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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
144호
Nature & Travel
정선아리랑시장
VIEW.1128
전영민
사진 박상운




녹음의 향연이 짙은 7월의 정선.

태백산맥 허리께 구름도 쉬어가는 산간 마을의

초목 생기에 몸도 맘도 산들산들 상쾌해진 기분이다.

굽이굽이 잔원하게 흐르는 조양강을 가로질러

비봉산이 병풍 친 강변에 이르자

도로 위로 크게 놓인 팻말에 시선이 꽂힌다.



‘언릉 와요~ 여기가 시장이래요’ 



귓가에 들릴 듯 구수한 정선 사투리로 모습을 드러낸 정선아리랑시장. 60년 전통을 이어 매월 2, 7로 끝나는 여섯 날과 주말에 문을 열어온 민속시장은 매 장날 전국에서 모여든 관광객들로 고요한 두메산골을 시끌시끌하게 만든다. 


2004년 시장 전체를 관광 상품화해 대대적인 정비가 이뤄졌고, 장날에 맞춰 코레일 정선아리랑 열차 (A-train)가 서울 청량리역에서 정선역까지 운행해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연간 140만여 명의 방문객이 찾아올 정도로 번라한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난한 3년의 세월을 이겨내고 시장 환경을 재정비, 시장과 연계한 정선 시티 투어 버스, 아리랑 문화 공연 등 다양한 관광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옛 명성을 점차 되찾고 있다. (2024년 7월 기준 A-Train 청량리역~민둥산역 운행) 


 

사방으로 쭉쭉 뻗은 시장통은 맛을 부르는 풍경을 자아낸다. 메밀전병, 메밀부침, 찰수수를 맛깔나게 기름에 지진 수수부꾸미, 콩고물을 고루 묻힌 수리취떡, 쫄깃한 면발이 일품인 콧등치기국수, 1급수 조양강에서 바로 건져내 시원하게 국물을 우려낸 다슬기 해장국, 전국 으뜸 정선 황기로 달여 만든 족발까지 정선의 진미가 걸음마다 가득하다. 시장길을 채운 달가운 지짐 소리와 고소한 부침 냄새, 오감을 만족시키는 시골 장터의 매력에 모두의 발길이 더디게 흐른다. 


“산더덕, 산두릅, 고사리 다 자연산이에요. 이 돼지감자도 자연산. 우리 남편이 산에서 다 뜯어온 것들이에요. 여기 잔대, 산삼도 다 정선에서 나왔어요.” 올해로 20년째 산나물을 팔고 있는 심마니의 아내 윤복란 상인. 그가 자부하는 정선의 산나물들이 좌판 위로 산뜻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시장 동문에서 남문까지는 신토불이 장터. 족히 100m는 넘을 듯 길게 늘어선 좌판들 위로 정선에서 나고 자란 농작물들이 싱싱한 초록 물결을 이룬다. 상인들이 패용한 이름표마다 정선 농작물임을 알리는 ‘신토불이 확인증’ 인증마크가 적혀 있어 믿음을 더한다.


시장 한편 공연장,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소리꾼들이 뽑아낸 정선아리랑이 구슬피 울려 퍼진다. 아우라지 강변에 얽힌 처녀 총각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 열창에 일하던 상인들도 길 가던 관광객들도 모두 넋 놓고 멈춰서 잠시 잠깐 호사를 누린다.  


걸음마다 떡이며 버섯이며 한과며 맛보라고 손에 한 움큼 듬쑥 쥐여주는 아리랑 상인들, 정선 자연의 넉넉함만큼이나 후한 시장 인심에 고향에라도 온 듯 포근한 마음이 내내 가시지 않는다.


 

아리랑 장날엔 정선 여행이 한결 가벼워진다. 

정선군은 지난 4월부터 오는 11월까지 시티 투어 버스를 운영, 단돈 만 원으로 정선 명소를 둘러보는 관광 상품을 출시했다.  청량리역에서 A-train을 타고 3시간 남짓 민둥산역에 도착해, 먹거리 볼거리 가득한 아리랑 시장을 시작으로 정선아리랑의 발상지 아우라지, 한반도 동굴의 진수 화암동굴 등 정선의 핵심 관광지를 알차게 돌아볼 수 있다. 



투어 코스 중 MZ 세대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나전역. 옛 시골 간이역 풍경을 그대로 간직해 카메라를 들이대는 족족 인생 사진 건지기 딱 좋은 포토존 맛집이다. 2020년 이후 역 전체가 레트로 감성이 물씬 풍기는 카페로 변해, 한낮 햇살 듬뿍 받은 감성 넘치는 나전역 카페 사진을 소셜 미디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위에 달콤쌉쌀한 곤드레 크림을 얹은 카페 시그니처 ‘나전역 크림커피’도 정선의 새로운 명물로 떠오르고 있다. 


장날이 아닌 날에는 2층 투어 버스 ‘정선와와’에 올라 굴피집, 너와집 등 옛 정선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는 아라리촌, 대한민국 100대 명산 가리왕산(1,561m)을 단숨에 오르는 가리왕산 케이블카를 한목에 즐길 수 있다. 


보고 듣고 먹고 느끼고, 저마다의 여행 취향을 만족시키는 다채로운 정선. 

산천도 인심도 모자람 없이 넉넉하게 품은 정선아리랑시장에서 올여름 오감 만족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보시길. 



정선아리랑시장. 정성군 정선로 1359. 033-563-6200 

정선시티투어. 033-563-3122. http:// 정선시티투어.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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