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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
122호
Food
강원의 사과
VIEW.10369
조은노
사진 김연미_푸드전문 사진 작가
촬영 협조 애플카인드 홍보팀, ㈜까미노사이더리

최고의 맛 ‘강원 사과’

 


   





겨울이 막 시작되는 계절, 소위 첫서리가 내리고 나면 더 바빠지는 농부들이 있습니다. 이제는 연중 먹을 수 있는 과일이지만 그래도 10월부터 12월까지가 제철인 사과의 마지막 과수, 부사를 수확하려는 이들입니다.
강원도 2천여 농가의 농부들은 지난 11월 중순까지 한 알의 소중한 사과를 따느라 몹시도 분주한 하루하루를 마감했습니다.

사과. apple. Malus pumila Miller.

그리고 능금. 우리나라 사과의 시작을 알린 재래종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자그맣게 소리 내어 읽으면 참 어감이 곱습니다. ‘계림유사(鷄林類事, 1103)’에 의하면 고려 중엽에는 임금(林檎)으로 표기되기도 하였다니 발음이 같기에 ‘임금의 다른 말이었을까? 그만큼 귀해서?’ 하는 얼토당토않은 생각을 해봅니다.
아무튼 조선 중기 효종 때 중국에서 전해졌다는 기록도 있으나, 개량 사과는 1884년경부터 선교사들이 몇 그루씩 사과나무를 들여온 후 1901년 윤병수(尹秉秀)가 미국에서 사과 묘목을 들여와 원산 부근에 과수원을 조성한 것이 경제적 재배의 처음이라고 합니다. 연평균 기온 8~11℃의 비교적 서늘한 기후가 재배에 적당한데 우리나라는 특히 가능한 유효경사지가 많아서 한때 전체 과수 재배의 약 40%를 차지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농사로. www.nongsaro.go.kr)

현대에 이르러서는 수용성 식이섬유소 펙틴이 풍부한 사과는 장의 기능을 활발하게 해, 변비에 최고로 꼽혀왔습니다. 또 유독 성분을 흡수해 장 속에 가스가 생기는 것을 막고 혈중 콜레스테롤 감소 작용, 또 칼륨과 유기산 종류인 사과산, 구연산, 주석산은 피로를 풀어 스트레스 해소(네이버 지식백과, 가톨릭중앙의료원) 기능을 해 사시사철 과일로 등극한 지 이미 오래입니다.
그래도 제철이라는 요즘, 강원도 사과가 높은 인지도를 점유하며 인기 상승중입니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선정하는 ‘대한민국 대표 과일 선발대회’에서 평창군 봉평면 백옥연 농장주가 생산한 사과가 당당히 대상을 차지했습니다.

영월군의 문명호 농가는 최우수, 지순식 농부는 우수상을, 영월 서용원 농가와 홍천 동면의 허남철 농부도 장려상을 수상, 강원도가 휩쓸었다는 표현이 절대 과하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외형도와 당도와 경도는 물론이고 시설과 생산능력, 안전성 심사에서도 탁월함이 인정된 거지요.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홍천 사과 브랜드에 나선 홍천군은 올해 3,500t을 출하했으며 2016년부터는 사과 축제를 개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지난해에는 합격 기원을 새긴 ‘수능 홍로’를 출시, 소위 대박을 터트렸습니다. 양구 사과는 2018년에 서울 가락농수산물도매시장 경매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이처럼 강원도 사과가 고소득 과수로 인식되면서 최근 몇 년 동안 생산량도 빠르게 증가했습니다.
2010년에 384ha에 불과하던 재배면적이 2015년에는 726ha로, 2019년에는 1,049.5ha까지 크게 늘어 올해 강원도 재배면적은 1,229ha를 기록했습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세 배가 넘는 수치입니다. 생산량에도 고스란히 투영되었습니다. 5년 간격으로 3,484.8t에서 11,749t으로, 지난해에는 20,492.1t으로 가파르게 상승했지요.

무려 74.4%나 증가한 겁니다. 당연히 농가 수도 빠르게 늘었죠. 10년 전에 588 농가에서 2015년에는 1,121개, 지난해 2,000 농가를 넘었습니다. 거의 100%에 가까운 증가세입니다.

국내시장 점유율 3.9%의 사과가 맛에서만큼은 존재감을 드러내 전국 최고의 위엄을 달성한 것입니다.
이제는 수출 길도 열리고 있습니다. 홍천과 정선, 양구에서는 홍콩과 베트남, 필리핀으로 지난 3년간 62.2t의 물량을 보냈습니다. 영월 사과는 러시아로도 팔려나갑니다. 지난 11월 30일 영월 한반도농협과 영월산업진흥원, 강릉농산물도매시장은 6개 농가가 출하한 사과 5t을 러시아로 수출, 첫 선적을 마쳤습니다.
강원도는 이런 소비 경향 변화에 맞춘 품종 육성과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해 우리품종 단지를 태백에 조성, 완료했으며 아리수, 루비에스 등 신품종과 저장 기술 보급을 주도하는 한편 준고랭지 적합 품종인 ‘홍금’의 특산단지도 정선에 조성중입니다.




정선군은 기후변화에 대비한 농업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으로, 2022년까지 재배면적 300㏊ 이상 확대하고 연간 생산량을 9,300t 이상 늘려 연간 농가 소득을 280억 원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답니다. 특히 고랭지 가공센터를 10월에 준공, 현재 시범 운영 중으로 2021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가공 제품·디자인 연구개발을 진행, 정선사과 6차 산업화 활성화를 위한 시금석을 마련했습니다.

사실 강원도 사과의 성장과 재배 분포의 급격한 지형 변화에는 기후 변화가 제법 큰 요인으로 자리합니다.
환경부와 기상청이 발표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 보고서에 따르면 한반도의 기온은 지구 평균보다 온도 상승 속도가 2배 정도 빠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산업화에 따른 급속한 개발로 급증한 온실가스 배출로 지난 100여 년 동안 전 지구 평균 지표면 온도가 0.85도 상승했지만, 한국은 약 1.8도 상승했고 90년대까지는 여름 기온이 연간 0.03도씩 올랐는데 2000년대부터는 20배 이상 높은 0.65도씩 오르고 있답니다.


강원도 사과의 진격은 한반도 기온 상승으로 인한 농작물 주산지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실제 사례이기도 합니다. 재배한계선의 북상이 반영되어 농사 지도 지형이 변화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할 수 있지요. 국립기상과학원은 2018년 ‘한반도 100년 기후변화’를 예측, 현재 추세로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경우, 매년 한반도 온도가 5°C 가까이 상승하고 이 전제를 가정할 때 강원도 산간을 제외한 대부분이 21세기 후반이면 아열대 기후로 변경될 수 있음을 알렸습니다. 강원도 일부가 유일하게 남아있는 사과 재배지가 될 수도 있다는 뼈아픈 가정이 담겨있기도 합니다.

여름에 저온을 유지할 수 있어서 더 맛있는 강원도 사과.
큰 일교차로 더 아삭해서 한 겨울까지 저장해 먹을 수 있는 강원도 사과.
오래도록 이 한 알의 사과를 맛볼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