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키즈트리엔날레2023 개막
2023. 9. 21. ~ 10. 15.
“어린이와 함께 스스로의 (괄호)를 채워 다양한 상상과 이야기를 나누려 합니다.
강원키즈트리엔날레가 여러분의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와 삶을 대하는 또 다른 관점을 생각하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지난 7월 14일에 받은 이메일 한 통. 초대글의 짙은 울림은 곧 깊은 생각에 잠기게 했다.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에 대한 물음과 과연 그 변화의 물꼬를 어린이들은 어떻게 텄을지에 대한 궁금 속으로
#관람 포인트 하나, ‘강키즈’
국내 유일 어린이 시각예술 행사인 ‘강원키즈트리엔날레2023’이 ‘( )바꾸는, ( )나누는, ( )전달하는’을 주제로 9월 21일부터 25일간 평창 진부면 평창송어종합공연체험장 일원에서 열린다. 3년 전 국내 첫 키즈트리엔날레를 진두지휘한 한젬마 아트 콜라보 디렉터가 또다시 함께했다.
이번 전시의 가장 큰 화두는 단연 어린이 큐레이터단 ‘강키즈’다. 지난 3월 전국에서 선발한 16명의 초등학생은 행사 모든 과정에 참여, 특히 괄호로 무장한 심오한 전시 주제를 만들어 내는 저력을 보였다.
작가/윤미정
“아이들에게 이번 행사를 통해 구현하고 싶은 것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했어요. 한 아이는 지구 온난화로 침몰하고 있는 투발루 섬을 생각했어요. 아이라고 생각이 어리진 않더라고요. 어른과 똑같이 자기 미래를 걱정하고 있어요.” 한달음에 찾아간 강원트리엔날레 신지희 운영실장이 지난 라운드테이블을 복기하며 말했다.
현 시간 속에서 무엇을 고민하는지 아이들은 진지한 대담을 나눴고 이를 3개의 키워드로 정리했다. 여기에 수없이 많은 목적어를 괄호로 대체해 전시 주제를 최종 지었다. 7월 현재 강키즈는 자신들의 언어로 스크립트를 쓰고 전시장에서 들려줄 전시 해설 프로그램(도슨트)을 녹음 중에 있다.
#관람 포인트 둘, ‘관객 체험 완성형 전시’
단순히 미술 작품을 관람하는 일반 전시가 아니다. 일명 ‘관객 체험 완성형 전시’로, 참여작가별로 10개의 구획으로 나뉜 주제 전시장은 관객과 어린이들의 참여로 비로소 완성되게 구성했다.
“본 행사에 관람형 전시는 어린이 공모전과 영재전 밖에 없어요. 주제전 모든 작품에 체험 프로그램이 들어갑니다. 작품이란 작가의 생각을 갖고 온 것에 불과해요. 그 콘셉트를 관람하며 왜 이 공간이 이렇게 이루어지는가에 대해 공유하고 행위를 통해 공간을 완성해 가는 거예요.”라고 신 실장은 전시 기획을 설명했다.
참여작가 중 삼척 출신 전혜정 교수(청강문화산업대)는 아이들이 AI 프로그램 ‘Midjourney(미드저니)’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입력하면 AI가 그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새로운 그림을 만들어내는 일련의 과정을 선보인다. “어린이들의 창의력을 AI와 결합하여 예술을 재정의하고, 그 과정을 공유하는 작업입니다. 이를 통해 어린이들은 기술이 어떻게 예술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표현을 가능하게 하는지를 느끼고, 또한 자신의 창의성과 상상력이 확장되는 경험을 하게 될 거예요.”라고 덧붙여 말했다.
독창적이고 파격적인 춤으로 명성 높은 안은미 무용가는 그동안 활동하며 입은 옷과 소품을 전시, 아이들이 직접 그 의상을 착용하고 춤추는 ‘안은미 따라 하기 챌린지’를 내놓았다. 조선일보 ‘네컷만화’로 이름을 알린 유환석 만화가는 전시장에 네컷만화 중 한 컷만을 채워놓고 나머지 세 컷은 관람객들이 함께 스토리를 완성하도록 빈칸으로 남겨 놓았다.
#관람 포인트 셋, 미래세대=지구, 자연, 환경
미래세대의 초미의 관심사인 환경문제도 심도 있게 다룬다. 강원트리엔날레는 지난 5월 4일부터 46일간 전시 주제로 전국 어린이 미술 공모전을 개최, 접수된 405점의 출품작 중 최종 선정한 31점을 전시한다. 여기서 눈여겨 볼만한 사실은 아이들이 채워 넣은 괄호 속 주제로 ‘지구, 자연, 환경’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는 것.
작가 / 이건용@리만갤러리
작가 / 김아현 특별상 (지구를) 바꾸는, 좋은 지구
이미 ‘강원작가트리엔날레2022’를 열며 쓰레기 더미가 난무한 행사장에 파빌리온을 세운 전력을 이어 올해 인근 조각 공원에 리사이클링 개념을 더한 ‘아트 액티비티 어린이 놀이터’를 조성, 다시 한번 자연환경 보존에 대한 경각심을 울릴 계획이다.
“전시라는 액션 자체도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를 완전히 실천하진 못해요. 그래도 최대한 쓰레기를 줄이려 노력했습니다. 공간 연출도 재활용이 가능한 자재를 사용하고, 책자나 활동지 등 인쇄물 대부분을 QR코드로 대체했습니다.”
‘관람객이 이번 전시를 보고 꼭 느꼈으면 하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마지막 질문에 신지희 실장은 “키즈는 우리의 미래이고 인류의 미래잖아요. 이 전시를 보고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현재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을 공유하셨으면 합니다.”라고 답했다.
취재의 처음과 끝이 같은 물음이라는 아이러니한 상황.
하지만 아이들이 채운 괄호 속 세계가 어떠할지 조금이나마 헤아린 시간이었다.
우리의 미래와 책임에 대한 통시적 고찰이 다가오는 9월 21일, 평창에서 열린다.
작가 / 안은미컴퍼니@관악문화재단
● 강원키즈트리엔날레2023. 평창군 진부면 경강로 3554
● 행사 기간 : 2023. 9. 21. ~ 2023. 10. 15. (25일간). 관람료 : 무료
● 휴무일 : 행사 기간 중 수ㆍ목요일
● 강원트리엔날레 운영실. 춘천시 안마산로 85 4 층. https://www.gwart.kr. 033-240-1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