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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
147호
Nature & Travel
삼척에서 포항까지
VIEW.665
: 전영민
사진 : 박상운, 전영민



 

2025년 푸른 뱀의 해가 시작되던 날, 강릉역에서 부산 부전역을 향해 첫 기적을 울린 동해선 ITX-마음을 사진 기사로 보았다. 강렬한 붉은 색의 열차가 푸른 동해를 배경으로 시원히 내달리는 모습이 한 편의 풍경화처럼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려졌다. 철도로 동해안을 연결한 이 노선이 가져올 새로운 변화와 앞으로 열어갈 무수한 가능성에 기대가 일었다.



# 삼척, 철도의 새 시대를 맞이하다

지난 1월 6일, 새해 첫 출장지인 삼척으로 가는 길. 서울양양고속도로 위로 첫눈이 내려앉았다. 아직 여명이 가시지 않은 고요한 도로 위로 흩날리는 하얀 눈이 마치 동해선의 개통을 축하하는 듯했다. 영동과 영남을 잇는 철도가 도래한 또 하나의 낭만 여행. 단순한 교통수단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여행의 기회를 여는 열쇠가 되리라는 믿음에, 삼척에 가까워질수록 기대와 궁금이 불어났다. 


오전 10시. 삼척시 사직동, 대한민국 탄광 산업을 이끈 도시답게 석회산 아래에 삼척역이 자리한다. 역전에 오십천이 유유히 흐르고 건너편 삼척장미공원을 잇는 삼척교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쓰듯 장엄하게 가로지른다. 동해선 단선 전철화 사업에 맞춰 새롭게 단장한 역사(驛舍)는 관동팔경 제1루인 죽서루를 모티브로 디자인해 마치 삼척의 역사를 담고 있는 공간처럼 보였다. 



오전 11시. 삼척역 앞 횡단보도를 바로 건너 번개시장을 찾았다. 1927년에 개설된 시장은 작지만 지역을 대표하는 상설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53개의 상점, 고기 반 물 반 수족관을 그득 채운 활어와 처마 밑 바람 따라 흔들리는 건어물까지 삼척의 풍성한 바다와 상인들의 삶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했다.


정오쯤 다시 찾은 삼척역. 승강장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삼척시의 관광 배너가 눈에 띄었다. 지역 주요 명소를 저렴한 가격에 둘러볼 수 있는 ‘삼척시티투어’. 6천원 투어 티켓을 구매하면 삼척사랑상품권 5천 원권을 환급해 준다. 단돈 천 원으로 삼척을 누빌 수 있는 셈. 여기에 ‘삼척척척패스’가 더해지면 금상첨화다. 1일권, 2일권의 모바일 통합할인권으로 해상케이블카, 이사부독도기념관, 환선굴, 도계 유리나라까지 무료로 입장하고, 가곡유황온천, 삼척레일바이크 등 주요 관광지와 지역 음식점, 카페를 할인가로 이용할 수 있다. 



# 알고 가면 더 재미있는, 동해선 역사 이야기

12시 5분. 드디어 ITX-마음 1252 열차에 올랐다. 4량의 열차 안 264석은 모두 만석. 각자 다른 사정 속에 사람들의 얼굴에는 저마다의 기대가 묻어났다. 여기저기서 스마트폰과 카메라를 꺼내 추억을 남기느라 바쁜 모양이다. 1시간 40여 분 후면 도착할 포항, 그 여정 속에 동해선은 각각의 역마다 지역의 특색을 담아 문화와 자연을 엿볼 수 있는 개성 넘치는 테마를 녹여 놓았다.


근덕역은 명사십리 원평해수욕장의 장관을 품었고, 임원역은 검봉산의 산세와 동해의 파도를 건물 창문과 벽면에 담아 놓았다. 울진역은 2억5천만 년의 역사를 품은 성류굴과 선유산을 모티브로 자연의 경이로움을 기념했고, 평해역은 관동팔경의 마지막 8경인 월송정의 지붕선과 소나무 숲을 형상화했다. 영덕의 시작 고래불역은 금빛모래사장과 함께 고래들이 유영하는 모습을 담아낸 디자인으로 지역의 자연을 아름답게 표현했다.


# 철도로 새롭게 만난 동해안

동해선에 올라 바다와 산을 끼고 흐르는 철길, 그리고 그 철로 위에서 바라본 동해안의 풍경은 하나의 완벽한 여행 이었고, 또 다른 차원으로 한반도 등줄을 탐험할 수 있는 멋진 기회였다. 붉은 열차가 동해안을 누비며 들려준 자연과 역사, 우리네 이야기는 올 연말 푸른 열차 KTX-이음이 삼척~포항을 54분 만에 연결하며 또 다른 편리함과 매력으로 풍성하게 더해질 것이다. 동해선을 향한 기대와 관심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삼척역. 삼척시 중앙로 13. 033-572-7788

삼척번개시장. 삼척시 중앙로 12. 033-570-3354

삼척척척패스. https://m.smartstore.naver.com/again_gangneung. 온라인 구매, 24시간권. 19,900원, 48시간권 21,900원

삼척시티투어. 033-570-3076. https://www.samcheok.go.kr/citytour.

성인 6천 원(삼척사랑상품권 5천원 환급), 초중고생 4천 원, 유아 3천 원

코스별 관광지 입장료 및 체험비는 현장에서 결제

해안 코스 : 매주 금~토요일 운영. 해양레일바이크-장호항-해상케이블카

내륙 코스 : 매주 일요일 운영. 대금굴-이사부독도기념관-중앙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