사 : 인제군 북면 백담로 746   ☎ 033-462-6969. www.baekdams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