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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
125호
Culture
2021 박수근 미술관 특별전
VIEW.10364
전영민_강원도청 대변인실
사진 박상운_강원도청 대변인실
자료제공 양구군청 문화관광과

박수근미술관 ‘한가한 봄날’

고향으로 돌아온 박수근 화백 희귀작, 故이건희 컬렉션



   



한국 현대미술 대표화가 박수근(1914~1965) 화백의 원화 18점이 작가의 고향인 강원 양구로 돌아왔습니다. 지난 4월 14일 삼성전자 홍라희 여사는 故이건희(1942~2020) 회장의 뜻에 따라 박 화백의 작품 18점을 양구군립 박수근미술관에 기증했습니다. 이에 미술관은 기증의 의미와 작품의 가치를 전하고자 2021 아카이브 특별전 ‘한가한 봄날, 고향으로 돌아온 아기 업은 소녀’(10월 17일까지 전시)를 기획, 기증받은 유화 4점과 드로잉 14점을 공개했습니다.

흡사 회백색 화강암 같은 거친 표면의 독특한 마티에르(재질감)와 과감하게 그려낸 투박한 검은 선으로 한국적 아름다움의 전형을 이뤄냈다고 평가받는 박수근 화백은 일평생 전쟁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친 서민의 가난한 삶과 일상을 화폭에 담았습니다. 20세기 가장 한국적인 화가이자 국민화가, 서민화가로 불리며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박수근 화백. 그의 그림만큼이나 포근했던 5월 박수근기념전시관에서 만난 기증 희귀작을 소개합니다. - 글쓴이 註



양구로 귀향한 박 화백의 작품을 영접하러 가는 길은 비장했다. 미술관 건물 외벽, 3m는 족히 넘어 보이는 이 거대한 회색 돌담은 웅장한 성곽 같아서, 마치 궁궐에 들어가 용안을 모셔야 할 듯 온몸에 전율이 일게 했다. 이 담담함과 떨림의 교차는 이번 특별전이 전국에서 맨 처음 공개된 이건희 컬렉션이라는 이유가 컸다. 이 설렘은 매한가지였다. 전시 개관 후 이곳을 찾는 이가 평소의 3배를 넘어섰다고 한다. 발걸음을 서둘렀다.




기대, 그 이상이다!
‘나는 가난한 사람들의 어진 마음을 그려야 한다는 극히 평범한 예술관을 지니고 있다’(박수근 아내의 일기, 김복순 여사) 보통의 삶을 대변하듯 지극히 평범한 전시실, 그러나 숨길 수 없는 박 화백의 비범한 예술혼이 진하게 물들어 있었다. 이번 기증 작품들은 전쟁의 상흔이 낭자했던 5,60년대 서민의 일상을 덤덤히 담고 있다. 하나 그 시절 비극과 설움의 모습은 박 화백의 진심 어린 시선과 따뜻한 위로가 덧입혀져 형언할 수 없는 평온과 애달픈 그리움으로 승화됐다. 그 누가 우리네 모습을 이토록 곱고, 강하고, 애잔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이곳을 찾은 취재의 목적은 오래전 바랬고, 그렇게 한참을 작품 앞에 사로잡혀 서있었다.

박 화백의 대표 소재이자 연작 중 하나인 아기 업은 소녀(34.3x17cm, 합판에 유채, 1962)는 온화하고 푸근한 소녀의 얼굴이 정면을 향하고 있다.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다 할 정도로 희소가치가 높은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농악(20.8x29.3cm, 하드보드에 유채, 1964)은 흰옷에 밀짚모자를 쓴 두 농부가 흥겹게 농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박수근 유작전(1965) 이후 소장처가 불명확해 그간 그의 장남 박성남 화백이 기증한 유작전 슬라이드를 통해서만 볼 수 있었던 작품이다.
노상에서 장기를 두며 한가한 날을 즐기는 어르신을 그린 한일(閑日, 한가한 날)(33x53cm, 캔버스에 유채, 1950년대)은 제8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1959) 추천작가 때 출품한 작품으로 해외로 반출됐다가, 2003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당시 한국 현대미술품 경매 거래상 역대 최고가(112만7500달러, 2003년 기준)에 낙찰되어 한국으로 돌아왔다. 지독한 가난으로 캔버스 대신 하드보드지에 그린 마을풍경(24x39cm, 하드보드에 유채, 1963)은 박 화백 작품 특유의 거친 질감 위에 동생을 업고 서있는 아이의 모습이 차분하게 그려져 있어 옛 마을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나무와 여인(26.4x18.8cm, 1958), 나무와 소녀(21x14.5cm, 1950년대) 등 기증 드로잉 작품들도 당대 빈곤한 마을 풍경을 노상에서 스케치한 것들로 드로잉 선의 아름다움이 물씬 묻어난다.



2002년 박 화백 생가 터에 세워져 올해 개관 19주년을 맞은 박수근미술관은 그간 유화, 드로잉, 판화 등 작품 951점을 소장, 전시하며 지역 대표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이번 기증으로 미술관이 소장한 박 화백의 작품은 유화 17점, 드로잉 112점으로 드로잉 전문 미술관에 버금가는 풍성한 소장품을 확보하게 되었다.

뜻하지 않은 코로나19 바이러스와의 전쟁으로 힘겨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박수근 화백은 여전히 따스한 위로와 넉넉한 위안을 건네준다. 그 잔잔한 가슴 저린 감동은 10월 17일까지 느낄 수 있다.


  




문의
● 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 박수근로 265-15. 033-480-2655. www.parksookeun.or.kr
● 개관일 : 9:00~18:00 (매주 월요일, 1월 1일, 명절 오전 휴관)
● 관람료 : 3,000원(20세 이상), 2,000원(초중고 학생), 무료(7세 이하, 장애인)
● 2021 박수근미술관 아카이브 특별전 : 2021.5.6.(목) ~ 10.17.(일)
● 관람시간 : 9:30~17:30 ※ 거리두기 관람으로 사전예약, 30분 간격으로 입장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