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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
147호
Special
대관령에서 즐기는 백컨트리 레포츠
VIEW.485
: 주민욱 본지 객원 작가, 조은노 강원특별자치도 대변인실
사진 : 주민욱, 배장 용대중(https://blog.naver.com/xrism/222996090985)





오롯이 설산(雪山)에서 땀으로 흠뻑 젖은 오늘, 새삼 평창의 자연이 고맙다.

산악코스를 소개하기 위해 올해도 몇 차례 해외 빙설을 촬영하고 왔지만, 겨울이 시작되자마자 스키를 타기 위해 어김없이 용평의 계절 생활인이 되었다.


폭설이 내렸던 지난해 12월 말, 말로만 들어왔던 백컨트리 취재 요청에 신나서 냉큼 이곳으로 달려왔다. 매년 겨울이면 전쟁처럼 숙박 예약을 하는 터라 2년 전부터 용평에 지인과 방을 하나 빌렸는데 이렇게 유용할 줄이야.


여하튼, ‘백컨트리(Backcountry) 스키’는 말 그대로, 자연 그대로의 설산을 오르내리며 스키를 즐기는 모험적인 스포츠를 이른다. 정비된 스키 리조트나 인공 슬로프를 벗어나, 스키를 짊어지고 산 정상까지 올라 일반 스키처럼 내려오는 걸 목적으로 하는 레포츠다. 그래서 등반가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공식적인 스포츠 종목으로는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첫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산악 스키와 유사한데, 최근 몇 년 사이 백컨트리 스키 캠프가 부쩍 인기 상품이 됐다. 국내에서 최고는 울릉도로, 마니아들에게는 성지처럼 여겨진다고 한다. 인터넷 플랫폼에서 키워드 검색하면 울릉도 상품이 주르륵 나온다. 


다음 순위가 바로 대관령과 용평으로 평창 일원이 단연 압도적으로 많다. 스키 리조트가 많아서 기초를 배우기 쉽고, 기존 슬로프를 이용할 수 있는 덕분이다. 평창에서 오래도록 백컨트리 스키를 알리고, 체험 교실을 운영해 온 이가 있다. 백컨트리 투어 & 교육센터를 운영 중인 아웃바운더리의 대표 배장, 용대중씨다. 그를 만나 체험 교실에 동참했다. 




“백컨트리 스키는 내려가기 위해서 올라갑니다. 멋진 파우더를 타기 위해 스키어는 모든 지형을 파악하고, 비시즌 동안에도 등반을 통해서 훈련해야죠. 위험 요소를 인지하고, 안전 구조 교육 또한 철저히 이수합니다. 최고의 스키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죠.”라며 “마냥 즐길 수 있는 듯 보여도, 안전과 관련한 법적 부분 등 지켜야 할 일이 많습니다. 무분별한 야영과 사유지 진입 금지, 자연 훼손이 절대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해야죠. 한마디로 자연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자세가 필수입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홍천 출신인 그는 33년 스키 경력으로 수많은 스키 투어 영상 작품을 제작, 스키 영상 전문으로 알려진 배장필름의 운영자이기도 하다. 매년 캐나다와 일본, 미국을 돌면서 2007년 시작한 백컨트리 스키를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4년 전부터 모나 용평에서 운영을 시작하고 손님들이 늘고 문의도 많지만, 내국인보다는 외국인이 많은 편이란다. 전문가 과정 외에 설피 투어와 바퀴 없는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스노 토이 과정을 체험 강습으로 운영하는데, 이날 과정에 참여해 앵글에 담긴 아이들의 모습은 무척 즐거워 보였다. 





전통적인 썰매와 달리, 장비를 통해서 기술적으로 내려가는 것이 매력인 스키는 굉장히 빠른 속도를 낼 요량으로 장비는 계속 진화했다. 또 전통적인 놀이기구를 현대적으로 재현한 장비들도 꽤 있다. 자연에서 즐기는 스포츠지만, 철저한 안전관리가 필요한 만큼 첨단 기술을 구현한 이동 수단과 슬로프의 단면은 과학적인 시스템 관리가 필수다. 


끝없는 관리 속에 스키어들은 최고의 실력으로 질주한다. 시간 또한 철저히 지켜야 한다. 스키를 오래 탔거나, 고급 레벨의 스키어가 되고 나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하는 욕구가 있는데 스키장의 틀에서 벗어나 ‘온전하게 자연에서 누비고 싶은’ 마음이다. 스키장의 기계적인 도움 없이, 복잡한 소음도 없는, 오직 자연만이 있는 곳을 즐기고 싶은 마음. 필자도 마찬가지였다.


백컨트리 스키의 시작 포인트다. 리프트가 없으니, 스키를 짊어지고 눈으로 덮인 산속을 올라가야 한다. 그렇다고 위험지역 표시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시간적 제한도 없다. 모든 것은 본인의 책임이다. 


푹 잠긴 눈 위에서 뒹굴었던 사진을 정리하면서 떠오르는 미소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역시, 꿩 먹고 알도 먹는, 도랑 치고 가재 잡는, 요즘 말로 ‘꿀 잼’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