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극의 도시로 불렸던 ‘춘천’의 명성을 기억하시나요?
어린이들을 위한 대규모 축제가 전무하던 시절, 야심 차게 시작하여 30년이 넘도록 명맥을 이어 온 춘천 인형극제와 그여세로 마련했던 전용 인형 극장을 가진 춘천.
한때, 시민들이 한마음으로 즐겼던 인형극제와 공간의 부활을 꿈꾸는 이들의 마음을 모은 춘천시립인형극단이 지난해 출범, 지난 1월 23, 24일 춘천인형극장에서 무대에 올린 창작극 ‘하얀 산’이 성공리에 창단 공연을 마쳤다.
전국 최초 공립 인형극단이자 전문 인형극단.
설레는 마음으로 첫 무대에 올린 이들의 개막 공연은 만석이었다. 춘천인형극장의 전체 객석은 506석. 코로나로 관람좌석30%를 준수해 142석에 불과했지만, 예매 사이트에서는 일찍이 매진, 인형 극단의 성공을 기원하는 시민들의 마음을 증명했다.
단원들은 지난해 코로나 19로 연말에 예정되었다가 미뤄진 이 개막 공연에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출발 선언이니 만큼, 앞으로 이 공립 극단의 비전을 보여줄 작품을 선택해야 했고, 어린이들의 상상을 자극하기 위한 본래 기능에도 충실한 인형극이면서 요즘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의 감성도 감안하고, 디지털 융합도 고려 대상이었다. 동시에 성인들의 시야도 잡아채야 했다.
그래서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창작극을 무대에 올렸다. 단원들과 시립예술단, 춘천시 문화재단이 머리를 마주하고 고민을 거듭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어린이 전유물로 여겼던 인형극을 성인에게도 감동을 줄 수 있는, 한 편의 연극으로 완성하자는 전략이 적중했다.
전 연령을 아우르는 ‘연극과 인형극이 결합한 새로운 장르’를 선보였다는 호평을 받았다. 경민선 작가가 쓰고 조현산 이사장이 연출한 이 작품은 인형극만의 극적 요소를 극대화, 무대 전체를 오브제로 적극 활용한 데다 인형들이 인물의 심리와 배경에 따라 다양한 크기로 바뀌며 감정을 표현해 박수를 받았다.
가족과 행복한 한때는 어른들 보다 커지고, 두려움에 떨 때는 손바닥만큼 작아지며, 감정의 크기로 변하는 인형들은 관객들에게 신선한 감동을 선사했다. ‘하얀 산’ 작품은 또한 2021 예술의 전당 어린이 가족 페스티벌 초청작으로 선정되어 오는 7월 예술의 전당에서 다시 볼 수 있다.
앞으로 춘천시립인형극단은 매년 한 편 이상의 작품을 정기공연으로 올리고 국내외의 활동도 계획하고 있다. 또 장르를 아우르는 협업을 시도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작품을 구상 중 이다.
한편 춘천시 문화재단은 공립 시립 인형극단 창단을 계기로 인형극 시장의 질서를 재편하는 견인차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문적인 인형극에 대한 연구 활동, 극단을 위한 지원, 인형극 전문가 양성, 인형극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아이템 발굴, 일정 부분 생계가 보장되는 전문 인형 배우를 찾아내 양성하는 일까지, 할 일은 많지만, 열정이 부족하지는 않으니 인형극 시장의 변혁은 이미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