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장릉 생명의 숲’
시원시원 맨발 황톳길 걸으며 힐링 한소끔
반짝반짝 환상적인 반딧불이 보며 추억 한소끔
살랑바람에 들풀들이 수줍게 고개를 듭니다.
여름날 대자연이 베푼 성대한 환대에 달뜬 맨발 산책길
숲의 빛과 바람마저 걸음걸음을 축복합니다.
초록 융단을 깔아놓은 듯 눈이 시원해지는 풍경
별빛 총총한 밤하늘
끔뻑끔뻑 대지에 피어오른 반딧불이 불빛
아, 찾았다. 그토록 원했던 나만의 리틀 포레스트!
초록빛 싱그러움으로 가득 찬, 지금 이곳은 영월의 장릉 생명의 숲입니다.
시원한 맨발 산책로와 잊지 못할 반딧불이의 추억
여름 문턱 6월, 영월의 푸른 심장, 물무리골.
해발 400미터, ‘골마다 물이 솟는다’는 이름마저 시원한
역사와 자연이 숨 쉬는 마을.
비운의 왕 단종의 숨결이 깃든 ‘장릉’과
아득한 고생대 시간 품은 ‘생태습지’를 지나
생명의 노래 가득한 ‘장릉 생명의 숲’,
그 깊은 품으로 향한다.
한낮의 숲은 싱그러운 초록빛.
곧게 뻗은 전나무의 기개가 하늘을 찌를 듯,
공기마저 달콤한 피톤치드 가득한 산소 길.
하늘을 가린 전나무 그늘, 통나무 평상에 잠시 몸을 맡긴다.
나뭇가지 사이로 아롱진 햇살이 평화롭기 그지없다.
가만히 귀 기울이지 않아도 들려오는 이름 모를 새들의 노랫소리.
깊은 산중의 전령 소쩍새, 영월의 상징 까막딱따구리, 천연기념물 황조롱이까지
청량한 바람에 깃든 숲을 공유한 생명들이 건네는 조용한 속삭임이
일상에 지친 마음을 토닥인다.
졸졸대는 능동천 따라 흐르는 시간 속에 울창한 숲에 그림자가 드리운다.
딱 일 년 전, 지난해 6월에 놓인 ‘어싱길(Earthing Way)’.
땅과의 만남, 그 치유의 길. 300미터 황톳길을 맨발로 거닌다.
발끝에서 전해지는 쫀득한 대지의 기운을 온몸 가득 충만히 채워본다.
세상 모든 시름, 땅으로 흘려보내며.
물무리골의 진짜 마법은 어둠이 땅거미를 내릴 때 시작된다.
차츰 짙어지는 밤의 장막 아래 여름밤 생명으로 생동하는 숲.
마치 동화 속 한 장면처럼 수백 마리 반딧불이가 깨어나는 시간,
숲은 또 다른 설렘으로 물든다.
반짝, 반짝, 반짝...
어둠이 깔린 어싱길 주변으로 반딧불이의 작은 불빛들이
하나둘 조심스레 피어오른다.
희미하던 빛들이 이내 수를 놓듯 밤을 채운다.
한낮의 숲멍, 바람멍과는 다른 진득한 '반딧불이멍'의 시간.
숨 막히는 아름다움 앞에 시간마저 멈춰버린 듯하다.
와, 세상에, 어쩜…
밤하늘 은하수가 길을 잃고 대지로 내려온 것만 같다.
노란빛, 때로는 연둣빛, 환상적인 광채가 숲을 감싼다.
벅차오르는 감탄사는 목울대에 맴돌고,
혹시라도 이 마법이 사라질까 작은 숨소리마저 조심한다.
자꾸만 생기는 욕심.
이 밤의 숲을 언제까지나 소유하고 싶은 분에 넘치는 마음.
작은 반딧불이들이 그린 꿈의 풍경과 꼭 지켜야 할 약속 하나.
장릉과 함께 습지와 숲은 국가가 보호하는 사적, 소중한 생명의 터전.
잡초 하나도 귀히 여기는 이곳에서 서식하는 모든 생명을 아끼고 보호하겠다
는, 조건 없이 내어준 자연에게 바치는 작은 약속이다.
그리고 기억해야 할 또 하나의 마음.
반딧불이와의 황홀한 만남을 위해 한여름 그들의 생태를 방해하지 않도록 손전등이나 핸드폰 불빛은 잠시 꺼두는 배려.
어둠 속에서 더 밝게 빛나는 그들의 언어를 존중하는 마음이다.
언제든 와서 기댈 수 있도록 말없이 등을 내어주는 숲은 그 존재만으로 깊은 위로를 건넨다.
올여름 아낌없이 베푸는 영월의 자연에게 잠시 일상의 짐을 내려놓아 보시길.
분명 숲을 떠나는 발걸음은 어느새 다음 방문을 약속하고 있을 테니.
여름밤 반딧불이와 함께한 신비로운 빛의 향연이 당신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테니.
● 영월 물무리골 생태습지. 영월군 영월로 171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