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을 처음으로 대한민국 미술 축제(Korea Art Festival)가 열리고 있다.
전국 329개의 미술관 , 화랑 등 전시기관이 참여해 다양한 기획 전시와 전시 연계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입장료 할인과 무료입장 혜택을 제공한다.
또 광주비엔날레 (9월 7일 ~12월 1일) 와 부산비엔날레 (8월 17일 ~10월 20일)도 이어진다. 강원특별자치도에서도 최대 시각 예술 축제인 ‘강원트리엔날레 2024’ 도 지난 9월 26일 개막해 평창 송어축제장, 진부시장, 월정사 등 평창군 진부면 일원에서 오는 10월 27일까지 24일간 열린다.
특히 강원미술인의 시장 확대와 활성화를 위해 지난 5월 서울 마루 아트센터에서 ‘강원 회화의 窓’ 전시로 시작한 ‘2024 강원 갤러리’도 오는 10월 16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그림손 갤러리, 대장정의 마지막인 네 번째 전시인 11월 20일 인사아트플라자 갤러리 기획전을 남겨두고 있다.
특히 도내에는 민간이 운영하는 소규모 갤러리가 늘어나면서 판매 중점의 화랑, 디지털화 매장도 생겼다.
이제는 전시관이나 화랑을 내가 사는 동네에서 쉽게 찾을 수 있게 됐다. 일상으로 스미고 있는 미술과 도내 현실을 짚어본다. - 편집자 주 (註)
글 : 박미숙. 갤러리 ‘느린 시간’ 대표
그림을 그리려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세계적인 유행을 끌고 있는 어반 스케치(Urban Sketch)는 지역 문화 센터, 혹은 복지센터 문화교실에 강좌가 없는 곳이 없다. 심지어 유소년 인구가 줄고 고령 인구가 늘면서 어르신을 대상으로 하는 ‘시니어(senior) 회화반’을 개설하는 미술학원도 생기 고 있다. 도심·지방의 지역적 구분 없는 풍경 드로잉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회화 활동과 동호회의 소소한 전시회가 일상이 되었다. 코로나 시기에 젊은 세대에게 들불처럼 번졌던 아트테크 붐도 무관하지는 않다. 이런 문화는 미술 전문가들과 관련 종사자들에 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 도내 미술계도 여러 변화를 겪는 중이다.
최근 몇 년 사이, 현장에서 화제가 된 활동과 움직임을 들자면, 먼저 지난해 처음 개막한 ‘강원갤러리’의 활약이다.
화랑들이 즐비한 서울 인사동에서 강원의 작가들이 단체전을 열었다. 100명 넘는 작가가 참여한 대형 전시로 강원 미술인의 역량을 수도권에 알리겠다는 야심에 찬 의지 이면에는 여태 번듯한 국공립 미술관이 없는 지역의 현실을 반영한 기획이라는 점에서 현장에서 그림을 생업으로 삼은 필자로서는, 내심 반가우면서도 아쉬운 마음이 없다고는 못한다. 지나온 강원미술의 흐름을 짚고 미래를 전망하며 새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길 기원하는 ‘강원갤러리’는 올해 전시 기간을 확장하여 상반기부터 인사동 갤러리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수도권 미술 애호가와 평론가들의 관심을 끌어내며 다른 갤러리들의 초대전 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소식은 도내 갤러리 운영자들에게도 기꺼운 일임은 분명하다.
두 번째는, 도내 곳곳에서 열리는 아트페어다. 코로나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난 아트페어는 지난해 전국적으로 90건을 넘겼다. 도내 역시 마찬가지. 미술시장은 경기침체와 소비 심리 악화로 내림세로 돌아섰다는 것이 현장에서의 체감이지만, 도내의 아트 페어는 이전 경험을 바탕으로 새롭게 출범하는 추세다. 춘천 ‘아트페어 아르 로드’, 강릉 ‘아트 강릉 24’, 원주 ‘아트페어’가 대표적이고 지역 기업이 후원하거나 주최하는 ‘강릉 국제 아트 페스티벌’이나 지난해 처음 시작한 ‘원주 인터불고 아트페어’가 규모를 갖추고 있다. 실제 작품 거래 규모는 기대 이하라는 평가지만, 전통적인 전시 형태에 익숙했던 관람객의 발길이 몰리는 시장 변화에 부응하고, 앞으로의 시장을 준비하려는 미술 관련 생태계의 생리와 의지의 발호로 보인다. 지역의 고유한 문화자원을 활용하거나 다양한 프로그램을 연계해 내는 콘셉트를 더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도내 미술 관련 업계에서는 지난 2월 개관한 강릉 솔올 미술관이 화두였다. 두 번의 기획 전시로 관람객 6만 명을 불러 들이며 국내외 미술계의 큰 관심을 끈 이 미술관의 기세가 심상찮다. 현대미술의 거장으로 칭해지는 ‘루치오 폰타나’의 회고전으 로 시작한 개관 기획전과 ‘아그네스 마틴’, ‘곽인식’과 ‘정상화’ 작가의 작업을 연결한 프로젝트로 ‘우리 미술의 가치를 세계에 알린다’는 미술관의 비전은 나름 주효했다.
