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닫기
2025.02
147호
Nature & Travel
철원 기행
VIEW.624
: 전영민
사진 : 박상운, 전영민, 홍의표 객원 작가



한탄강, 횃불전망대와 두루미교





철원의 시간은 느리게 흐르는 듯하다. 

약 250만 년 전 화산폭발로 시작된 도시는 지금도 말없이 지구가 남긴 흔적을 보여 준다. 2020년에 이어 2024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재지정된 한탄강 유역은 철원의 고고학적, 역사적, 문화적, 생태학적 가치를 넉넉히 품고 있다.


꽁꽁 얼어붙은 한탄강을 걸으며 맞이하는 아침은 매번 새롭다. 마치 한 권의 두꺼운 역사서를 한 장 한 장 넘겨보듯, 내딛는 걸음마다 철원의 역사와 자연이 재미나게 읽힌다. 매년 가을 한탄강 위로 둥둥 띄우는 ‘한탄강 물윗길’ 부교는 추위가 절정인 1월이 되면 ‘한탄강 얼음 트레킹’ 길로 바뀌어 철원 겨울의 묘미를 선사한다. 태봉대교 아래에서 시작해 송대소를 지나 고석정과 순담계곡까지 이어지는 8.5km 대장정. 이 얼음 부교길을 걷다 보면 육지에서 볼 수 없는 30~40m 높이의 수직 현무암 절벽과 주상절리의 절경을 마주하게 된다.


특히나 올해 첫 강원특별자치도 지질 생태 명소로 선정된 송대소에 겨울 햇살이 내린 주상절리는 천연의 적색을 더 짙게 내뿜고, 얼음강에 반사된 적벽은 알알이 더 환하게 빛난다. 그 신비함에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마음 한구석엔 따뜻한 설렘이 피어나는 듯하다. 





# 새 명소, 횃불전망대로 완성된 한탄강 관광벨트


지난해 11월 4일, 철원은 또 하나의 새로운 랜드마크를 맞이했다. 한탄강 협곡 송대소를 가로지르는 철제다리 은하수교 상부 언덕에 ‘횃불전망대’가 우뚝 모습을 드러내며 정식 준공을 알렸다.


 높이 45m, 지름 20m의 6층 원형 구조 전망대는 평화와 화합을 상징하는 횃불을 닮았다. 하이퍼볼로이드(Hyperboloid)의 기하학적 형상으로 설계된 인공 구조물은 주변 자연과 어우러져 위압감 대신 따스한 조화를 선사한다. 6층까지 연결된 엘리베이터에 올라 전망대 꼭대기에 오르니 지금까지 걸어온 한탄강 전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탁 트인 철원평야, 저 멀리 금학산까지 한눈에 담긴다. 마치 철원의 숨결을 온전히 품에 안은 느낌이다. 야간에는 LED 조명으로 빛나는 은하수교와 함께 횃불전망대의 경관조명 퍼포먼스가 펼쳐져 철원의 밤은 낭만으로 물든다. 



영상보기




● 횃불전망대. 철원군 갈말읍 상사리 70-13 











# 철원에서 포천까지, 한탄강 주상절리길을 잇는 두루미교 


지한탄강의 대표적인 주상절리 협곡인 순담계곡은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끼기에 완벽한 장소다. 지상 20m 절벽 상부를 따라 ‘한탄강 주상절리길’ 잔교가 아찔하게 놓여있다. 절벽 허공에 놓인 총연장 3.6km, 폭 1.5m 잔교길을 걷다 보면 마치 얼어붙은 한탄강 위를 상공하는 기분이다. 계절 속에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는 자연의 위대함을 느낀다.


잔도 끝자락, 드르니 매표소를 따라 나오면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개장한 ‘두루 미교’가 나온다. 철원 군탄리와 포천 냉정리를 연결하는 무주탑 인도교로 두 지역 사이 단절된 주상절리길을 연결해 그 의미가 깊다.


두루미를 형상화한 다리는 길이 201m, 폭 2m에 고리 형태 텐세그리티 구조 (Tensegrity structure)로 설계돼 장력만으로 안정감을 유지하는 독특함을 자랑한다. 이 구조 덕분에 다리 위를 걸을 때 마치 다면체 터널을 통과하는 듯 한 색다른 느낌을 경험한다. 두루미교의 진면목은 겨울에 드러난다. 이맘때 철원 평야와 한탄강을 찾아오는 두루미와 쇠기러기를 만날 수 있어 그 이름에 걸맞은 풍경이 청수하게 그려진다.


자연이 품고 있는 오랜 역사와 세월의 발자취가 고요히 공존하는 철원. 천혜의 절경과 명소를 거닐며 조금 더 넓은 세상을 느끼고 오랜 시간의 흐름을 생각했다. 자연과 역사, 그리고 평화로 이어진 철원에서 마주한 시간과 공간의 위대함은 그저 스치는 관광이 아닌 마음에 새겨진 빛바랜 추억으로 오래도록 남을 테다. 



● 두루미교. 철원군 갈말읍 군탄리 122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