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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
137호
Special Gangwon
국내 최초 삼척항 지진해일 안전 타워
VIEW.1058
김성옥 동부건설(주) 삼척항 안전타워 현장대리인
사진 이제욱 본지 객원 작가
박상운, 전영민 강원특별자치도 대변인실

동해안의 미래를 지키다!

국내 최초 삼척항 지진해일 안전 타워

태풍, 지진 발생하면 수문 내려 재난 대비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 온도 상승, 해수면 높이 증가 등 기후변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 역시 최근 10년간 연평균 해수면이 4.27㎜씩 높아지고, 태풍의 최대 강도도 지난 41년간 31%(시속 39.4km) 상승하는 등 기후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어 인구와 산업이 밀집한 항만·어항 배후 권역의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해마다 태풍 내습, 집중호우로 침수 피해가 발생한다. 또한 동해안 지역은 일본 서해 지역에서 발생하는 지진해일(쓰나미)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 있어 항만을 비롯한 연안 지역의 피해방지 대응책 마련은 고민거리였다. 그중 삼척항은 과거 1983년, 1993년 두 차례 지진해일 내습으로 인명 및 재산 피해가 발생해 근본적인 방재 대책 수립이 시급했다.


그렇게 동해안의 미래를 위해 방파제 등 외곽시설 보강 및 항만 배후 권역 침수 방지를 위한 장기 프로젝트 정비계획을 추진, 2014년부터 2022년 3월까지 국비 499억 원을 들여 완공한 ‘삼척항 지진해일 안전 타워’는 지난해부터 본격 가동하고 있다. 


지난 2022년 9월 5일 초속 40~50m의 강풍을 동반한 제11호 태풍 ‘힌남노’ 북상 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수문을 닫았다. 강원특별자치도 환동해본부와 삼척시는 이날 오후 3시 삼척항 입구에 지진·태풍 등으로 인한 거대 파도를 막도록 설계된 ‘지진해일 안전 타워’를 가동했다. 선박들은 모두 입항 조치됐으며, 태풍 특보 해제까지 가동하며 높은 너울성 파도에 대비했다. 동해 북동부해역(일본 북서 근해)에서 진도 7.0 이상, 파고 1m 이상의 지진해일이 발생할 경우, 삼척항 내 수문과 방호 문을 폐쇄하도록 설계된 높이 39m의 아파트 14~15층 정도의 거대 건축 구조물의 위용을 드러냈다. – 편집자 주







일본의 서쪽 해역에서 지진이 발생하여 해일 경보가 발령되면 동해안까지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시간 내외.

이런 대규모 재해가 예상되는 상황일 때,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방재 시설인 삼척항 안전 타워가 본격 가동된다. 약 1시간에 걸쳐 해안에 배를 댔던 선박이 안전 타워 보호구역으로 대피하고 이후 수문을 작동시켜 해일에 대비한다는 매뉴얼이다.


국내 최초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운영 중인 삼척항 지진해일 안전 타워는 아시아 최대 규모로 지진 규모 최대 8.0의 지진해일이 발생하였을 때 대비할 수 있는 시설이다.


게이트 시설 1기, 방호벽 937m, 방호 문 9개소, 호안 시설 및 전망대, 계단실, 전기실로 구성되었다. 그중 해일로부터 항구를 보호할 수 있도록 설치된 게이트 시설은 수문을 닫았을 때 해수면으로부터 약 3.6m 파고를 막을 수 있도록 설계, 방호벽과 방호 문은 지상으로부터 약 1.5m 높이로 침수 피해에 대비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게이트 시설은 항로와 주변 여건에 맞게 넓이(폭) 50m, 높이 7.1m, 중량 511t의 대형 수직 리프트 수문으로 평상시에는 기둥 상부에 매달려 있다가 해일이 발생하면 수문이 하강하여 항로를 차단하는 원리이다. 이때 항로 바닥에서 해수면까지 수심이 3.5m로 3.6m 파고를 막을 수 있으며 수문이 완전히 닫힐 때까지 약 30분이 소요된다.


돌이켜보면, 지진해일을 대비한 국내 첫 시설로 시공 과정에 우여곡절이 꽤 있었다.

선례나 축적된 노하우가 부족하여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해외 견학과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습득한 기술력을 현장에 접목, 2014년에 착공한 지 8년만인 지난 2022년 3월 드디어 완공했다. 설계부터 만만찮았다. 가상 지진해일 11개와 역사 지진 해일 3개의 사례와, 지진 규모 8.0을 조건으로 한 여러 차례의 지진해일 수치 모형 실험을 통해 시설 규모를 산정, 설계에 반영하였다. 특히 수문이 거치되는 콘크리트 기둥과 수문 사이의 간격이 10cm밖에 되지 않아 해상 크레인을 이용한 작업 과정에 고도의 정밀성이 요구되었고, 해수면으로부터 32m 상부에서 이뤄지는 고소 작업(high place work, 高所作業)으로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한 관리가 필요했다.





