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이미 와이너리가 6차 산업의 한 축이 된 지 오래지만, 최근에는 아시아의 약진도 만만치 않다. 중국의 와인 소비 지수가 세계 6~7위를 웃돌며 새로운 와인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런 변화의 물꼬가 트고 있는 가운데 청정 자연이라는 프리미엄 가치를 소유한 강원도에서도 시선을 끄는 와이너리가 출현, 점차 늘어나는 중이다.
오랫동안 묵묵히 포도 재배에 천착해온 농부들이 안정적인 생산에 성공하고, 판매처도 확보해 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만들어 점차 알렸다.
또 이면에서 그들을 독려하며 지원해온 지자체와 기관들, 외부 전문가들이 모여 독자적인 포도 품종도 개발하면서, 자연스럽게 가공식품 개발에 심혈을 기울여 왔으니 자체 와인 브랜드 탄생은 어쩌면 필연적인 귀걸이였을 터이다. 특히 지난 2018년 소규모 주류 제조업과 관련된 주세법 시행령의 전면 개정은 폭발적인 브루어리 증가를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국내 와인 시장에도 급격한 변화를 유발해 지자체와 연대한 와이너리가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무엇보다도 와이너리에는 와인과 어울리는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 숙박과 더불어 각종 체험이 있다.
참가자들은 천연색 물감 놀이, 포도 알 던지기, 와인 배틀(battle)을 즐긴다.
미술 전시도 어울리고, 작은 음악회가 열려도 좋다. 이런 특성으로 와인은 문화 서비스가 가미된 6차 산업으로 진화한지 이미 오래다. ‘와인’이 그 어떤 것에도 밀리지 않고, 멋과 여유, 낭만을 지닌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를 확고히 해온 이유일 터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강원도는 도심에 지쳐 한유를 갈구하는 이들에게 도화선 역할을 하는 듯도 싶다.
현재 강원도는 4개의 와이너리를 보유하고 있다. 춘천 만나 포도원, 홍천 너브내 와이너리, 영월 예밀 와인, 삼척 끌로너와 와인이다.
원고를 쓰면서 지도에 표시하고 보니 ‘ㄴ’자의 고리 모양이 그려져 재미있다 싶으면서 ‘지정학적 원인이 있을까’하는 호기심이 생긴다. 이들은 제각각 풍미와 향, 규모도 다르다. 지역마다 토질도 다르니 맛에서는 확연하게 구별되는 뚜렷한 개성으로 브랜드의 특별함이 존재한다.
요즘 세계 와인 시장의 화두는 *바이오 다이내믹 와인이다.
그런데 필자에게는 바로 춘천의 만나 포도원이 이 농법으로 와인을 생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유기농 농법으로 재배하고, 포도주를 생산해온 이들의 와인은 *유기농 와인보다 조금 더 자연주의 농법이 가미된 내추럴 와인으로 느껴졌다. 자연 효모가 내뿜는 쿰쿰한 향이 그대로 녹아, 거부감 없이 사뭇 다르다. 방부제나 이산화황과 같은 화학 첨가물이 없는 말 그대로 건강 와인이다. 일반 판매 가격 또한 유기농 와인 시장과 비교하면 놀랍도록 저렴하다. 40년 외길을 걸어온 농부의 수고와 철학이 고스란히 와인에 배어 있다.
톡 쏘는 너브내 스파클링 와인은 홍천 너브내 와이너리의 최고 대표 제품이다. 이 부부는 드라이한 기본 와인을 베이스 와인으로 가압 탱크에 옮긴 후, 2차 발효를 위해 탱크에 밀폐하는 방식으로, 기본 와인의 풍미를 그대로 보유한 스파클링 와인을 생산한다. 이들은 병입 과정에서 빠져나갈 이산화탄소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 병과 포도주를 영하 2~3℃로 냉각, 이산화탄소 기포를 최대한 살렸다는 평을 받는다. 홍천의 ‘넓은 내’의 뜻을 담았다는 이 브랜드에서는 마치 계곡에서 청량한 물소리를 내며 흘러내리는 기포의 뽀글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영월 예밀촌의 와인은 평균 19.5° 브릭스 이상의 당도를 갖고 있다. 날씨에 따라 24° 브릭스에 가까운 고 당도의 포도 과실로 빚어진 스위트 화이트 와인은 매끄러운 청포도 알에 연한 코팅을 입힌 것 같은 부드러움으로, 시음하는 이들을 사로잡는다. 삼척의 끌로너와는 껍질은 얇지만, 씨앗이 많고 타닌과 산도가 높은 머루를 초생 재배의 친환경 농법으로 경작한다. 일반 포도보다 안토시안이 7~8배 더 다량 함유된 머루는 줄기를 제거 파쇄한 후, 발효 항아리에 투입 후 산소 차단하여 숙성과정을 거친다. 그렇게 탄생한 와인을 입안에 머금은 순간, 타닌이 순식간에 입안을 조여와 그 강한 힘을 알게 한다. 머루 표도 종(MBA)이 블렌딩된 특별 스위트 머루 와인이 사랑을 받는 이유이다.
한국의 화이트 와인이 벌써 여기까지 격상하였다니….
괜히 어깨가 올라간다.
국내에는 아직, 서구 와인에 길들지 않은 이들이 많다.
이들을 시장으로 유입할 수 있다면, 향후 24° 브릭스 이상의 포도 육종 개발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면, 강원도의 포도주가 국내산 와인시장의 선두주자로 빠른 시간 안에 자리매김할 수도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유기농 와인 : 화학비료, 제초제,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은 포도로 만든 와인(네이버 지식백과).
*바이오 다이내믹 와인 : 유기농 보다 더 자연 친화적으로 만든 와인으로 포도밭에 화학물질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천연 동식물 성분 또는 허브와 미네랄을 활용한다.(네이버 지식백과).
*내추럴 와인 : 어떤 것도 추가하지 않으며 어떤 것도 빼지 않은 천연 와인(네이버 지식백과).
문의
● 영월 예밀촌 마을 : www.yemilchon.co.kr ☎ 033-375-3723
● 홍천 너브내 와이너리 : www.neobeunaewine.com ☎ 010-5047-2908
● 춘천 만나 포도원 : 춘천 신북읍 지내고탄로 ☎ 0507-1400-5052
● 삼척 끌로너와 : neowa.invil.org ☎ 033-552-5967,1659. 010-8942-59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