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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
125호
Food
토종 다래의 부활
VIEW.10780
조은노
사진 김연미_푸드전문 사진작가
일러스트 최혜선_본지 객원작가


온라인을 타고 지역의 효자 상품으로 부활






“머루랑 다래랑 먹고, 얄리 얄라성……”
“이 가사에 등장하는 다래를 혹시 아시나요?”
마트에 가면 항상, 사시사철 진열된, 흔히 볼 수 있는 그 참다래(키위, kiwi fruit)가 아니다.
 고려가요 청산별곡에 등장할 정도로 선조들의 일상에 깊숙이 자리했던 토종 과수를 말함이다.




Actinidia argute. 청산, 광산, 그린 볼, 그린 하트, 연산, 청가람.
토종 다래의 신품종 이름들이다.
중국, 일본, 러시아 및 한국에 자생하고 있는 식물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토종 유전자원 중 하나이면서 과거 대중적인 과일이었던 다래. 해외에서는 ‘미니 키위’, ‘키위 베리’, ‘베이비 키위’ 등으로 불린다고 한다.
여름 끝자락에서부터 가을이 시작되는 그 계절에만 먹을 수 있는, 반드시 껍질을 까야 하는 참다래와 달리 딱 풋대추 한 알 크기로 껍질째 먹을 수 있는 열매. 덩굴성 작물로 주변의 나무들을 타고 올라가는 습성 때문에 한 때 숲 가꾸기 사업의 제거 대상이 되어 언제부턴가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식물이 되었고, 특히 수입 농산물의 대량 유통에 밀려 재래시장에서 조차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자취를 감추었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건강 식단 바람을 타고 다시 재등장, 제법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어쩌면 강원도로 휴가를 자주 왔었던 관광객 중에도 고속도로나 국도 주변 휴게소에 마련된 농특산물 판매소에서 구매를 해봤을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중장년층들에게는 전통시장에서 한 번쯤은 구매해 봤을 법한 달곰한 맛의 추억 속 여름 과수.
한국의 산에 널리 자생했던 열매인 만큼 기록에 남아있는 문헌도 꽤 많다. ‘동의보감’에는 ‘성질이 차갑고 맛은 달콤새콤하며 독이 없다. 심한 갈증과 번열증(煩熱症)을 해소하고, 위염과 같은 증상을 치료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본초강목’에서는 식욕부진 및 소화불량에 쓰였음을 언급하고, 세종실록지리지에는 뜨거운 물에 데쳐 말린 것을 복용하면 신경통에 좋고, 통풍 치료에도 효과가 있었음을 밝히고 있다. 또한 어린 순은 나물로, 줄기와 뿌리는 약용으로, 다래나무는 그늘을 만드는 정원수로, 나무 자체는 공예품으로 활용하고, 수액을 받아 식용이나 약용으로 이용하는 뿌리부터 열매까지 모두를 활용할 수 있는 식물 중의 하나라고 한다.
(우리나라 토종 과수 다래 품종 육성 및 재배와 이용, 강원도농업기술원)



 

이처럼 과일과 한약재, 약용식물로 폭넓게 이용해온 다래에는 비타민C가 사과, 참다래 보다 월등히 함량이 높고, 참다래와 성분을 비교 분석한 결과, 상태에 따라 달리 나타나지만, 최고 3.18배 이상(청산종)까지 차이가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과 보다는 21.4배, 청가람종은 비타민 A가 키위의 1.83배, 사과의 4.44배에 달하고 식이섬유는 2배 가까이 많다. 비타민 B₅ 함량이 많아 세포 노화 방지, 염증 억제에도 효과적이며, 식이섬유도 풍부해서 다이어트나 변비 등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다래 품종 육성 및 재배와 이용, 강원도농업기술원). 특히 2009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다래 추출물을 면역기능에 대한 기능성 원료로 인정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헬릭 스미스 등 의약품 업계에서 다래 추출물을 면역 조절 기능 식품과 유전자 치료에 제품 원료로 사용하거나, 아토피에 특화된 건강식품으로 시장에 출시되기 시작했다.



