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의 새로운 부흥과 대중화를 꿈꾸는
창단 26년 저력의 강원특별자치도립국악관현악단
창작곡 미·락·흘(美! 樂! 扢!, Miracle),
국악계의 일상 레퍼토리가 되다
Feel the Rhythm of Korea.
2020년 7월 30일, 한국관광공사가 공개한 이 영상 시리즈는 2개월 만에 유튜브, 페이스북, 틱톡, 더우인 등에서 2억 6,0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나무위키)하면서 국내외로 화제를 모았다. 판소리를 현대적으로 해석, 일명 ‘조선 힙스터’라 불리는 팝 그룹 이날치와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가 강릉, 서울 등 도시의 관광 포인트에서 ‘범 내려온다’, ‘어류도감’, ‘좌우나졸’곡의 리듬에 맞춰 다이내믹하고 코믹하게 따라 하기 쉬운 율동을 선보였다.
이후 밈이 유행하더니, 이듬해 JTBC의 국내 최초 국악 크로스오버 경연 프로그램 ‘풍류 대장’이 시청률 4.6%로 국악 대중화에 이바지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방탄소년단(BTS)의 국악 리믹스곡 ‘아이돌’에 이어 지난해 슈가의 ‘대취타’가 3억 스트리밍(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 Spotify)을 달성, 국악이 해외에서 더 인기 있다는 이야기가 헛말이 아님을 증명했다.
이런 변화의 시작에는 국악계를 비롯한 전통예술 분야 종사자들의 오랜 노력이 있었다. 밀레니엄 시대 들어서 급격한 감소 추세와 장기화한 대중의 외면을 타개하기 위한 국악계의 처절한 연대가 가져온 결과물이기도 하다.
그렇다.
강원 지역에서도 전통예술 무대를 지키고 국악의 대중화를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이들이 있다.
바로 강원특별자치도립예술단의 국악관현악단이다.
최근 몇 년간, 지난한 환경에서 이들이 보여준 성장은 눈부시다.
지난 1999년 8월 창단 이래, 매년 기획·순회·해외 공연을 지속 해왔지만, 눈에 띄게 언론에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3년 전. 김창환 예술 감독(당시 상임 부지휘자)을 영입하면서부터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음악 조감독으로 활동했던 김 감독은 2020 KBS 국악 대상 작곡상 수상, 2023년 KBS 대하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의 국악 작곡을 맡은 국악계의 블루칩이기도 하다. 지역 이야기를 주제로 창작곡을 초연하더니 소위 대중에 먹힐만한 연주자와의 협연을 시도하고 클래식과의 파격적인 협업 무대를 선보이기도 했다.
전국적으로 빛을 발한 건 2년 전.
‘다시, 국악’이라는 기치로 뚝심 있게 시작한 제1회 대한민국 국악관현악 축제에 참여한 도립국악관현악단의 공연은 전석 매진이었다. 대표 레퍼토리인 ‘꿈의 자리’, ‘강원 시선’, ‘강원 아리랑’, ‘美! 樂! 扢!’(미락흘)을 연주했다. 이날 상임 지휘자 직무대행으로 무대에서 선 김 지휘자가 40명의 출연진을 진두지휘 하며 보여준 부족함 없는 기량과 무대 장악력은 소수 정예의 힘을 한껏 발휘했다는 평가였다. 이후 창작곡 ‘미·락·흘’은 국내 32개 국공립은 물론 아마추어 악단에서까지 연주할 정도로 주요 레퍼토리의 하나가 됐다.
2023년 16번, 2024년 17번.
이들이 무대에 오른 횟수다. 2년 동안 매달 1회 이상, 때로는 두 번까지도 연주한 격이다. 지난해 무용단과 함께 ‘태평무와 관현악’을 선보인 신년 음악회에 이어 찾아가는 콘서트로 동해시립합창단, 퓨전국악그룹 AUX와 동해시에서 공연한 ‘동해 이음’도 주목을 받았다. 10월은 제2회 국악관현악 축제 무대에 다시 올랐다. 창작곡 ‘취(吹)하고 타(打)하다’로 시작해 동해안의 능선과 섬들의 절경을 표현한 ‘동해 랩소디(Dong-Hae Rhapsody, 2024 초연)’로 끝을 맺었다. 국악계의 아이돌로 불리는 김준수 소리꾼과의 협연은 박수갈채를 끌어냈다. 양방언 피아니스트가 작곡한 정선아리랑도 11월 춘천 무대에 올렸으며 도립예술단 창단 25주년 기념 ‘오르페우스’ 합동 공연도 성황리에 마쳤다. 한편, 일본 돗토리현 자매결연 30주년 기념으로 해외 현지에서 개최한 공연을 통해 전통음악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도 한몫했다.
올해는, 전국 공립예술단체와의 교류 연주로 강원 국악단을 알리는 외연 확대에 치중한다.
지난 3월 18일, 국립국악원 강릉분원 건립과 강릉-부산 ktx 개통 기념으로 강릉아트센터에서 진행한 진도국악원과의 합동 연주회와 3월 22일 경북도립국악단과의 포항 협연도 성공리에 끝냈다. 오는 4월 10일은 강릉아트센터에서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5월 10일에는 ‘비발디 사계’를 주제로 하는 강릉아트센터 초청 기획공연을 앞두고 있다.
강원의 유일한 국악 연주단체인 도립국악관현악단.
전통음악의 원형, 다양한 방식의 창작 음악, 폭넓은 레퍼토리 개발로 전통문화의 가치를 전하고 대중 친화적인 무대를 만들기 위해 성장과 진화를 거듭해 온 지 26년.
국악의 새로운 부흥과 대중화를 꿈꾸는, 젊고 혁신적인 지휘자로 자리매김하고자 하는 김 감독의 포부가 전해졌을까.
최근 그들의 무대를 기다리는 이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
“전용 공연장이 없는, 연주자 29명의 작지만 강한 악단입니다. 아직도 우리 악단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전국에서 공연 중인 미락흘이 보이고, 늘어나는 영상 조회수와 김창환의 미라클이 아니라 ‘강원의 미라클’이라고 불러줄 때 보람을 느끼죠. 그래도 교류 연주회는 계속할 겁니다. 또 도립인 만큼 춘천, 원주, 강릉을 제외한 도내 지역을 찾아가는 콘서트도 늘리려고 합니다. 올해는 삼척을 찾아갑니다. 국악의 대중화를 위해 할 일도 차근차근해야죠. 원주 시민국악관현악단 같은 아마추어 연주단 생성을 위한 분위기 조성에 나서 볼 생각입니다.”라고 밝혔다.
● 공연 일정 문의 : 강원특별자치도립예술단. 033-251-4417. 강원국악예술화관 033-251-3407.
- 4.10.(목)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교류 연주회. 강릉아트센터
- 5.10.(화) 강릉아트센터 공동 기획 공연 ‘비발디 사계’. 강릉아트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