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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
122호
Tour
정선의 ‘숲 자매 숲 생활’
VIEW.9636
글·사진 이혜진_정선 들꽃 사진관 대표
사진 숲 자매 숲 생활


숲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나라 전체 면적에서 산림은 국토의 약 64%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숲이 많은 편이다.
하지만, 우리는 산에서 잘 노는 방법을 모른다. ‘등산하는 것 외에 산을 즐길 방법이 뭐가 있을까’
떠올려보면 딱히 생각나는 것이 없을 정도이다.

그중 다행인 것은, 요즈음 코로나로 비대면 야외활동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20~30대들의 등산이 유행되고 있다. (사실 등산을 좋아하는 필자는 산 정상 비석 앞 사진을 찍어서 올리면 항상 ‘아재’ 냐는 쓴소리를 듣곤 했는데 아주 기분 좋은 소식이다)
더 나아가 캠핑이 유행하는 것도 산촌에 사는 우리로선 반가운 일이지만, 우리에겐 가이드라인이 없다 보니까 그곳에서 어떻게 놀아야 할지, 쓰레기, 오물과 같은 것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 라서 오히려 자연이 더 훼손되어가고 있다. 사람들이 숲에서 잘 즐기지 못한다는 것이다.

숲에서 할 수 있는 게 등산 말고 또 다른 재미난 건 없을까?
숲을 바르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이렇게 숲과 삶의 높은 벽을 허무는 방법을 고민하는 친구들이 있다.
정선의 산촌 생활을 중심으로, 숲 콘텐츠를 만들어나가고 있는 ‘숲 자매 숲 생활’의 김정하, 김인하.
이들은 정선에서 변화를 만들어 가고 싶어 하는 쌍둥이 자매이다.

‘숲 자매 숲 생활’을 하게 된 이유가 뭘까?’ 이들의 삶 자체가 ‘숲 생활’이라서 개인적으로도 한 번도 물어본 적이 없던 질문이었다. 그냥 그동안 나눈 대화로 추측만 할 뿐이었는데 새삼스러우면서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숲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좁혀나가고 싶어 했다.
그 시작은 ‘사람들은 바다는 쉽게 가면서 왜 숲으로 놀러 가진 않을까?’라는 호기심에서부터였다.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산골에서 자랐다. 학교 끝나고 친구들이랑 노는 게 전부이고 주말에는 마을, 학교, 마트와 집까지의 거리도 한참이어서 산속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았다. 집에서도 할 일이 많았 다. 아궁이에 불도 지펴야 하고 그러려면 장작도 패야 했다. 전기가 없어서 빨래도 직접 해야 했고 밤이 어두워지면 촛불을 밝혀서 다녀야 했다.

주말에는 뒷산(민둥산)에 오르기도 하고 거기서 주워 온 숲 재료들을 가지고 둘이서 이것저것 만들 어보며 시간을 보내곤 했었다.
숲에서 보내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많았던 이 둘이, 사회에 나왔을 때 숲으로는 놀러 가지 않는 사 람들의 모습이 당연히 의아했을 터. 그래서 숲 콘텐츠의 필요성을 느꼈던 것이고,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보고자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산림에 대한 시스템이 세계 톱 클래스라서 많은 나라에서 견학을 올 수준이지만, 숲에 대한 문화는 거의 없다. 해외는 ‘갭이어’ 제도도 있고 학교 수업에서도 자연을 많이 활용하고 있어 서 상대적으로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은 문화가 만들어져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자연을 탐구하는 문화가 흔하지 않다.

어른들과 등산해보면 쉽게 깨달을 수 있다.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며 올라가시는 분들이 많다. 이 지역의 나무 종류가 무엇인지 보면서 나무들의 열매와 잎도 살피시고, 짐승의 흔적도 살피시고, 봄 철엔 나물도 어떤 게 자라는지 살피시면서 올라가신다. 하지만 우리 세대는 그럴 여유가 없다. 얼 른 올라가야 얼른 내려오고 다음 스케줄을 소화할 수 있을 테니까.

또한, 아이들이 놀이터의 흙을 만지면 “에잇! 지지야 지지!”라고 교육을 하는 것만 보아도 얼마나 자연을 탐구할 의지가 없는지도 알 수 있다.
숲 자매 친구들도 산촌 살이지만, 필자 또한 그 근처 마을이라 비슷한 추억이 있다. 나의 어릴 적은 남녀불문 다 같이 모여서 자전거 라이딩도 하고, 민둥산역 기찻길 건너편 산에 아지트를 만들어서 소중한 물건 하나씩 가져다 놓기도 하고, 낙엽을 주워다가 러브 장에 붙이기도 하고, 돌가루를 빻 아서 약국 놀이를 했던 기억도 있다.
인터뷰하다 시작된 추억 놀이로 우린 과거의 숲 생활을 공유했다.

 


정선에서도 우리 잘살 수 있어요!
지역은 점점 소멸하여 가는데, 그렇다고 내가 살던 곳이 사라지는 걸 볼 순 없다. 산촌이지만 이곳 에서의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어서 청년들과 공유하고 기록하고 남긴다면 지역 소멸의 가속화에 조금씩 브레이크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좋은 선례로 남고 싶어 했다.

“우리가 산촌에서 태어났지만, 우리도 여기서 살기 힘든데 누가 살고 싶어 할까요?
그러니까 우리가 일단 해보는 거예요. 모임을 하든, 일하든 지역에 살고 싶어지게. 그러다 보면 지역을 새롭게 바라보는 청소년도, 청년도 늘어날 거에요.”



우리는 그동안 정선에 돌아오거나 남아있으면 뭔가 모자라거나 사연 있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꼭 타지로 나가야 했고, 돌아온 청년들에게는 어김없이 “여기서 뭐 해, 다시 도시로 가야지.”라고 하는 어른들에게 반박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들의 느리지만 꾸준한 움직임으 로 어른들의 생각은 바뀌고 있다. 지역에 있는 청년이 뭔가 하자가 있어서 여기 있는 게 아니라는 인식이 생겨나고 있다는 게 중요한 지점이다.
숲 자매들의 활약으로 이제 앞으로는 지역의 후배들한테 선택지 하나를 더 보여주게 되었다.
얘들아 “여기 남아 있어도 괜찮아”, “힘들면 지역으로 돌아와도 괜찮아”

 


지역과 함께하는 프로젝트
지역에서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지, 정선을 알릴 수 있을지 고민이 참 많은 친구다. 그리고 그 고민이 본인들한테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 있는 다른 청년들과 ‘청춘일지’ 출판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고 지역의 청소년들을 멘토링 하는 ‘라이프 디자인 워크숍’ 으로도 이어나가고 있다.
더 나아가서 지역의 관광을 연결하여 함께 여행하는 ‘로컬 트립’, 숲을 투어하고 체험하는 ‘숲 숲 트 립’이 있다. 본인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정하 대표가 잘하는 건, 산림/사회공헌/사람/여행을 엮어내는 것.
인하 대표가 잘하는 건, 영상/여행/사람을 기록하는 것.

지역에 있는 청년들도 모으고 타지에 있는 사람들을 모아서 정선에서의 좋은 추억을 가지고 돌아 가게끔 하여 정선의 새로운 이미지들을 만드는 노력을 하고 있다.
최근에 에어비앤비에 체험호스트로 등록이 되었는데 여기서 유입되는 체험도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문의
숲자매숲생활   www.instagram.com/forest_of_twins   ☎ 010-8576-5469   정선군 남면 약수길 16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