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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
122호
Tour
늦가을에 떠난 양구 시티 투어
VIEW.9834
조은노
사진 박상운·전영민
윤현기_양구군청 기획조정실


때때로 계절을 깊숙하게 느껴보고 싶은 순간들이 있다.
매화꽃 아래 파묻힌다든지, 여우비에 흠뻑 젖도록 걷는다든지, 떨어져 쌓인 낙엽에 신발을 담근다든지, 코가 빨개지도록 추위에 떨어본다든지, 폭설이 세상을 덮을 때 세탁 걱정 없이 맘 편히 뒹군다든지, 하는 그런 일들.

지난 11월 중순의 어느 날.
취재 요청으로 양구를 찾았던 그 날이 필자에게는 그런 순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호숫물을 다 빼서 을씨년스럽다는 만류에도 한반도 섬을 첫 번째로 간 것은 갈대를 품은 습지를 보고 싶 은 열망 때문이었다. 반짝이는 화려함은 없었지만 고요함이 제법 운치가 있었다. 앙상한 가을의 쓸쓸함 이 제대로 드러난다고나 할까. 아주 잠깐, ‘일몰은 어떨까?’ 하는 궁금증이 일어서 촬영 궁리를 했다.
사실, 파로호 상류에 만들어진 이 한반도 섬은 인구 22,276명의 작은 도시인 양구군이 관광객 유치를 목표로 완성한 163만㎡ 규모의 국내 최대 인공습지. 2002년 우리나라의 4극 지점인 독도 동단, 평북 마안도 서단, 제주마라도 남단, 함북 유포면 북단을 기준으로 한 중앙위선과 중앙경선이 만나는 중앙 지 점이 인공위성을 이용한 과학적 측정에 의해 남면 도촌리 산 48번지로 확인되자 양구군이 냉큼 이곳을 상품화한 것이다.
파로호 인공습지 내 한반도 섬을 만들면서 둘레 길도 조성했다. 양구 10년 장생 길 8년 길로 두 개로 나 뉘어 있다. 8km인 소지섭 길은 짚라인 전망대와 용머리 공원, 청춘 공원, 궁도장, 이해인 시문학관을 모두 거친다.




한반도 섬은 직선으로 쭉 뻗은 덱을 따라 걸으면 곧바로 연결된다.
입구에는 각종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는데 인스타그램 사진 맞춤형이다. 울릉도를 그린 습지(취재 당일 에는 물이 빠져 알 수 없었지만), 독도, 지리산, 제주도를 상징하는 돌하르방과 한라산을 본뜬 모형물은 소소한 웃음을 준다. 최근까지 붐볐다는 짚와이어의 차례를 기다리면서 커피를 한잔 마실 수 있는 카페 는 어느 지점에서도 그림이 된다.
여름이라면, 수생 식물과 담수어가 뿜어내는 물결 바람이 좋은 산책로 일터인데…. 하긴, 지난여름에도 꽤 인기였다. 강원도 캐릭터 범이 곰이를 태우고 촬영한 유튜브 영상이 94,924회 조회 수를 기록하는 정도였으니.
섬 한 바퀴를 돌면 한라에서 백두까지 도보 종주를 마친 격이니 따뜻해지면 다시 한번 오리라는 마음을 먹어본다.



