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유산의 정수 조선왕조실록ㆍ의궤, 다시 오대산으로!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과 오대산사고본
-
지난 11월 12일, 구름도 쉬어가는 아름다운 산세가 사방으로 병풍 친 오대산 월정사.
500년 조선 역사를 담은 조선왕조실록ㆍ의궤 오대산사고본이 110년 만에 귀향했다는 경사와 이 보물을 품은 국립박물관이 강원에 더해졌다는 겹경사 소식에 기대 반 설렘 반 평창을 향한 발걸음이 사뭇 즐거웠다.
“지역 문화재들이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는 경우는 굉장히 드뭅니다. 지역의 소중한 문화재가, 국립박물관까지 지어져 제자리를 찾은 건 이번 사례가 최초이고요. 국보인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 75책과 보물 조선왕조의궤 82책을 비롯해 1,207점의 유물을 소장한 박물관이 강원에 생긴 겁니다.” 취재를 함께한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 전시총괄기획자 박수희 학예연구관(국립고궁박물관)의 첨언에 온몸이 전율로 찌릿했다.
110년 세월의 무게를 견디고 그 가치를 온전히 지켜낸 오대산사고본 실록과 의궤를 영접하기 위해 박물관 2층 상설전시실로 향했다.
세계에서도 가장 상세하고 포괄적인 역사 기록물로 인정받은 조선왕조실록과 의궤의 모든 것을 담은 전시실은 알 수 없는 비장함이 흐르는 듯했다.
주제에 따라 총 3부로 구성된 전시는 오대산사고 이야기로 그 문을 연다. 실록의 편찬부터 일본으로 반출된 뼈아픈 시간, 그리고 환수와 귀향까지 한편의 대서사가 대형 스크린을 통해 전달된다.
이어 현존하는 유일한 교정쇄본 실록인 오대산사고본이 반세기 전 그 모습 그대로 결곡한 자태를 드러낸다. 태조부터 철종대까지 472년 조선의 숨결을 고스란히 간직한 고문서들. 누가 어떻게 실록을 제작했는지, 그 종류는 어떠한지, 오대산사고본의 남다른 특색을 세세히 살펴본다.
이윽고 점점 또렷이 들려오는 취타대의 나팔소리. 의궤 속 화려한 어가행렬과 궁중행사도가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스크린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통창 너머 새 조명 아래 놓인 의궤 원본들과 함께 태조, 철종, 고종의 어진도 살펴볼 수 있어 그 의미를 더한다.
“지역주민들이 제자리로 돌아온 오대산사고본을 보며 굉장히 좋아하셨어요. 앞으로 더 많은 분이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도록 2층 실감형 영상관도 다양한 콘텐츠로 채울 계획입니다. 무엇보다 1층에 있는 어린이 박물관을 개편해 아이들에게 조금 어려울 수 있는 조선의 역사, 기록물의 소중함에 흥미를 느낄 수 있게 기획 중에 있습니다.”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다시 우리 곁에 돌아와 준 것만으로도,
세월 속에 잊혀간 역사의 진운을 새롭게 한 강원의 문화유산들.
귀환으로 아픈 역사의 상처를 씻어내고 한 걸음 더 나아간 문화재들이 말하는 것 같았다.
이제 더 이상 떠돌아다니는 일이 없도록, 우리의 책임을 진중히 되새겨보라고.
●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 평창군 진부면 오대산로 176. 033-339-7022.
● https://sillok.gogung.go.kr/
● 이용 시간 9시 30분~16시 50분(5~10월 17시 30분까지). 매주 화요일 휴관. 입장료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