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이 아닌 도로에서 즐기는 루지
모두를 우울하게 했던 폭풍과 폭우가 멈추기만을 기다렸던 지난 9월 16일.
폐쇄된 국도에서 루지를 즐길 수 있는 체험 시설이 개장해 한 달 만에 1만 3천여 명이 다녀가 소위 대박이 났다는 소식에 취재에 나섰다.
썰매를 타고 얼음 코스를 활주하며 초 단위의 속도를 겨루는 겨울 스포츠 루지.
2018평창동계올림픽 당시, 강원도청 소속 선수들이 메달을 획득하면서 스켈레톤, 봅슬레이와 함께 단숨에 인기 종목으로 등극했던 그 루지를 지금 탄다고? 도로에서?
궁금했다.
중앙고속도로 새말 IC를 나와 국도로 방향을 틀면 5분 남짓.
횡성 루지 체험장은 치악산 기슭 안흥면과 우천면의 연결 통로였던 국도 42호선 옛길 ‘오원리~전재 구간’을 그대로 살려, 활용한 레저스포츠 시설이다.
트랙 길이는 2.4km.
국내에 만들어진 루지 체험장 가운데 단일 코스로는 최장거리라고 한다.
매표소에서 발열 체크와 클린강원 패스포트 인증을 마치면 안심 여행 시작.
해발 500m 전재 고갯길 정상으로 향하는 꼬불꼬불 하늘길.
얼음 트랙 대신 폭 12m 왕복 2차선 아스팔트 도로 위에 루지 280대가 정갈하게 줄지어 서있다.
반신반의하며 썰매에 올랐다.
GO, GO, GO!
산비탈 질주가 시작됐다.
해발 540m인 전재 정상에서 시작되는 굽이 길.
‘두근두근’ 대는 심장소리. 긴장함 때문인지, 기대감인지 모를 이유다.
장애물을 요리조리 피하니, 가속이 붙어 절로 환호가 터졌다.
출발 지점과 도착 지점의 고도차는 140m.
자연의 고도를 이용한 무동력 카트에 몸을 싣고 내리막길을 그냥 달린다.
시속 31 km.
바람을 가르며 온몸에 짜릿함이 치솟는다.
스릴 만점.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확 사라지는 기분이다.
내달린 지 6분.
"와우” 감탄사를 몇 번 연발하고 나니 벌써 도착이다.
아쉽다. 이미 뇌리에 남은 이 재미, ‘어찐지 한 번으론 부족한데?’
다시 정상으로 향하는 셔틀버스 안. 다들 자신의 최고 속도를 자랑하느라 정신없다.
“직선 구간에선 순간 시속 60km까지도 오른다”는 직원의 설명에 불쑥 치솟는 승부욕.
어찐지 1회, 2회, 3회 가격이 다르더라니 다 이유가 있었음이다.
결국, 다시 출발 선상!
교관의 출발 신호로 시작된 두 번째 쾌속질주.
마음속은 올림픽 국가대표라도 된 마냥 비장했는데 한번 타본 자의 여유일까?
가을이 보여주는 청명한 하늘, 도로 양쪽으로 울창한 숲도 눈에 들어온다.
저 멀리 오원저수지도 보인다.
드높은 하늘도 유달리 곱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이래서 사계절 이용이 가능했구나!
썰매에 바퀴와 제동장치인 핸들이 달린 ‘무동력 소형 카트’에 가까운 신개념 루지다.
필수 안전교육을 끝내면 안전 매트와 방호벽으로 둘러싸인 트랙으로 입성이다.
별도의 운전기술은 필요 없다. 중력에 몸을 맡긴 채 핸들을 앞뒤로 움직여 변속 조절만 하면 준비 끝.
아스팔트 바닥에 그려진 트릭아트 구간을 지나면 폭포와 터널이 나오고 캐릭터 관문, 아이들 맞춤형으로 제작된 알록달록 천연색의 이상한 나라 구간은 단순했던 도로에 색을 입혀 재미를 만들었다.
아빠 무릎에 앉아 핸들에 손을 얹으며 까르르 환하게 웃는 아이.
그 뒤를 줄줄이 따라가는 엄마, 이모, 삼촌 루지까지.
운행을 끝내고 삼삼오오 기념사진을 남기느라 분주하다.
코로나19로 실내 생활에 답답한 요즘, 기분 전환하기에 딱 맞춤 레포츠다.
문의
●횡성루지체험장 luge.hsg.go.kr 횡성군 우천면 오원리 321-7 ☎ 033-342-5504
운영기간은 3월부터 12월까지. 10시부터 18시까지. 입장권 1만5000원을 구매하면 횡성군 관광상품권(3,000원권)을 나눠준다.
횡성군 소재 숙박업소를 이용한 영수증을 보여주면 20% 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