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시 교2동에 위치한 고도 67.9m의 작디작은 마을 산.
화부산(花浮山)이다. 예부터 흐드러지게 핀 꽃들이 멀리서 보면 마치 산 위에 둥실둥실 떠있는 것처럼 보여 이름 붙여졌다.(한국지명유래집) 수태극 물골에 유유히 흐르는 남대천 위로 봉긋 솟은 꽃산이자, 빽빽이 들어선 소나무 숲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매년 봄이면 산 전체가 온통 연분홍 벚꽃으로 뒤덮여 영동 봄꽃맞이로 이만한 곳이 없다.
꽃 피는 3월, 이곳을 찾은 특별한 이유가 따로 있다.
작년 12월 28일, 문화재청은 화부산 양지바른 자드락에 터를 내린 강릉향교의 명륜당(明倫堂, 1413)과 동무·서무(東廡·西廡, 1413), 전랑(殿廊, 1486 중수)을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지정하겠다고 고시하였다. 1963년 이미 제214호 국가 보물이 된 대성전(大成殿, 1413)에 이어, 세월의 무게를 딛고 역사적, 학술적, 건축사적 그 온전한 가치를 인정받은 4개의 보물을 담기 위해 노정을 떠났다.
입구에 거대한 독바위 연적암(硯滴巖)과 홍살문을 지나 언덕배기를 조금 오르면 명륜고등학교 우측으로 강릉향교가 고즈넉하고도 위엄스레 놓여있다. 한껏 열린 일각문을 넘으니 바로 명륜당(보물 제2088호)이 나온다. 강릉 유림 교육의 전당으로 입성이다.
조선시대 그 시설과 학제가 한양의 성균관과 같고 엄격한 규율, 드높은 면학 기운이 일국에 자자하여 대무관(大廡館)이란 칭호를 받은 곳이다. 근현대로 접어들며 화산학교(花山學校, 1909)부터 강릉명륜고등학교(1963)까지 6개 학교를 줄줄이 개교하며, 건립 이후 지난 9세기 동안 지방 인재 육성의 요람이자 강릉 교육의 산실 역할을 해왔다. 이곳을 거쳐간 수많은 유생과 학생들이 남긴 배움에 대한 그 올곧은 정신이 공간 곳곳에 켜켜이 쌓여 사뭇 엄숙한 기운이 감돈다.
임진왜란과 한국전쟁에도 불타지 않고 살아남은 197㎡(59.8평)에 정면 11칸, 측면 2칸의 누각 건물로 현존하는 국내 향교 명륜당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건물 모서리에 추녀가 없는 익공 맞배지붕은 조선 전기 목조건축 양식을 꽤나 잘 보여준다. 특히 다른 명륜당에서는 볼 수 없는 향교 장루(長樓, 긴 다락) 전통이 보존되어, 규모 면에서나 건축 격식 면에서나 보물 지정 가치가 충분하다는 평이다. (문화재청)
강릉향교 제90대 최기순 전교는 “일제강점기 한때 일본식 장마루로 바뀐 명륜당 툇마루를 해방 이후 본래 우리 고유의 우물마루 양식으로 재건하였다”며 전통을 잇기 위해 힘쓴 그간의 흔적들을 샅샅이도 덧붙였다.
문의
●강릉향교 : 교동 명륜로29 ☎ 033-648-36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