K-컬처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시점에서, 세계 미술과 연계된 한국 미술을 전통이 유서 깊은 지역에서 탄생한 신생 미술관 이 접근한 새로운 전시 방향은 시대적 키워드와 잘 맞았다는 평가다.
루브르박물관을 필두로, 글로벌 도시에서 미술관이 차지하는 위상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데 21세기에도 미술관 신화는 계속 되고 있다. 일본의 작은 섬 나오시마가 일본 현대미술의 성지가 되고, 스페인의 항구도시 빌바오가 도시 재생의 교과서로 성공한 밑바탕에는 미술관의 역할이 지대했다. 지난 시대의 산업폐기물을 걷어내고 들어선 미술관은, 섬을 살리는 생명수이자 도심을 되살리는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한편, 공공미술 진흥 사업이 미치는 지역 미술 생태계의 변화와는 별개로 우리는 지역에서 의미 있는 활동을 모색하는 움직임들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주택가 안쪽 골목에서 전시 공간을 운영하거나 도심 외곽의 한적한 빈 들에서 작업실을 공유하는 예술가 그룹이 그렇다. 2000년을 전후하여 젊은 창작자들이 대도시를 중심으로 제도권 밖에서 예술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목표로 대안 공간을 열었다. 시기에 따라 성격과 형태는 달라도 다양한 실천과 새로운 움직임을 추구한 공간들의 활동은 출현과 쇠락을 반복하며 다음 공간 활동으로 이어지고 변모해 왔다.
근래에 이르러선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전시 공간과 창작자 그룹들이 도내 곳곳에 등장하였다. 춘천에는 시각 예술의 저변을 확대 하고 신진작가 발굴을 목표로 하는 공간인 ‘개나리 미술관’, 작가들의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작업 환경을 모색하는 ‘아트 스페이 스 사이로’, 복합문화 공간을 기치로 내건 ‘공간-ZERO’와 일반인의 접근성을 높인 카페형 ‘예담’도 있다. 강릉에도 지역의 콘텐 츠를 발굴하고 예술의 전문성을 강화하려는 공간 ‘대추무 파인아트’, 새롭고 실험적인 전시로 세상과 소통하려는 작가 그룹 ‘크리 에이티브 1230’, 장르와 지역의 경계를 뛰어넘으며 작업 영역을 넓혀가는 예술가 그룹 ‘버징가’까지. 지역으로 파고든 젊은 창작 자들과 그들 작품이 전시된 공간에서 우리는, 지역이면서 세계와 연결된 상상과 마주하고 소통하는 기회를 누리게 됐다.
최근 일어나고 있는 우리 지역 미술계와 창작자들의 활동과 움직임을 돌아보면 결국 작품과 관객이 만나는 다양한 방법이었고 여정이었다. 전시 공간에서 일어나는 창작자와 관객의 소극적 만남을 지역의 문화예술 정책과 연계하여 적극적인 관계로 바꾸려 는 노력도 종종 있다. 예술인과 시민이 만날 수 있는 접점이 다양해질수록 시민들의 삶의 질은 높아지고 도시는 발전한다. 예술인의 창조적 영감과 교류하고 교감하며 시민은 삶의 새로운 가치와 의미를 발견할 수 있고, 도시는 창조적인 문화예술 정책에 시민을 좋은 파트너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 춘천.
개나리 미술관. gaenaree.modoo.at. 070-8095-3899
아트스페이스 사이로. artspacesairo.modoo.at. 0507-1395-9318
느린 시간. 0507-1493-5116
공간제로. www.munhwatongsin.co.kr. 033-251-9362
● 원주.
뮤지엄 산. www.museumsan.org. 0507-1430-9001
원주인터블고 아트페어. artcollection.gongmojeon.com
● 강릉.
솔올 미술관. sorolartmuseum.org. 8월 말로 운영 종료.
2025년 강릉시립미술관으로 재개관
대추무파인아트. www.instagram.com/daechumoo
0507-1337-6708. CREATVIE1230.
creative1230.com
버징가. www.instagram.com
bazinga_center. atroisome@gmail.com
사진 제공 : 해당 미술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