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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
127호
Nature & Crafts taste
강원의 토종 한우 칡소의 부활
VIEW.1122
전영민 강원도청 대변인실, 사진 박상운 강원도청 대변인실, 인포그래픽 최혜선 객원작가

‘소’를 아시나요?

예부터 불가에서는 1천 개의 손과 눈으로 중생을 구제하는 천수보살이 인간의 잘못된 눈과 손을 고치기 위해 동물로 변신하여 지상계에 내려왔다고 여겼다. 인간을 위해 하늘에서 내려온 동물? 바로 ‘소’다!


소가 선조들에게 가축 그 이상의 존재로 여겨진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기원전 4000년경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중국 등 고대 문명국들은 정주적인 농경생활을 시작했는데, 이를 가능케 한 결정적 요인이 소를 이용한 경작활동이었다고 학계는 설명한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 문명의 시작을 함께한 없어서는 안될 가축이 소인 것이다.


오늘날 소의 이용은 실질적이고 더욱 세밀해졌다. 이용목적을 충실히 따라 용도별로 고기생산을 위한 육용종, 유제품 생산이 주류인 유용종, 농사나 운송 등에 이용되는 역용종으로 구분하여 사육한다. 국내에서 소고기는 한우, 육우, 젖소 고기로 나뉘고, 부위별로 나열한 살코기와 부산물이 50가지에 이른다. 소가죽은 가방, 신발, 지갑, 벨트, 필통 등 일상생활 곳곳에 흔히 활용되고, 소똥마저 연료와 비료로 사용된다. 실례로 2019년 국내에 발행한 소 분뇨 중 72,161톤은 퇴비와 비료로 이용되었다.(환경부)



소 개체 수는 인류의 수요에 따라 우상향 곡선을 유지해왔다.

지난 9월, 미국 농무부(USDA)의 발표 자료를 살펴보면 전 세계 사육 소는 작년보다 1,320만 두 증가한 10억9십6만7천 두로, 이중 약 30%(3억 550만 두)가 인도에, 그 뒤로 브라질(25%), 중국(9%)에 있다. 지구상 64%의 소가 이 세 나라에서 자라는 셈이다. 한국은 3백7십7만4천 두를 사육하며 16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반도에 소가 전파된 것은 2,000여 년 전으로 추측하나(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서기전 357년 축조된 고구려 고분벽화 안악3호 분에 외양간에서 먹이 먹는 검정소, 누렁소, 얼룩소 모습이 담겨있어 실제 사육 시기는 훨씬 이전으로 여겨진다.


세계 유일 대한민국 고유 역용종인 황소 한우는 태곳적 모습을 그대로 지니고 있는 독특한 품종으로 여겨진다. 암소는 하루 마른 논 2,500㎡, 수소는 3,000㎡를 갈 정도로 체질이 강하고, 성질은 온순하고 영리한데다 인내심도 강하다. 이 때문에 과거 농가에서는 하나의 큰 재산으로 여기며 식용보다는 제사, 농경, 수송, 운반을 위해 귀중히 사양(飼養) 됐다.(두산백과)

1960년대 산업화 이후 농기계 사용이 늘자, 한우는 일소에서 육용소로 본격적으로 개량이 시작되면서, 본래 300~400kg 자라던 성축은 현재 800~850kg까지 자라게 됐다. 올해 2분기를 기준으로 국내 농장 89,576곳에서 3,343,548두가 사육되는데, 그중 251,632두(7.5%)가 강원도에서 자란다.(국가통계포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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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소’를 아시나요?

