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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
140호
Nature & Travel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 유적전시관
VIEW.680
전영민
사진 박상운·전영민
기록사진 국립중앙박물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다시 핀 천년의 역사

원주 법천사지

유적전시관과

지광국사탑 


 

   




영동고속도로 문막TG를 빠져나와 49번 지방도를 10여 분(13km) 내달리다 보면 섬강과 남한강이 합류하는 지점이 나온다. 오랜 역사의 흔적들로 깊이 주름진 마을, 법천리이다. 


강원, 충청, 경기 세 개의 도가 접하고 있어 과거 사람과 물자 이동이 활발했던 이 고장은 삼국시대부터 법천사, 거돈사 등 대규모의 사찰이 자리하며 난숙한 불교문화를 꽃피웠다. 임진왜란 때 사찰 대부분이 소실되어 현재 절터만 남아있지만, 당대 뛰어난 석조 미술 양식을 엿볼 수 있어 거돈사지(1968), 법천사지(2005)가 일찍이 국가 문화재 사적으로 지정되며, 지금도 여전히 역사적, 학술적, 예술적 가치가 곳곳에 흐르고 있다. (원주시 역사박물관) 





 

 



부론면 행정복지센터를 지나 골말길 방면으로 남은 1km, 보물 찾아가는 길이 쉽지만은 않다. 갈수록 길이 좁아지더니 급기야 마주한 외길, 그렇게 1분 남짓을 더 달리니 저 멀리 왼편으로 그 옛날 사찰 입구를 알리던 깃발의 지지대, 당간지주(강원특별자치도 문화재자료)가 보인다. 이윽고 우편에 통창으로 둘러싸인 회색빛 건물 ‘법천사지 유적전시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정 면적 17만 9천㎡, 국내 최대 규모의 절터인 법천사지는 1995년부터 2031년까지 약 5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돼 대대적인 사지 정비가 진행 중이다. 그간 이 사적에서 출토된 유물은 약 2만 6천여 점. 마땅히 보존하고 전시해야 할 문화유산들은 공간의 부재로 국립춘천박물관, 충주 국립중원문화재연구소 등 전국으로 흩어졌고, 이를 안타깝게 여긴 지역주민들과 지자체, 관련 기관이 힘을 모아 2018년 박물관 건립사업을 추진, 지난해 12월 지상 2층, 연면적 2,231㎡ 규모의 유적전시관을 세웠다. 올해 7월 강원특별자치도의 두 번째 공립박물관으로 등록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운영에 매진하고 있다. 

 

 






입구를 지나자 가장 먼저 법천사지 지광국사탑(국보)이 중생을 환연히 맞이한다. “고려 문종 때 왕사를 지낸 지광국사 해린(984~1070)의 부도탑입니다. 보통 종형, 원형의 승탑과는 달리 화려한 문양이 조각된 보기 드문 사각형의 부도입니다. 1911년에 일본 오사카로 무단 반출되었다가 다시 경복궁으로 돌아왔는데, 이때 원래 자리로 돌아오지 못하고 서울에서 112년을 머물러 있다가, 올해 8월 1일 이곳 원주 법천사지로 돌아오게 됐습니다.” 1층 기획전시실에서 조우한 이상훈 학예연구사(원주시 역사박물관)가 부도의 지난한 과거를 설명했다.

 

 

 

 




한 세기 동안 발 없는 지광국사탑이 이동한 거리는 약 1,975km. 

그 멀고도 고된 길을 돌아 비로소 본래 자리를 찾은 탑은 아직 미완인 상태로 전시장에 놓여있다. 한국전쟁 때 유탄을 맞아 약 1만 2천 조각으로 흩어진 탑은 당시 시멘트와 철근으로 덧칠돼 보존되었고, 이를 재정비하는 복원 사업이 지난 5년간 이뤄졌다. 총 33점의 부재 중 탑구석, 지대석, 기단석, 기단갑석, 앙화, 보주 등 복원을 완료한 31점이 유적전시관으로 옮겨졌고, 훼손이 심한 옥개석과 탑신석은 탑이 조립되기 전까지 국립문화재연구원 문화재보존과학센터(대전)에서 보관한다. 

 









“부재들 중 사자상은 한국전쟁 이후 70년 만에 일반인에게 공개되어 의미가 큽니다. 내년 상반기엔 사자상이 얹힌 온전한 탑을 보실 수 있습니다.” 완전히 복원된 지광국사탑의 최종 위치는 현재 미정, 본래 자리인 지광국사탑비(국보) 옆에 세울지 현재 보관 중인 전시관 안에 놓을지 열 띤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10차례에 걸친 발굴조사로 출토된 기와, 청동 향로, 금동연화문 원통형기 등 고려시대 불교문화의 면면을 보여주는 유물 600여 점도 부재별로 2개의 전시실에 나뉘어 있다. 특히 흔치 않은 출토사례로 손꼽히는 공양보살상이 2층 전시실에 자리해 존재 가치를 더한다. 

 




 




천년의 세월을 견딘 보살상은 표정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얼굴이 닳았지만, 연꽃 위에 무릎 꿇고 앉아있는 자태는 그 옛날 석탑을 호위하던 모습 그대로 변치 않은 위엄을 뽐낸다. 다른 박물관에서 볼 수 없는 ‘열린 수장고’는 유적전시관만의 또 다른 재미. 거대한 통창 너머로 유물 보존 처리 과정을 직접 살펴볼 수 있다. 


“앞으로 남한강 유역의 고대 사찰 유적지 법천ㆍ거돈ㆍ흥법사지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도전합니다. 유적전시관은 이 주요 유적을 관장하고 아우르는 주요 거점 역할을 하고요. 지금도 출토되고 있는 많은 매장 문화재들이 더 이상 다른 곳으로 떠나가지 않도록요.” 


긴 기다림에 마침표를 찍고 빛나는 새 역사를 써 내려가기 시작한 법천사지 유적전시관. 그 당찬 행적이 자꾸만 기대된다. 












 

● 법천사지 유적전시관. 원주시 법천사지길 50-15. 033-737-2806.

● https://whm.wonju.go.kr

● 이용 시간 9 시 ~18 시(입장 마감 17시). 매주 월요일 휴관. 입장료 무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