또한 선박이 통항하는 항로에 설치하는 데다 수문 설치 작업만 최소 7일로 예상되어 이 기간에는 항로를 전면 차단해야 했기에 지역 주민과의 긴밀한 협의는 물론 반드시 관계기관의 협조를 구해야 했다.




동해안의 경관도 고민이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방재시설이라는 기능적 역할에만 국한하지 않고 천혜의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뤄 삼척 해안의 명소가 될 수 있도록 하자는 쪽으로 방향이 정해졌다. 여러 차례의 협의 끝에 해안선과 어울리는 디자인을 적용하였고 개방성을 고려하여 구조부재를 최소화하였으며, 방문객의 주요 이동 동선인 계단실에서 바다 쪽으로 전면 개방해 방문객의 조망권을 확보하였다. 또 야간 도시경관의 친화, 체계적인 조명 연출계획으로 관광객 유치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자 노력했다.



과거 삼척항ㆍ임원항 피해 사진



최근 몇 년 동안 발생하는 지진 빈도를 고려하면 우리나라도 더 이상 지진과 지진해일의 안전 지대가 아니다. 

강원특별자치도를 비롯하여 해양수산부, 삼척시, 지역 주민, 건설사 등 모두의 노력으로 태풍 등 각종 재해로부터 시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킬 수 있는 게이트 형 재난 방지시설물로 완공된 이 시설이, 성공적인 운영으로 우리나라 해일 재난 방지시설의 모범사례가 되길 기대해 본다.











삼척항 지진해일 안전타워 참관기  / 글 : 전영민





지난 4월 26일에 찾은 삼척 정라동.

근래 매스컴을 연이어 장식한 동해상 지진 발생 기사 때문이었을까? 지난해 6월 개관 취재에 이어 재방문한 ‘삼척항 지진해일 안전타워’가 유난히도 위풍당당 기세등등하게 다가왔다.


노고 끝에 삼척항 어귀에 조성한 두 동의 안전타워(높이 39m)와 그 사이에 놓인 거대한 수문(무게 511t)은 여전히 장엄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지난해 9월 북상한 초속 50m 초대형 태풍 ‘힌남노’의 위력도 거뜬히 잠재운 수문이라고 하니 볼수록 기특하고 듬직하지 않을 수 없다.


취재 시작을 함께한 비구름이 걷히자 기다렸다는 듯 타워 최상층 전망대로 발길을 옮겼다. 전용 엘리베이터로 순식간에 도착한 전망대(건물 14층 높이). 쾌청한 하늘, 수평선까지 알알이 수놓인 윤슬, 밀려오는 하얀 포말까지 눈앞에 발아래 펼쳐진 광활한 삼척 바다를 360도 파노라마로 만나는 호사를 누려본다.


타원형 복도를 따라 걸린 ‘환동해 사진전’ 작품들에 자연광 조명이 더해지니 멋들어진 갤러리에 온 듯싶기도 하다. 삼척 출신 이효웅 해양탐험가가 2000년부터 22년간 한반도 삼해(三海) 8,000km를 일주하며 찍은 사진들로, 2개월마다 주제를 달리해 7월부터는 ‘동해 파도’ 작품들이 전시된다.


복도 끝에 마련된 지진해일 교육홍보관. 대형 모니터를 통해 과거 동해상에 발생한 지진ㆍ태풍으로 피해 본 삼척의 모습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순식간에 차오른 경각심에 벽면을 가득 채운 ‘안전 수칙’ ‘행동 요령’ 안내판으로 절로 눈길이 갔다.


먼저 다녀간 이가 전하는 당부 하나. 

두 개의 타워 전망대를 연결하는 50m 통로는 좌우가 통유리로 돼 있어 내딛는 걸음마다 드넓은 동해와 형형색색 나릿골의 환상적인 하모니를 경험할 터이니. 느리게 걸을수록 누리게 될 삼척은 배가 된다. 


깊은 바다와 높은 하늘 사이,

삼척의 과거와 안전한 미래를 담은 삼척항 지진해일 안전타워.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향해 자박자박 걸음을 내딛는 삼척에 귀 기울여볼 일이다.





●  삼척항 지진해일 안전타워 : 삼척시 정하동 41-304, 033-575-8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