한반도 북방계와 남방계 식물이 만나는 지점에 있는 양구 수목원
오전이 후딱 지나니 동료들과 착한 식당으로 유명한 전주식당 두부찌개로 배를 채우고 동면 원당리 양 구수목원으로 향했다.
북방계 향토 수목 유전자원의 수집과 증식, 보존, 연구, 더불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 도 운영하는 이곳은 13만4,400여㎡에 DMZ를 주제로 한 야생동물 생태관•야생화 분재원, 최근 개관한 목재 문화체험관도 있다.
교목류, 관목류, 초본식물류를 합해 보유 식물만 총 1,074종에 4만1천 그루. 구상나무길, 잣나무숲 길, 무장애 나눔 길로 불리는 산책로도 해설사 설명 요청을 신청할 수도 있다. 야생화 분재원 앞에 교교하게 서 있는 수령 350년의 인사하는 나무가 마치 분재원을 대변하는 듯하다. 소나무, 팽나무, 모과나무, 윤노리나무 등 DMZ 중부지역과 대암산에 자생하는 희귀 야생화와 전국 각 지에서 수집한 1,600여 점의 분재가 있다. 잎 뽑기와 잎 솎기, 잡목 분갈이, 전지와 전정 작업으로 늘 푸 른 자태를 뽐내고 있다.
또 목재 문화체험관은 어린이들이 나무를 직접 만져보고 목공예 작업을 체험할 수 있는 목재 작업실, 목 재의 역사와 특성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체험실과 목재 전시실도 만들었다.

 


박수근 미술체험마을 어린이미술관
올해 가장 주목을 받은 곳은 박수근 어린이미술관.
박수근 미술 체험 마을 조성 사업이라는 큰 그림의 두 번째 조각의 완성품이다. 야외 놀이터가 지난해 11월에 먼저 완성되었고, 어린이미술관은 지난해 6월 문을 열었다. 예술과 첨단기술이 결합한 전시실 중심으로 온라인에 특화된 어린이들 경향을 십분 반영한 맞춤형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입구에는 양구 미석예술인촌 입주 작가인 최대성 조각가가 박수근 화백의 작품 속 ‘나무’와 ‘두 여인’을 픽셀 형식으로 조각한 체험형 작품이 설치됐고, 메인 전시실은 전체를 미술체험 공간으로 설계했다.

개관 기념 기획전으로 내년까지 전시 예정인 문준용 작가의 미디어아트는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숨 은 그림찾기’ 작품은 손전등 모양의 특수 장치로 어두운 곳을 비추면, 빛을 받은 부분이 움직이며 살아 난다. ‘목련’, ‘농악’, ‘절구질하는 여인’ 같은 정감 있는 박 화백의 대표작 50여 점을 구현했다.

양구 출신 김용철 동화 작가가 박 화가의 어린 시절 일화를 담은 동화책 <꿈꾸는 징검돌> 속 삽화 20점 도 대형 영상으로 송출된다.

 


애니메이션 기술과 비디오 장면을 이용한 모션 그래픽스(motion graphics)도 있다. 박수근의 평면 회 화 50~60점을 활용한 모션그래픽스 위에 관람객이 그린 그림을 투영하는 섹션이다. 박 화백의 작품에 아이들이 참여해서 새로운 작품이 만들어지는 방식으로 박수근과 함께하는 수많은 N계의 그림이 탄생 하고 있다.

이 밖에도 박 화백의 일대기를 그린 동화 ‘꿈꾸는 징검돌’과 박수근·김복순 부부가 함께 엮은 동화책 ‘고 구려 이야기’를 영상화한 작품을 선보이는 기획전시실, 박 화백의 작품에 표현돼있는 마티에르 기법을 접목한 체험전시실, 어린이의 감성에 맞춰 디자인된 교육실, 뮤지엄 샵이 들어서 있다.

양구군은 지난 2017년 국비 37억5,000만 원과 도비 11억2,500만 원, 군비 26억2,500만 원 등 총 75억 원의 사업비를 확보해 양구읍 정림리 박수근 공원에 미술체험 마을 조성 사업을 추진, 지난 4월 착공한 퍼블릭 전시관이 올해 12월 준공되면 마지막 공간이 완성된다.


 



문의
● 한반도 섬 : 양구군 양구읍 고대리 647-1
● 양구 수목원 : www.yg-eco.kr 양구군 동면 숨골로310번길 169. ☎ 033-480-2529
● 박수근 어린이미술관 : www.parksookeun.or.kr 양구읍 박수근로 265-15. ☎ 033-480-26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