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야, 구아바, 바나나가 자라는 원프리카
열대 식물로 경관 농업 선두 주자가 되다
20년 만에 찾아온 추위로 향로봉이 영하 28.9℃까지 내려가며 전국적으로 한파가 몰아치던 지난 1월 초.
대설까지 내려 강원도 전역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던 그 즈음, 아열대 지역에서 자라는 파파야, 구아바 같은 열매가 열린 이색적인 곳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바나나 터널? 바나나가 원주에서 자란다고?’
원주의 아프리카를 표방하는 ‘원프리카’는 원주시 지정면 기업도시 인근의 작은 농원이라고 했다. 취재 일정을 잡고 확인에 나섰다.
봄이 막 시작되던 지난 3월 9일, 아직은 밤이면 영하로 떨어지는 날씨에도 원프리카의 바나나는 풍성하게 열려 자라고 있었다.
생육 22개월. 훌쩍 자라 천정까지 치솟은 바나나 나무 덕분에 661㎡(200여 평)의 하우스는 제법 이국적인 초록의 작은 숲 같았다. 지난 1월까지만 해도 파파야, 용과 열매가 달려있었다고 하는데 필자가 찾은 당일에는 빨갛게 익은 열매를 맺은 커피나무가 1년생부터 12년생까지 한가득이었다.
주력 상품인 바나나와 파파야 외에도 사탕수수, 애플 망고, 구아바, 스타프루트, 몇 년 전부터 건강식품으로 한창 유명세를 타고 있는 노니에 감귤류 품종인 황금향, 레드향, 천혜향, 한라봉도 재배하고 있다. 15종의 열대 과일 나무의 과실들이 자라고 있다.
불가능할 것 같은 열대작물 재배의 성공을 이끈 강원의 농부는 36년간의 긴 교도관 생활을 마치고, 농부로서 제2의 삶을 사는 이학원 대표. 그는 부인 박찬희 씨와 함께 최근 농업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경관 농업을 목표로 은퇴 이후의 염원을 실현하고 있다.
더구나 지난해부터 이들의 장남인 이준 씨가 청년 농부로 합류하면서 본격적인 6차 산업으로 전환 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했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고 어머니가 운영하던 식당 자리에 커뮤니티 공간과 디저트를 판매할 수 있는 카페를 새롭게 만들었다. 또 어린이들을 위한 학습 체험과 온라인 마케팅을 전담하면서 관광농원으로 조금씩 입소문을 더하고 있다.
이 농장의 핵심 시설은 열대작물이 자라는 온실 하우스.
가장 중요한 관건인 식물 성장을 위한 최적 온도 유지 장치 때문이다.
열대 식물 성장의 맞춤형 온도인 상온 26℃와 습도 80% 유지를 위해 고민을 거듭했다고 한다. 바나나 생육을 위해 제주도까지 가서 직접 전문가들을 만나 배웠다. 퇴직하기 2년 전부터 심기 시작한 바나나를 키우며 시행착오를 겪기도 수차례. 개폐기를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내고, 자동화 시스템도 완성했다. 햇볕 감지기와 습식 온풍기도 설치했다. 2018년 8월부터 준비한 하우스 공사를 마치고 드디어 2019년 11월 열대식물 체험농장으로 공식적인 운영을 시작했다. 커피나무를 식재해 기르기 시작한지 꼭 7년만이었다.
반응은 썩 긍정적이었다.
8,760㎡(2,650평) 규모지만 체험 콘텐츠는 다양하다.
5개월 동안 애지중지 키운 5m의 바나나 나무로 야외에 바나나 길, 다양한 종류의 박이 엮어진 덩굴 식물터널, 잔디를 깔아놓은 족구장과 가족들을 위한 바비큐 코너가 관람객들의 인기를 끌었다. 담쟁이와 능소화로 가꾼 대형 그네도 만들고 가을에는 핑크 뮬리도 심었다. 토종 다래를 재배하는 다래 덕장, 어린이들을 위한 체험 학습장도 운영하고 있다.
이들 부자는 지난해 노랗게 익어가는 바나나와 구아바를 100% 사전 예약제로 판매했다. 카페에서는 농장에서 재배한 블루베리, 아로니아, 사탕수수 즙과 토종 다래를 활용한 음료를 메뉴에 포함했다. 또 열대 식물을 화분 재배해 관상용 상품을 만들고 커피나무, 다래, 바나나의 묘목과 분재도 구매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역시 5월이 좋지요. 우리 농원은 7~8월이 가장 볼거리가 많은 계절이지요. 오히려 이 온실 안이 시원 하거든요. 해외에 갈 수 없지만 여기에서 열대 식물은 맘껏 볼 수 있어요.”라며 활짝 웃었다.
문의
● 원프리카 : 원주시 지정면 질마재로 131-4 ☎ 010-9533-34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