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하게 즐기는 잠깐의 회귀, 근현대 문화유산
첫 도 등록 문화유산 : 설악산 옛 희운각 대피소 & 강릉 주문진성당
지역 골목의 사라져가는 무언가를 MZ세대의 아날로그 감성에 맞춰 재구성, 지속 가능한 도시로 이어가고자 하는 로컬 상생 프로그램이 소소한 인기를 끌고 있다.
근현대 건축물과 유산을 복원한 강릉 ‘시나미 명주 골목’도 로컬 100선에 오르며 문화 매력으로 꼽히는 명소가 됐다.
터줏대감 어르신들과 지역문화재단이 그들의 삶이 담긴 기록사진 전시를 기획하면서 벽화도 그리고, 빈집도 복고풍 콘셉트로 새로 단장해 되살리는 유인 역할을 했다.
이런 분위기에 맞춰, 최근 강원특별자치도는 지난 4월 근현대 문화유산을 돌아볼 수 있는 첫 문화유산을 등록했다.
설악산 희운각 대피소(구)와 강릉 주문진성당이 주인공이다.
▶ 백 년을 이어온 ‘강릉 주문진성당’은 영동 지역에서 세 번째로 설립된 본당으로, 1923년 설립 이후 오랜 세월 지역사회와 상생하며 지난해로 창립 1백 주년을 맞았다. 지역사회와 상생하며 천주교 전파의 중요한 거점 역할을 해왔다.
초기 건립한 전통 한옥식 성당이 화재로 소실되고 1955년 윤예원(토마스) 신부의 주도로 1954년에 착공, 1955년 1월 완공 이후 1957년 성당 개조와 종탑 보수를 통해 현재의 모습을 갖추었다. 여러 차례 수리를 거쳤지만, 여전히 당시의 건축적 특징을 잘 간직하고 있다. 1동의 324.36㎡(백여 평) 규모의 시멘트 콘크리트 건조물로 내부 공간 구조는 탈 삼랑식(三廊式) 라틴 십자형의 평면 기본이지만, 외부에서는 여전히 성당으로의 출입과 건물의 중심성을 강조하는 삼랑식 형태를 고수하는 바실리카 양식 성당을 보여준다. 출입구를 겸한 건물 입구 종탑의 웅장한 면모, 다양한 창호와 뾰족지붕 등 아름다운 조형미와 더불어 1950년대 건축 기술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우리나라 성당 건축사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 근현대 건축 문화유산, 역사적 자료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한국전쟁 직후 척박한 삶 속에서 구호물자 배부처로서 어려운 서민들을 돕고, 청소년 교육에도 힘쓰는 등 성당의 종소리를 들으며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를 보낸 주민들에게는 추억과 그리움의 공간으로 깊이 자리 잡고 있다.
●가는 길 문의 : 강릉시 주문진읍 교항안길 51. 033-662-9115
▶ 산악 탐방 상징, 첫 문화유산 설악산 ‘옛 희운각 대피소’는 천불동 계곡, 공룡능선에서 대청봉으로 향하는 설악산 탐방로 해발 1,065m 산등성이에 1969년에 건립된 이후 등산객의 중요한 휴식처로 기능해 왔다.
그해 2월 대청봉 ‘죽음의 계곡’에서 한국산악회 대원 10명의 사망을 계기로 한국산악회 회원이었던 고(故) 최태묵 선생이 사고 예방을 위해 산악인들의 후원과 사비로 만들어 2020년까지 운영했다. 이후 많은 산악인이 기상악화나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구조 거점 역할을 해왔으며 주요 탐방로에 위치해 우리나라 산악 문화와 설악산국립공원 탐방 문화 형성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산악 지형이라는 열악한 조건에서 최소한의 재료와 규모로 조성한 단순 형태의 구조물로 초창기 대피소의 원형을 유지하며 남아 있는 마지막 민간 시설로 국가 주도의 대피소 건립에 큰 영향을 미쳤다. 건물 입구에 ‘희운각’을 새긴 석재 현판, 내부 ‘머릿돌’이 있는 등 건립 시기와 목적을 명확히 하고 있다. 또한 산악 탐방과 관련한 첫 문화유산으로 역사적 의미가 있다.
한편, 도내에는 ‘철원 노동당사’와 ‘춘천 강원도지사 구 관사’ 등 54건의 국가 등록 문화유산이 있다. 등록 문화유산은 지정 문화 유산이 아닌 문화유산 중, 만들어진 후 50년 이상이 지난 유형문화유산, 기념물 및 민속문화유산 중에서 시·도지사가 관할구역 내에 보존과 활용을 위해 조치가 필요한 시도 조례에 따라 시도 등록 문화유산으로 등록한 근현대 문화유산을 말한다. 지정 문화유산과 달리 주변 개발 규제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이로써 강원특별자치도는 모두 737건(국가 지정 212건, 도 지정 469건, 등록 56건)의 국가 유산을 보유하게 되었다. 등록 문화 유산은 ‘국가 등록 문화유산’과 ‘시도 등록 문화유산’으로 나뉘며, 건축물 외에도 시설, 교량, 물품, 기록, 장비 등이 대상이 된다.
●가는 길 문의 : 인제군 북면 용대리 산12-71. 033-801-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