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의 마지막 구간 중 하나인 마등령에서 미시령, 미시령에서 대간령까지는 가고 싶지만, 더 갈 수 없는 비법정 탐방로 구간이다.
대대손손 이어져야 할 자연의 혜택을 보전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에 다들 공감하니 국내 산악인들 모두의 아쉬움이야 그저 마음 한쪽에 숨겨질 일이다.
그래서 대간령에서 병풍바위 봉 너머 마산봉까지를 산행 코스로 잡아, 길을 나섰다. 봄철 산불 조심 기간인 2월 1일부터 5월 15일까지 통제되니, 눈이 많이 내린 어느 날 무조건 가는 거로 약속을 하고 팀을 꾸렸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언제부터인지, 알프스 리조트에서 마산봉 정상까지를 에코 트레일이라 부른다.
산길로 가는 방법과 임도를 이용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미시령에서 진부령까지 거리는 14km 남짓. 하지만 비법정 길과 산불방지 출입 구간을 덜어내면 마산봉에서 진부령까지는 5.5km다.
마산봉(馬山峰 1,052m)은 말과 관련 있다. 미시령과 진부령 길이 없던 시절,
대간령(大間嶺, 새이령)은 산세가 험하기로 유명한 신선봉과 마산봉 사이를 넘는 가장 쉽고 짧은 지름길이었다고 한다.
통행하는 사람과 물자가 많아 고성과 속초의 마부들은 이 길을 통해 수산물을 날랐고, 마산봉의 馬도 지역 특성에서 기인하고, 마장터란 이름도 마방과 장터에서 유래한단다.
새벽부터 서둘러 떠나 오전 9시 30분, 진부령에 모였다.
산길을 따라 알프스 리조트를 거쳐 마산봉으로 갔다가 임도로 내려오기로 했다.
2월 초순, 날씨는 여전히 차디차지만 다들 설산을 오른다고 기대에 차 등산을 시작했다.
파란 하늘이 보이는 능선을 지나 본격적으로 산속으로 걷기 시작한 지 한 시간 좀 넘었을 때, 자연 설을 마주했다. 수북하게 쌓인 설경은 늘 숨 막히도록 황홀하다.
이 맛에 겨울 등산을 멈추지 못하는 것이리라. 누구 할 것 없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때 발에 잠기는 눈밭에 동심이 솟구쳤는지, 누군가 시작한 눈싸움에 모두 동참했다.
이날따라 우리만 있어, 더 고즈넉하여 운치가 있었다. 마치 산이 주는 선물 같았다.
유독 웃음 소리도 메아리처럼 크게 울려 퍼졌다. 모처럼 눈을 던지며 한참을 놀았다.
그리고 다시 걷기 시작해 마주한 알프스 스키장. 용평스키장에 이어 두 번째로 1976년에 문을 열었으나 2006년 경영악화로 문을 닫았고, 2008년에도 재 개장 시도가 있었으나 시공사 부도로 지금껏 폐허로 남아 있어 볼 때마다 참 씁쓸하다.
그리고 다시 오르다 보면 해발 1,000m. 눈부신 설산이다.
눈 덮인 낙엽송 숲길은 저 멀리 아름다운 풍광을 선사하고, 흘리 일대가 나무 사이로 드러나며 마산봉 정상은 그야말로 감동이다. 백두대간 종주의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다. 한파주의보도 잠시 잊은 채 돌아온 길을 바라보며 걸음을 멈췄다.
눈으로만 담기 아쉬워 드론을 올렸다.
하얀 세상에 우리는 그저 작은 점일 뿐.
온 세상은 하얗게 덮여 있고, 하늘은 더욱더 푸르고 짙은 색을 발하고 있다. 저 멀리 금강산 향로봉 산줄기가 선명하다.
이제야 종주가 마무리되는, 여기서 마무리해야만 하는 순간이다.
다시 임도를 따라 하산 길을 나선다. 완만한 임도는 그동안의 힘든 종주를 보상해주듯 푹신한 눈길은 더없이 부드럽고 평온하다. 지난 2년 동안의 종주를 끝내고 다시 알프스 리조트를 지나 진부령 표지석 앞에 도착한다.
단체 사진으로 백두대간 종주를 마무리했다.
어쩌면 그 순간은 기쁨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허무가 교차하지만, 그뿐.
이제는 너무 그리워서 견딜 수 없는 시간이 되었다.
● 교통 : 동서울 터미널에서 진부령을 거쳐, 대진 혹은 간성으로 가는 버스가 1일 6회 운행한다. 인제군 북면 원통 터미널에서 진부령행 버스는 1일 9회 운행한다. 하산 후에는 진부령에서 원통행 버스를 타고 원통 터미널에서 고속버스를 탄다. 원통에서는 동서울행 버스가 20~30분 간격으로 운행하고 막차는 19시 30분이다.
● 맛집 : 진부령 부근 용대리에는 황태 식당이 즐비하다. 전국 제일의 황태 생산지다. 필자는 산골 황태 3대 식당(033-462-9361)의 황태, 더덕, 삼겹살이 주재료인 황태 삼합 단골이다. 이 밖에 황태구이 정식, 황태 국밥, 황태 청국장, 황태 강정이 인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