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화제를 몰고 있는 강원FC
2021년 1월 1일.
2002 한일 월드컵 영웅, 강원 FC 이영표 대표이사가 취임했다.
강원 FC는 지난해 12월 22일 강원도 체육회관 대회의실에서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개최해 이영표 전 축구선수를 강원 FC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신임 이 대표는 2000년 K리그에서 데뷔해 2002년 월드컵을 통해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입단, 프리미어리그 토트넘과 도르트문트와 알힐랄FC, MLS(미국 메이저 리그 사커) 밴쿠버 화이트 캡스 활약을 끝으로 2013년 현역에서 은퇴했다. 해설위원과 대한 축구 협회 축구 사랑 나눔 재단 이사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다 강원 FC의 수장을 맡아, 고향인 강원으로 돌아왔다.
만 44세의 K리그 최연소 대표이사.
유럽 빅 클럽의 시스템을 몸소 체득하고, 쉽지 않은 중동과 미국에서의 경험까지 축적한 그가 강원 FC 수장으로, 그라운드로 다시 돌아와 취임 직후 시작된 스토브 리그로 연일 화제를 몰며 한국 프로 축구 역사의 한 장을 만들어 가고 있다.
강원 FC는 지난 1월 초 부산 수문장 김정호를 영입하며 이범수, 이광연, 권재범 선수로 4명의 골키퍼 라인을 완성했다. 국가대표 출신 임창우, 포르투갈과 FC 안양에서 활약한 미드필더 황문기 선수도 영입했다. 김기환, 김대우, 박상혁, 양현준 선수에 이어 대구 FC에서 신창무 선수를 데려오며 공격력을 강화했다. 또한 한국영 선수와는 2024년까지 함께 뛴다는 재계약도 성공해 이적 시장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며 강원 FC의 레전드 선수를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식 취임을 앞둔 지난해 12월 30일, 강원 도청 기자실에서 열린 기자회견 당시 밝힌 그의 비전을 공개합니다. - 편집자 註
강원 FC 대표 수락은 한국 프로 축구계에 누구도 예상치 못한 소식이었습니다.
축구 행정가 선택이라는 결심의 계기가 무엇인지요?
“사실, 지난 몇 년 동안 여러 구단으로부터 제안을 받았지만, 그때는 시기가 적절하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면서 작은 조직이었지만 경영을 맡았고, 강원도의 제안도 3번이나 있었습니다. 깊게 생각한 끝에 이제는 준비가 되어있다고 판단해서 수락하게 되었습니다.”
강원 FC의 현안이 많습니다. 예산도 줄었습니다. 선수로서의 경험과 경영은 다른데 어떻게 조율해 나갈 건지 궁금합니다.
“예산은 추경도 있고, 필요하다면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서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설득할 겁니다. 또 클럽 스스로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환경적인 수익 구조를 만드는 방안도 찾아봐야죠. 선수 출신이기 때문에 선수단 운영에 관해서는 자연스럽게 여러 생각이 떠오릅니다. 선수와 감독, 최종 결정권자의 역할이 무엇인지 유럽의 여러 필드에서 배워왔기 때문에 조율과 운영에 대한 걱정은 없습니다.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면 됩니다.”
강원 FC 대표로서 가진 청사진은 무엇인지요?
“클럽에서 가장 중요한 첫 번째는 축구를 잘하는 겁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축구의 본질이기 때문에, 축구를 잘하는 것이 최고의 마케팅입니다. 그런데 축구를 잘해도 팬들로부터 사랑받지 못하는 팀은 의미가 없습니다. 팬들에게 사랑받는 매력적인 팀이 되어야 관중이 많아집니다. 마지막으로 재정적으로 안정된 팀을 만드는 것이죠. 축구를 잘하는 것과 매력적인 팀과 재정, 이 세 가지가 균형을 이루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축구를 잘하려면, 튼튼한 재정으로 좋은 선수를 영입하고, 좋은 선수는 경기력을 보장하니까 팬과 관중이 늘어나게 되지요. 그러면 홍보 효과가 있기 때문에 기업의 러브 콜이 생기고, 수익 구조가 만들어지게 되는 선순환이 발생합니다. 이 세 가지는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동시에 발전시킬 수 있는 지가 관건입니다. 대표로서 할 일이 여기에 있다고 확신합니다. 유럽 최고 클럽들의 운영 방식에 대한 근접 경험치가 있고, 또 그동안 K리그에서 강원 FC가 오늘의 위치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나쁘지 않으니 우리는 나아갈 수 있을 겁니다.”
국내 최연소 구단 대표인데요, 선수나 감독, 그리고 운영진과 어려움은 없겠습니까?
“저는 선후배 개념이 없는 해외에서 16년 간 선수 생활을 했습니다. 대표이사와 감독, 선수, 운영자들은 서로의 역할과 책임이 다릅니다. 분명하게 구분돼 있지요. 전혀 문제 되지 않습니다. 저는 제게 맡겨진 일을 할 뿐입니다.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면 됩니다. 특히 감독이 원하는 선수를 재정 때문에 데려오지 못할 수는 있어도, 감독이 원하지 않는 선수가 들어오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강원 도민 구단인 강원 FC는 지역 주민과의 스킨십 확대와 전용 구장 건설이 현안입니다.
구단의 역할을 어디까지 생각하십니까?
“강원 FC의 전용 구장은 꼭 필요합니다. 당연히 그 결정 과정에서 강원 FC가 주체 중 하나로서 담당할 역할이 있고, 그것을 해나갈 것입니다. 그게 강원 FC를 위하는 것이고, 팬들을 위하는 일이며 바로 강원 도민을 위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지역 주민들의 호응을 끌어내는 것은 강원 FC를 사랑해서 매 경기를 보고, 이기면 같이 기뻐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우선입니다.
제가 캐나다에 있었을 때 관람 티켓이 1,000달러가 넘는 아이스하키 경기 대신 딸아이의 친선 농구 대회를 찾아가 응원을 하고 몹시 즐거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스포츠는 이처럼 관계가 중요하고, 이유가 있어야 하며, 직접적인 터치가 있어야 합니다. 지금 강원 FC 경기에 3천여 명이 관람객이 오는 그들이 바로 이유를 가진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아주 어려서부터 터치를 통해서 연결이 이루어지는 관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들이 경기장으로 오는 거지요. 이게 제가 생각하는 마케팅입니다.
연예인을 부르면 일시적으로 관객은 몰리겠지만 팬덤이 되지는 않으니까요. 유럽 리그는 아들이 아버지 손을 잡고 경기장에 첫발을 디디지요. 그리고 나의 팀 경기를 보고 울고 웃던 순간을 보고 자란 이들이 어떤 마음으로 그 팀을 응원하게 될까요? 심지어 목숨을 거는 경우도 봤습니다. 문화를 넘어서 어떤 사람의 삶 그 자체가 되는 거지요. 영국에서는 일주일 동안 열심히 일하고, 주말에 내가 응원하는 팀의 선수 명단을 찾아보고, 스토브리그를 확인합니다. 그야말로 삶의 일부인거지요. 그럴 때 10만 명의 관중들이 몰려옵니다. 시간과 터치가 계속 이어지고, 지속해서 스토리들이 탄생합니다. 의식적으로 이런 일들을 차곡차곡 쌓아 간다면, 지금 당장 만 명의 관중이 되지는 않지만 10년 뒤에 그 이상의 관객이 올 수 있겠지요.
넓게 깊게 멀리 보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삶 속에 들어가서 역사를 만들어 주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