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위
강원의 농부들이 부르는 다래 별곡
과일 ‘토종 다래’를 알리다
코로나 19가 한창 극성이던 지난해 9월.
강원도 다래 농가들 사이에서 파란이 일었다. 수도권을 대상으로 모바일 앱을 통해 시험 삼아 판매한 새벽 배송에서 완판 행진이 이어진 것이다.
한 마디로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
영월의 샘말 농원이 주도한 이 상품에 주문이 몰려들자 물량이 부족해 영월 토종 다래 연구회원 농가들에 참여를 권유했고, 그래도 수급이 부족해 급기야 원주, 인제 농원들의 다래까지 끌어모아 팔았다.
불감청고소원. 농가들은 환호했다. 코로나 19로 각종 체험 행사와 대규모 직판장이 취소되면서 개별 판매에 의존하며 고군분투했던 농가들에는 당연한 호재. 지난 몇 년간 서로 도와가며 척박한 다래 시장을 개척해온 그들이 상생의 미덕을 발휘한 순간이었다.
새로운 유통 활로를 만들어 뜻밖에 들이닥친 코로나 19라는 거대한 파고를 비켜나가는 동력을 제공한 샘말 농원의 유석현•곽미옥 대표. 한차례 수확을 마치고 한숨 돌리고 있던 그들 부부를 찾아가 만났다.
“힘들었죠. 굉장히. 보통 4년에서 5년은 지나야 수확할 수 있거든요, 다래는. 더구나 생과 유통은 보관 기간이 짧기 때문에 더 까다로워요. 관계자들을 설득하고 유통을 시작하기 전에 품평회와 시범 판매도 준비해야 했어요. 앱을 통해 다래 생과일을 주문받으면, 다음 날 아침에 소비자가 상품을 받는 새벽 배송을 납품 계약 하고,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후숙 상태의 다래를 선별하고 1~2인 가구에 적합한 300g 단위 소포장까지. 결국 그게 성공한 거지요” 판매 성공보다도 ‘건강한 과일, 토종 다래’가 널리 알려진 점이 더 기쁘다는 그들.
2007년에 시작해 9,917㎡ 규모의 다래 농장을 일구기까지 사연들을 말해 무엇 하랴.
청산, 광산, 그린 볼, 그린하트, 청가람, 연산….
강원도농업기술원이 개발한 7종의 토종 다래들이 그 넓은 대지에서 참 예쁘게도 자라고 있었다.
“이 터널 숲이 참 좋치요? 저도 여기를 지날 때면 든든하고, 그렇거든요. 그런데 오시는 분마다 여기에서 사진을 많이 찍고 그러더라고요”라며 부부가 활짝 웃는다.
“한입에 먹을 수 있는 크기죠. 털도 없지요, 또 아주 부드러워서 껍질째 먹기 편해요. 높은 당도에 기능성 영양소도 다량 함유한 진짜 좋은 과일이에요.
1인 가구와 젊은이들에게도 적합해요. 고소득 작물이기도 하지만 농사를 하면 할수록, 다래를 알면 알수록, 정말 건강한 식품이라 아주 대중적인 과일이 되었으면 하는 욕심이 나요. 그래서 열심히 체험행사를 운영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어요.”라며 “생과일은 유통기간이 짧기 때문에 가공식품 개발이 과제예요, 토종 다래 잼과 분말도 제조하고 있지만 앞으로 소비자 경향에 맞는 가공품 개발도 하고 싶어요”라고 밝혔다.
2013년부터 매년 9월마다 고객 초청 팜 파티를 개최하고 초·중·고교생 대상 체험 교육을 진해 온 지 5년 차. 이제 직거래 회원만 3,000여 명. 날씨에 따라 매년 상황이 달라져 다래로만 올리는 평균 매출은 1억에서 1억5천만 원. 올해 예상 수확 물량 10ton의 예약 주문은 벌써 시작됐다.
사실 지난해 영월이 갑자기 부상하기 전인 2년 전 만 해도 다래 시장의 최고 강자는 원주였다. 전국의 30%에 달하는 물량을 쏟아냈는데 그 중심에 치악산 토종 다래 영농조합법인과 ‘산들 다래 농원’이 있다. 10년 전 부모님이 계신 곳을 찾아 귀농한 김운용·이현자 씨 부부는 다래 재배 농가가 거의 없을 때, 경쟁력이 있을 거라 판단해 도전을 결심한 원주 토종 다래 업계에서는 선구자다. 이들이 농사와 더불어 가장 심혈을 기울인 것은 임산물로 알려진 다래를 ‘재배된 과수’라는 인식 전환이었다고 한다.
원주의 다래는 10월까지도 수확을 하는 데 대부분의 물량이 사전 예약으로 소진된다. 치악산 토종 다래 영농조합법인은 2020년 최고품질 농산물 생산단지 우수상인 농촌진흥청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다래의 또 다른 시장성을 제시한 농가는 평창 연화농원이다.
직거래 판매에 가공까지 성공 가능성을 알렸는데 바로 추석 ‘보자기 포장’ 히트가 그 방증이다. 김정숙 씨와 딸 김은솔 씨. 모녀지간인 이 농업인은 각각 농업경영체 대표다. 대학을 졸업하고 엄마를 도와 농업에 뛰어든 30대의 청년 농부인 김 대표는 토종 다래 묘목을 심어 놓으면 농사를 배워가는 동안 수확이 가능한 나무로 성장하겠다는 생각에 다래를 선택했다고 한다.
이들은 땅을 관리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 100% 발효된 거름을 사용해 토종 다래 맛을 자부한다. 재배 6년 차가 넘어가면서 판매를 시작하자 MZ세대의 강점이 그대로 드러났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블로그, 네이버 스토어팜(평창 연화농원) 등 온라인 마케팅에 주력했다. 추석 선물용으로 예쁜 매듭을 묶어 보자기 포장 판매를 시도, 소위 ‘대박’을 쳤다. 전량 직거래 판매다.
연화농원의 토종 다래 수확 물량은 3ton. 3,300㎡(약 1,000평) 밭에서 나온 물량으로 매년 조금씩 늘고 있다. 그의 다래 잼과 고농축 수제 청은 호평 속에서 늘 재 구매로 이어지는 마니아층이 꽤 두텁게 형성되어있다.
이처럼 한국의 토종 다래 시장의 부활은 강원도가 석권해 이끌고 있다.
건강한 잠식이니 어찌 반갑지 않으랴.
강원도 농부들의 다래 별곡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