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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
143호
Nature & Travel
맛·멋·흥 다 있는 동해 북평시장
VIEW.880
전영민 강원특별자치도 대변인실
사진 박상운 강원특별자치도 대변인실
자료제공 동해북평시장상인회





지역문화매력 로컬 20선 

맛 멋 흥, 전통시장의 자부심 


어릴 적에 보았던 풍경이었다.

비좁은 골목길, 줄지은 상가들, 늘어선 좌판 위를 가득 채운 천태만상 온갖 것들.

그 생소함과 신기함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했던 동네 시장의 오랜 추억이 온전히 소환된 듯했다. 

다른 것이 있다면 여긴 전통 오일장, 그것도 전국에서 가장 큰 전통 재래시장! 


요즘이들은 잘 모를 게다. 

강원 동해시에 가면 228년 오랜 역사와 전통의 오일장이 있다는 사실을.

시장보다 대형할인마트에 더 익숙한 세대에게 북평민속시장이 주는 이 새뜻한 낯섦과 생경한 익숙함은 무엇일까? 

궁금했다. 북평장의 처음과 끝, 그 모든 것이. 



# 뒷들장에서 전국 3대 민속장으로

북향에 있는 넓은 들판, ‘북평' 지명을 그대로 따와 ‘북평장’, ‘뒷들장’으로 불려 온 북평민속시장, 단순히 들판에 있는 시장이라 섣불리 단정 짓기엔 그 매력이 차고 넘친다.


청옥산(1,407.2m)과 두타산(1,357m)에서 발원한 무릉계곡, 신흥천 등 인근 14개의 작은 천이 합류한 거대한 하천 전천이 마을을 가로지르고, 굽이친 냇물을 따라 충적평야가 넓게 펼쳐진다. 남서쪽으로 장취산, 취병산, 삼재산 등 낮은 봉우리들이 두루 병풍을 치고, 동쪽으로는 강원 최대 무역항만인 동해항과 북평국가산업단지 동해자유무역지역이 자리한다. 거기다 동해안을 가로지르는 7번 국도, 태백에서 내려오는 38번 국도, 정선에서 넘어오는 42번 국도까지 남과 북, 영동과 영서를 잇는 지리적 요충지다. 말 그대로 천혜의 자연을 품은 북평은 계절마다 자연에서 거둬들인 자원들로 가득히 넘쳐난다. 


인적으로나 물적으로나 자원이 빈번히 왕래되던 마을은 1796년(정조 20년) 나안동 다리 일대(현 시장 위치의 북서 지역)에서 매월 3, 8일로 끝나는 여섯 날에 오일장 문을 열었고, 228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변함없이 그 맥을 잇고 있다. 경기 모란시장, 전북 익산시장과 함께 전국 3대 민속시장으로 손꼽히며 유구한 역사를 간직한 대한민국 대표 민속장이 되었다.




# 단돈 만 원으로 즐기는 푸짐한 한 상, 북평장 먹거리

부지 14만7천 ㎡(약 4만4천 평)에 달하는 시장은 동해 앞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싱싱한 수산물과 지역 산야에서 캐온 보약 같은 산나물, 들에서 거둔 오곡 잡곡, 계절 따라 입맛 돋우는 청과류 등 갖가지 식품들이 즐비하다. 시장 골목 사이사이 빼곡히 들어선 500여 상점과 노상 점포들을 둘러보는 데만 두어시간. 물건을 파는 이도, 사는 이도, 구경하는 이도, 옛 추억 따라 잠시 들른 이도 모두 왁자한 시장의 활기에 흥겨운 모양이다. 거의 없는게 없는 만물상 시장에 매년 10만여 명의 방문객이 모여드는 이유가 꽤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번라한 시장통, 동서남북으로 뻗은 시장길을 가장 먼저 반기는 건 오감을 자극하는 먹거리다. 

100% 메밀 반죽에 김치와 채소로 소를 꽉 채운 메밀전병, 큰 잔치나 명절 때 먹던 메밀부침 등 각종 전이 검은 쇠판 위에서 지글지글 군침 돌게 부쳐진다. 잔치국수, 메밀묵 등 시장 음식들이 늘어선 국수 거리. 시장길을 가득 채운 달가운 지짐 소리와 고소한 부침 냄새에 너도나도 발길이 절로 멈추어 선다. 가격도 착하다. 모든 메뉴가 4천원을 넘지 않아 저렴하게 얻은 한상차림에 때아닌 호사를 누려본다. 


장날마다 문전성시를 이루는 또 다른 골목은 국밥 거리다. 본래 전국에 소문난 우시장이었던 북평장은 인근 삼척으로 우시장이 옮겨간 이후에도 소머리국밥집들이 옛 자리를 지켜 그들만의 거리를 만들었다.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허름한 국밥집들의 긴 시간만큼이나 변치 않은 진한 국물을 기억하는 이들로 여전히 북적하다. 





# 북평, 또다른 새로운 역사를 향해

북평교 초입 시장 입구, 북평동복지센터 건너편에 상인들이 힘을 모아 세운 ‘북평민속시장 고객지원센터’가 자리한다. 2층 회의실에서 조우한 남진수 상인회장은 “10년 전만 해도 평균 800~1,000명 상인들이 장사했어요. 점점 상인들의 연령대가 높아지고, 코로나19로 건강상 그만두신 분들이 많아져 현재 500여 명이 장사해요.”라며 23년 동안 몸소 느낀 재래시장의 현실을 꼬집어 말했다. 주차시설도 전국에서 찾아온 방문객 수를 따라가기에 버거운 현실이다. 시장 입구 전천 강변에 주차장을 마련했지만, 시장과 거리가 있어 오가기 힘들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근처 추암해수욕장과 무릉계곡을 방문한 단체관광객들을 어떻게 시장으로 유입할지 고민하고 있어요. 앞으로 주차 공간 확보에 더 힘쓰고, 시장 거리도 말끔히 정비해 방문객 편의시설을 많이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시장 안에 마련한 공연장에서 노래자랑, 농수산물 경매 등 행사도 다양하게 열 예정이에요. 젊은 상인들, 젊은 방문객들이 많이 올 수 있게요.” 결의에 찬 남 회장의 대답에 북평의 변화가 벌써 궁금해진다. 


 우리네 삶의 체취가 물씬 풍기는 곳,

사라져가는 우리네 시장의 자부심이 넘쳐나는 곳,

3ㆍ8 일로 끝나는 날, 동해 북평민속시장에서 우리의 맛, 멋, 흥을 제대로 한껏 느껴보시길.


● 북평민속시장 고객지원센터(동해북평상인회). 동해시 갯목길1-1. 033-522-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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