현재 우리나라 다래 시장의 변화를 주도하는 주역은 역시 강원도.
사실 강원도와 다래의 인연은 1999년부터. 그때부터 유전자원을 수집하고 분류, 국내 연구기관 중 가장 많은 토종 유전자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보급은 2008년이나 되어서야 시작했다.
첫해 12농가가 도전했지만 고전을 면치 못했다고 한다. 재배는 물론 판매 조차 쉽지 않아 포기한 농가들이 다수였다. 그럼에도 과수화훼연구팀은 포기하지 않고 십수 년 이상 토종 다래를 과수 시장으로 진입을 이끌고 확대하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왔다.

한반도의 기후와 토질 변화에 따라 입맛이 변해가는 대중들의 시대 경향에 맞춘 새로운 품종을 개발, 청산 등 현재 9품종을 육성하고 종자 보급에도 힘썼다.
또한 대학 및 연구기관과 연계해 영양 분석 비교를 통한 지속적인 자료를 축적, 발표해 왔으며 재배 농가 확대와 함께 기술 개발과 보급을 위한 영농 교육도 적극적으로 실시해왔다. 지난 2018년, 2년여에 걸친 ‘디저트용 토종 다래 고품질 생산 및 저장 가공기술 개발에 관한 연구’를 끝내고 생리 활성에 관한 보고서를 완료, 액상 젤리와 퓌레 가공품을 현장 실용화해 농가들에 공급하기도 했다.




마침내 재배 면적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지난 2020년까지 강원도는 약 43ha 면적에 재배, 143 농가에서 총 67t을 생산해 전국 대비 77%를 차지, 전국 1위다. 2007년 0.4ha에 불과했던 규모가 13년 만에 100여 배 늘어난 것이다. 그 중 원주, 인제, 영월, 평창을 중심으로 특화 작목 육성과 단지가 조성되고 있다. 2008년부터 토종 다래 재배를 시작해 재배 면적이 2,300㎡에 이르는 원주는 2020년 농촌진흥청 주관 최고 품질 농산물 생산단지 평가에서 원주 치악산 다래 지역특화단지가 우수상을 받는 성과를 거뒀다. 원주시는 치악산토종다래를 특산품으로 삼고, 농업기술센터가 제공하는 농업대학 농업인 교육 과정에 토종 다래과를 따로 마련할 정도로 토종 다래 생산자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제는 전라남도 광양, 전라북도 무주, 충청남도 청양에도 국립산림과학원과 전라남도농업기술원에서 육성한 품종들을 중심으로 단지가 조성,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강원도내 다래 생산 농가들은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자율 모임 연대를 결성했다. 원주 다래 연구회, 영월 토종 다래 연구회, 평창 다래 연구회, 인제 다래 연구회를 각지 만들어 서로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팜 파티를 개최하고, 청소년 대상 체험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며 관광을 접목한 차별화를 함께 시도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는 코로나 19를 감안, 온라인 유통에도 협업으로 적극 나서 GS 프레시 몰을 통해 새벽 배송 출하를 시도해 구매자 62%가 최고점을 주는 호평을 거뒀다.
한편 강원도농업기술원에서는 올해 강원 다래 생산자연합회 결성 및 통합 브랜드 개발을 추진하는 한편 재배 면적이 48ha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 앞으로 마켓 컬리 입점과 유통 다각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강원의 농부들이 부르는 토종 다래 별곡이 전국에 울려 퍼질 날이 머지 않았다.


  



토종 다래 관련 문의
● 산들 다래 농원 : 원주시 귀래면 운계리 1295-2. 010-8240-0419
● 강원 다래 농원 : 원주시 봉산동 231-2. 010-2775-0333
● 샘말 농원 : 영월군 중동면 북실길 100-10. 010-9177-0439
● 명일 다래 농원 : 영월군 남면 창원리 229-4. 010-5209-2288
● 먹골 농원 : 평창군 방림면 여우재1길 13-13. 010-5083-3407
● 평창 연화농원 : 평창읍 고길천4길 60-52. 010-2036-1641
● 봉운 농장 : 인제군 기린면 배내로 288-13. 010-8901-6539
● 구본준 농원 : 인제군 남면 관대길 16-9. 010-9177-6419
● 자연 마중 : 횡성군 공근면 예의촌2길 65-11. 010-2278-2397
● 산방환담 농원 : 화천군 사내면 가화로 458-48. 010-5210-20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