우리나라에 황소 한우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수의학서 신편우의방(新編方牛醫方, 조선 정종 1399)에는 ‘한반도에 흑우, 백우, 청우, 황우, 리우(얼룩소), 록반자우 등 9종의 소가 있다’라고 기록돼있다. 하지만 1938년 일제강점기, 일제는 ‘조선우 심사표준’을 공표하여 ‘조선 소는 황갈색, 일본 소는 검은색’으로 규정하였다. 이후 흑우, 리우 등 육질과 체격이 좋은 품종은 일본으로 강제 반출되어 일본 화우(和牛, 와규)의 품종개량에 이용되며, 한반도에서 서서히 도태됐다. 현재 국내에 보존된 재래소는 황소 한우, 칡소, 제주흑우, 흰우 단 4품종으로 한우를 제외한 나머지는 멸종 위험 품종으로 분류된다.


특히 칡소는 현재 단 2,718두(전체 한육우의 0.1%, 2020년 기준)로, 국제연합식량농업지구(UN FAO) 가축다양성정보시스템(DAD-IS)에 한국 고유 품종으로 2012년에서야 정식 등재될 정도로 희소가치가 높다. 황갈색 바탕에 검은색, 흑갈색 세로 줄무늬가 온몸에 칡덩굴처럼 나타나 호랑이 무늬와 비슷하여 호반우(호랑이소)로 불린 칡소는 질병에 강하고 힘이 세 싸움소로도 유명하다. 체격은 600~750kg인데 향후 개량이 진행되면 한우를 뛰어넘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하고 있다.



고기 맛 또한 일품이다. 한우보다 육질이 부드럽고, 담백해 조선시대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다는 구전도 전해진다. 특히 한우 특유의 누린내가 없어 ‘한번 맛본 사람은 칡소만 찾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최상의 맛을 자랑한다. 이는 올리브 오일에서 다량 발견되는 오메가-9 불포화지방산 올레산(Oleic acid) 함량이 많은 이유에서다. 혈관 콜레스테롤 농도는 낮추고 고밀도(HDL) 콜레스테롤의 농도는 유지시켜 고지혈증 환자에게 특히 유익한 올레산은 모유에 가장 많이 함유된 지방산으로 아기의 성장 발달에도 좋다.(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토종 칡소 보존의 선두주자는 명실상부 강원도!

현존하는 칡소의 29.9%(815두)를 보유한 도의 부단한 노력은 강원도축산기술연구소(횡성 둔내면)에서 시작한다. 1992년 국제간 생물다양성협약 체결에 따라 유전자원의 종 다양성 확보를 위해 1994년 칡소 3마리를 구입하여 유전 자원 보존사업에 착수하였다. 도내 농가에 칡소 정액, 고 능력 수정란 공급, 소 자가 인공수정 기술 교육 등 개체수 증식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그 결과, 2008년 203두(11농가)가 전부였던 도내 칡소는 10년만인 2017년 744두로 3배를 넘어섰고, 2020년에는 815두(57농가)를 기록하며 줄곧 ‘국내 최다 칡소 보존’ 타이틀을 거머줘왔다.



강원도 최북단 고성의 위세도 만만치 않다. 칡소의 고장이라 불리며 도내 1위 칡소 사육(29농가, 283두)이 이뤄지고 있다. 군은 칡소 1000마리를 사육하여, 1주일 1마리 출하를 목표로 칡소암소입식비, 거세우출하장려금, 사료비 등을 지원하고, 신규 사업으로 칡소 송아지 1마리당 50만~100만 원의 생산 장려금을 지원한다.

지역 온라인 직거래 쇼핑몰 강원고성몰(www.gwgoseong-mall.com)에 지역 축산 농가에서 출하한 칡소만을 산지 직송 판매하여 유통 활성화에도 힘쓰고 있다.


멸종위험 재래종 보존, 그 숭고한 사명으로 사라진 우리 소의 화려한 부활을 준비하는 강원도. 해질녘 게으른 얼룩빼기 칡소의 울음소리가 잔잔히 울려 퍼질 그날을 위한 이들의 노력이 무르익고 있다.



고성칡소전문정육점. 고성군 간성읍 간성시장1길10-1. 033-681-3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