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 만족, 봄 바다가 선사한 특별한 도보 여행
설악산 기슭, 동해를 품은 미항.
맑은 산과 푸른 바다가 온전히 공존하는 대포항은 ‘큰 항구’라는 그 이름답게 마음속 깊은 곳까지 자연의
숨결을 전해주는 듯하다.
봄 햇살에 알알이 반짝이는 하늘색 바다며, 사방에서 짠내 가득 불어오는 바람이며,
이곳에선 햇빛도 공기도 모두 큼지막이 다가온다.
마치 동화 속 세상, 생동하는 대자연의 품속에 온전히 안긴 기분이다.
둥근 대포항 보도 육교길
대포항의 특별함은 그 형태에서 비롯된다. 대다수의 항구가 사다리꼴이라면, 대포항은 자연 본래의 해안선을 그대로 품어 원형의 모습을 갖추었다. 둥근 항구 둘레를 따라 정박한 크고 작은 배들에서 광어, 넙치, 방어, 새우, 대게 등 철 따라 갓 잡아 올린 해산물이 풍성히 쏟아진다. 또 그 둘레를 어시장과 튀김골목, 횟집 거리가 겹겹이 둘러싸며, 대포항 고유의 특색을 짙게 자아낸다.
대포항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대포항 다리’. 항구의 양 어귀를 잇는 길이 103m의 곡선형 다리는 대포항을 완전한 원형으로 만들어 준다. 보도 육교길에 발을 내딛는 순간, 시원한 망망 동해와 사시사철 천변만화하는 설악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대포의 자연을 오롯이 만끽하기에 이만한 명소가 또 있을까 싶은 천하 절경이다.
육교를 내려와 항구 둘레의 나무 덱길을 따라 중앙 광장에 닿는다. 항구에 마련된 문화공연 시설이 낯설면서도 반갑다. 한 무리의 갈매기 떼와 추억을 쌓는 어린아이의 모습이 평화롭기만 하다. 어둑해진 대포항엔 낭만이 더해진다. 광장을 중심으로 아기자기한 해상 분수쇼가 펼쳐지고, 여기에 경관 조명이 만든 형형의 빛이 더해져 마치 보석 상자를 엎지른 듯 대포의 불빛 바다는 도시의 야경 못지않게 화려하다.
동방파제 바다 산책길
대포항에는 하얀 등대의 남방파제와 이보다 두배 더 긴 동방파제가 있다. 두 방파제로 수면적 9만 9,000㎡를 확보한 대포항은 10톤급 어선 405척이 동시에 정박할 수 있는 국가어항이자 명품 관광 어항으로 자리매김했다.
바다로 430m 뻗어나간 동방파제는 속초 바다를 모자람 없이 누릴 수 있는 바다 산책길이다. 사방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해풍을 벗삼아 거닐다 보니 어느새 끝자락, 대포항 등대에 달한다. 붉은 등탑은 푸른 동해와 어우러져 오늘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풍경을 안긴다.
방파제는 외항과 내항으로 나뉘어 각기 다른 풍경을 자아낸다. 테트라포드(tetrapod)로 가득 채워진 외항 너머로 손에 잡힐 듯 푸른 동해가 그득 넘실거리고, 내항은 전체가 낚시터로 꾸며져 어른, 아이 누구나 안전하게 바다 낚시를 즐긴다. 홀로, 혹은 가족과, 친구와 함께 삼삼오오 모여 앉은 낚시꾼들의 모습에서 여유가 넘친다. 눈 앞에 비친 풍경 그대로 대포의 방파제는 바다낚시의 성지. 강태공의 부푼 기대가 곳곳에서 피어 오른다.
대포동 성황당 산책길
개항한 지 100년을 훌쩍 넘긴 대포항은 속초시 독립운동의 발원지로 1919년 4월 5일 물치 장날에 맞춰 대규모 만세운동이 봉기한 역사적 장소다. 그 옛날 만세운동을 벌였던 순사주재소 자리에 세워진 대포만세운동기념관이 2021년 11월 현충시설로 지정되며 역사와 얼을 이어가고 있다.
기념관을 지나 왼쪽 골목길을 얼마 오르면 대포항전망대를 알리는 이정표가 나온다. 대포동 뒷산, 마을의 수호신을 모신 성황당 주변으로 말끔히 정비된 산책길을 10여 분 걸어 전망대에 오른다. 지금까지 거닌 대포항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데다가, 동해 해돋이와 설악산 해넘이를 한번에 감상할 수 있는 해맞이 명소로 사진작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마치 한 폭의 수채화처럼 맑고 상쾌한 대포항.
걸음걸음 자연과 역사가 어우러진 대포항에서의 특별한 도보 여행.
길은 직접 걸어봐야 제맛.
글과 사진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오감만족 선연한 감정을 올봄 대포항에서 몸소 느껴보시길.
● 대포항. 속초시 대포항1길 6-13. 033-633-3171. https://www.daepo-port.co.kr. help@daepo-port.co.kr
대포만세운동기념관. 속초시 대포항1길 20. 033-639-3827. 무료 관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