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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
149호
Nature & Travel
홍천의 브루어리를 가다
VIEW.214
: 전영민
사진 : 박상운,전영민

여름, 홍천, 그리고 수제 맥주 공장



에일 맥주에 진심인 사람들, 에이앤씨 브루잉



홍천에서 에일리언(Alien)은 외계인이 아닌 사뭇 특별한 의미로 통한다. 이곳에 터를 내린 맥주 브루어리 에이앤씨 브루잉 (AnC Brewing). 스스로를 '에일(Ale) 맥주를 만드는 사람들(ian)'이라는 뜻의 에일리언(Ale-ian)으로 칭하며, 이름만큼이나 독창적인 행보로 국내 수제 맥주 시장에 신선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15년 전 신혼여행지에서 처음 로컬 브루어리의 매력을 접했다는 윤현 대표는 수제 맥주 동호회 활동으로 만난 홈브루어 3명과 의기투합해 2020년 홍천에 수제 맥주 공장을 세웠다. 라거 맥주로 잠식된 국내 맥주 시장에서 ‘에일 맥주도 맛있다’를 표방하 며 에일리언 맥주 브랜드를 출시, 서울 을지로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해 직영 펍 ‘을지로 외계인’을 열며 대중과의 접점을 넓혀 가고 있다. 


에이앤씨 브루잉의 강점은 무엇보다 ‘지역성’에 있다. 맥주의 핵심 원료인 홉을 홍천군신활력플러스사업단에서 공급받고, 효모는 강원대학교 누룩연구소에서 배양한 신선한 균을 사용한다. 계절 따라 지역에서 난 친환경 식자재를 십분 활용, 여름철 에는 블루베리, 블랙베리가 들어간 ‘베리 베리 베리 고제(very berry very Gose)’, 가을에는 오미자를 첨가한 ‘고제 온 미 (Gose on me)’ 등 계절의 맛을 담은 맥주들로 소비자의 반응이 뜨겁다. 


에일리언 맥주의 대표 주자는 독일 전통 사워 계열의 새콤한 고제(Gose)다. 영국 스타일 에일, 독일 필스너, 진한 풍미의 흑맥 주 등 경계를 허문 다양한 시도로 지금까지 30여 종의 맥주를 만들었다. 그 노력에 창업 이듬해 처음 출전한 2021 유로피언 비어 스타(European Beer Star)에서 고제가 당당히 동상에 이름을 올리고, 아시아 비어 챔피언십(Asia Beer Championship) 등 세계 유수의 대회에서 20여개의 상을 받으며 품질과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에일리언의 눈부신 성과는 부단한 연구 개발의 결과다. 시험양조 시스템을 도입해 효모, 홉, 식자재의 조합, 발효 기간, 온도 등 세밀하게 데이터화하여 레시피를 수정하고, 우수 종균 배양 등 학술적인 연구는 2023년 산학협력 협약을 맺은 누룩연구소와 함께 진행한다. 


“회사 모토가 '재미'예요. 브루어리를 시작한 계기도, 제품군을 구성하는 방식도, 저희가 주최하는 맥주 대회도 모두 재미로 기획해요.”라고 말하는 윤 대표. 매장이나 외부 행사, 강연장에서 언제나 자신의 브루어리 철학을 공유한다. “맥주가 외국에서는 음식의 일부로 받아들여지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술로만 강하게 분류되는 점이 아쉬워요. 주류를 단순한 소주나 맥주로 볼 것이 아니라 음식과의 페어링, 특정 장소의 문화와 연결하여 즐긴다면 맥주가 훨씬 재미있고 맛있을 거예요.” 




● 을지로 외계인. 서울 중구 퇴계로 41길 31 2층. http://aleianbrewing.com/ 0507-1376-2370.







홍천 물맛 제대로 담은 독일 정통 수제 맥주, 브라이트바흐



 


금물산(780m) 기슭의 울창한 숲길을 따라 차로 1분 남짓 오르면 이국적인 붉은 벽돌 건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물이 맑고 풍부하기로 이름난 유치리 마을에 터를 내린 브라이트바흐다. 


‘넓은 시내’라는 뜻의 독일어 ‘브라이트 바흐(Breit Bach)’는 이름에서부터 홍천(洪川)과 일맥상통한다. 건강기능보조식품 회사 생그린식품이 지난 2015년 금물산 하부 약 6만6000㎡ 대지에 세운 양조장으로 과거 생수 공장이던 부지를 그대로 활용 한 만큼 깨끗하고 풍부한 수량의 지하 천연 암반수를 자랑한다.


브라이트바흐에 내려오는 변치 않는 철칙이 있다. 독일 정통 수제 맥주 주조 방식을 고수해 오롯이 물, 홉, 맥아, 효모만을 가지고 맥주를 만든다는 것. 지하 250m에서 끌어올린 청정 암반수와 강원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 등 세계 최고 연구기관에서 배양한 효모와 맥아, 그리고 체코, 독일, 미국에서 재배한 최상급 홉을 주원료로 사용한다. 



엄선된 원료로 만들어진 브라이트바흐 맥주는 총 5종. 향긋한 홉 향과 맥아 향의 배합이 일품인 라거 BB필스너 싱그러운 과일 향과 풍부한 거품의 BB골든에일 바닐라향 밀맥주 BB바이젠 진한 맥아 향 흑맥주 BB스타우트 풍부한 홉 향과 높은 도수의 BB아이피에이까지 전통과 자연 원료의 집념으로 완성한 맥주들이다. 


주조 시설 또한 명성 높은 독일 도멘스(Doemens)의 기술력으로 제작돼 대기업에 버금가는 수준을 갖췄다. 공장 내부에는 2천리터에서 4천리터까지 다양한 용량의 31개 숙성 저장 탱크가 운영되고, 시간당 20리터 맥주 케이브 80통을 채우는 자동 제품공정 시스템이 쉴 새 없이 가동 중이다. 2020년부터 시간당 1,200병 규모의 병입 생산도 가능해져 생산 역량이 한층 강화됐다. 



지난 2021년 7월, 공장 중앙에 탭 하우스 ‘올몬테(Olmonte)’가 문을 열었다. 갓 양조한 수제 맥주를 현장에서 신선하게 즐길 수 있고, 직접 훈연한 바비큐와 독일식 수제 소시지, 이탈리아 화덕에서 직접 구운 수제 피자 등 맥주와 찰떡궁합인 다양한 음식도 곁들여져 방문객의 만족도는 당연히 높다. 드넓은 잔디밭 정원과 아기자기한 야외 테라스, 붉은 벽돌 외관은 곳곳이 인생 사진 건지기 딱 좋은 포토존이다. 




● 브라이트바흐 올몬테. 홍천군 남면 난터길 44-17. 

https://breitbach.co.kr033-432-8850. 토·일요일 12:00~21:00 운영. 

주차비 무료. 반려동물 동반 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