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나아가는
아리랑 K-컬처 「아리아라리」
정선아리랑의 전승 과정을 보여주는
창작 뮤지컬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자 강원특별자치도 무형문화재 1호인 정선아리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뮤지컬 ‘아리아라리’가 오는 8월 중순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공식 초청작으로 무대에 오른다. 연극, 노래, 무용, 타악과 아리랑을 영상과 화려한 퍼포먼스로 구성해 75분 동안 선보이는 창작 뮤지컬 ‘아리아라리’는 정선 오일장과 연계한 폐광지역 관광 자원화 사업의 대표적인 문화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의 ‘로컬 100(지역 문화 매력 100선)’에 선정됐으며 호주 애들레이드 축제에서 6,000여 개 작품과의 경쟁을 뚫고 당당히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다. 이런 성과를 거두기까지 과정과 의미를 톺아본다. - 편집자 주(註)
글 : 진용선(아리랑 아카이브 대표·강원특별자치도 무형 유산위원)
2000년대 들어서면서 정선 떼꾼의 애환을 담은 정선아리랑을 따뜻하게 풀어낸 연극이나 창극 뮤지컬이 감동을 주기 시작했다. 2002년 4월 아우라지 전설을 도입해 아리와 떼꾼 랑이, 물레와 동식 사이의 그리움과 갈등이라는 새로운 서사를 담은 창극 「아우라지」가 시작이었다. 어명(御命)으로 정선에서 베어낸 장송(長松)을 나무꾼들이 목도로 아우라지에 옮기고 뗏목으로 원주 섬강을 거쳐 한강의 마포나루에 도착, 1865년 경복궁 중건에 사용되는 과정을 그린 연희극 「판아리랑」이 있었다.
황장목을 옮긴 정선 떼꾼들의 이야기를 관객의 눈높이에 맞춰 박진감 넘치게 그려낸 「판아리랑」은 진옥섭 감독이 2016년 5월 개관한 아리랑 센터에서 처음 무대에 올린 이후 2019년까지 전국에서 공연이 이어질 만큼 인기를 끌었다. 정선아리랑 군립예술 단원들과 함께 공연 중간마다 스크린 영상을 통해 전문가의 설명을 들려주기도 하고, 실제 뗏목의 모습을 재현했다. 소리꾼의 ‘목도소리’와 ‘운재소리’, 떼꾼과 주모의 정선아리랑, ‘연희단 팔산대’의 풍물굿이나 정선 민요 떼창이 백미(百媚)였다.
「판아리랑」의 뒤를 이은 뮤지컬 「아리아라리」도 주목을 불러일으켰다. 윤정환 감독이 연출한 「아리아라리」는 2018년 평창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기획, ‘한일중 올림픽 컬처로드’ 공연으로 2018년 2월 첫 무대를 선보인 이후 정선 오일장의 대표 문화 콘텐츠가 되었다. 남한강 뗏목의 출발지이자 처녀, 총각의 사랑 이야기가 깃든 아우라지를 배경으로 19세기 경복궁 중수 당시 뗏목 운행과 궁중 연희를 구성에 삽입, 다양한 무대를 연출했다. 할머니, 아들 기목과 정선, 딸 아리의 가족 서사는 정선에서 한양으로 이어지는 정선아리랑의 전승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역사적 사실에 대한 서사적 구성을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있다. 오래전 떼꾼들의 가탈 많은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은 기목의 삶을 해학적으로 풀어내 관객의 몰입을 유도하고 재미를 더했다.
이별과 재회를 ‘가족’이라는 보편적인 소재로 다루면서 정선아리랑이 다채롭게 표현되는 것은 물론이고 춤과 타악기 반주,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와 호흡이 긴장과 이완을 오가듯 펼쳐짐으로써 관객에게 한껏 즐거움을 준다. 특히 시대에 맞게 디지털을 활용한 화려한 영상, 무대 조명도 극의 볼거리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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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정선아리랑을 수용한 창극과 연극, 뮤지컬 등은 1980년 춘천의 극단 혼성(混聲)이 「아리랑 정선」(이하륜 극본, 최지웅 연출) 을 처음 무대에 올린게 시작이다. 정선 뗏목과 떼꾼들의 삶, 정선아리랑을 수용한 창극이나 음악극 등이 지속해서 무대에 오를 수 있는 배경에는 1990년대 후반부 터 꾸준히 이루어진 정선군의 재정적 지원과 콘텐츠를 제작, 기획을 맡은 정선아리랑문화재단의 노력이 있었다.
또한 일찍이 정선 뗏목의 제작 과정과 운행 경로, 주막 관련 인물이나 관련된 소리 등 역사에 대한 광범위한 자료수집과 연구서 (정선 뗏목. 2003, 정선 뗏목과 아리랑. 2019) 발간, 음원과 사진 아카이브 구축이 토대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에는 뮤지컬 「아리아라리」가 문화체육관광부 ‘로컬 100’에 선정되고 해외에서도 성공적인 공연과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발전하는 공연을 만들어 가면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뮤지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선아리랑센터. 033-560-3000, http://www.jacf.or.kr
‘아리아라리’ 공연 - 창작 뮤지컬 75분, ‘24.04.02.~‘24.11.27.
정선아리랑 토요 상설공연 ‘뗏꾼’ - 국악 70분, ‘24.04.13.~‘24.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