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가 함께 즐기는 공감 터, 춘천 번개 야시장
여행을 떠나 다른 도시에 처음 갔을 때, 꼭 전통시장을 습관처럼 찾아간다.
지역의 특색과 인심도 알 수 있고,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분위기가 좋아서이다
지난 6월 28일 토요일 저녁에도, 고향인 춘천의 번개시장에 있었다.
칼칼한 무생채 소를 돌돌 말아 만든 메밀전병과 번철에 넉넉하게 두른 기름에 바삭하게 부쳐진 장떡이 생각나 남편과 냉큼 춘천으로 향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마침 야시장이 열리고 있었다. 밴드 연주는 흥을 돋우고 시민 노래자랑 대회에 참가한 이들과 관객들이 즐기고 있었다. 난타 공연과 이어진 색소폰 연주, 상품을 내건 사회자의 즉석 퀴즈에 젊은 연인도, 노래 한 곡에 쿠폰을 받아 든 이도 환호했다. 무대 앞에서 손자와 눈을 맞추며 춤추는 할머니의 모습에 언니와 동생과 함께 모처럼 흐뭇하게 웃었다. 그날 우리는 옛 기억을 더듬으며 또 다른 추억을 만들었다. 밤이 깊어져 갈수록 사람들의 웃음은 더 따뜻해지는 듯했다. 그리고 푸짐했던 한 상 차림. 떡볶이, 김밥, 부꾸미, 부침개, 닭갈비, 닭똥집 튀김, 홍어 김치, 번데기, 빙수까지. 엄마의 손맛, 고향의 정을 맘껏 즐긴 날이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전통시장은 단순한 먹거리를 파는 장터가 아니라, 사람 사이에 추억이 오가는 따뜻한 공간이구나’라고.
지역 대학에서 글로벌 푸드 이색 먹거리도 선보이고 시 낭송, 영화 상영, 택견 등 다양한 문화 행사도 열린단다. 11월 8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5시부터 밤 10시까지라고 하니 가을에 꼭 다시 와야겠다. 그땐 무대에 올라 노래 한 곡 불러볼 수 있을까?
요즘 말로, 제대로 취향 저격을 당했다.
전통 야시장의 세대를 이어온 노포, 새로 단장한 복고풍 간판은 마치 옛 시골 장터 같다. 레트로와 아날로그의 재유행을 만들어낸 젊은 세대와도 닿아 있는 듯하다. 젊은이에게는 신선하게, 기성세대는 추억을 되새기는,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의 장소가 참 좋았다.
● 춘천 번개 야시장. 춘천시 번개시장길 30
춘천역에서 택시로는 10분 남짓 또 걸어서 10분 이내에 스카이워크가 있다.
레고랜드가 한눈에 들어오는 공지천 출렁다리도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