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분권의 확대, 인구 소멸 대응, 석탄 산업의 쇠퇴에 따른 폐광지역 경제 진흥에 골몰해 온 강원특별자치도는 지난 6월 25일 9일간의 일정으로 유럽 순방에 나섰다. 김진태 강원특별도지사는 해당 사업 실무자로 구성한 방문단과 독일 잘란트(Saarland)주를 시작으로 독일 대표 탄광도시 에센과 보훔에서 폐광지역의 활로를 모색하고, 이탈리아 남티롤(South Tyrol)에서는 케이블카 제조 산업 현장과 운영시스템을 돌아보고 자치분권의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미래산업 글로벌도시’ 비전 실현을 위한 유럽 네트워크 구축을 목표로 이번 출장을 준비한 실무팀의 탐방기를 통해 그 의미를 짚어봤다. -편집자 주(註)
# 이탈리아 남티롤에서 날아온 초대장, 그리고 독일 잘란트 대표단의 방문
강원연구원과 이탈리아 남티롤 ‘유락 리서치(Eurac Research)’ 간 자치분권 분야 연구 협력을 계기로, 2024년 11월 이탈리아 남티롤 아르노 콤파처 주지사가 강원 대표단을 초청하는 서한을 보내온 것이 유럽과의 협력체계 구축 논의의 시작이었다. 이후 남티롤과 정기적인 화상회의를 통해 방문 프로그램을 구체화해 갔다.
2025년 3월 독일 잘란트주 위르겐 바르케 부총리의 강원 방문은 양 지역 간 이해를 높이고, 서로의 공통점과 바이오헬스 등 첨단 산업 협력 가능성을 확인하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이후 잘란트와의 협력 논의는 더욱 속도를 얻었다.
‘미래산업 글로벌도시’를 위한 유럽 네트워크 구축이라는 목적에 부합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다양한 분야의 관계 부서와 여러 차례 논의를 진행하였다. 그 결과 독일은 바이오헬스, 폐광지역 대체 산업 육성, 강원 식품 및 뷰티 제품 판촉전, 독일 - 강원특별 자치도민회 간담, 이탈리아 남티롤은 자치분권, 산악 케이블카 등을 중심으로 지역별 프로그램을 확정하고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양 지역 모두 첫 교류 추진 지역인 만큼 현지 정보와 경험이 부족해 구체적인 사업 준비가 쉽지 않았다. 더구나 방문단 규모가 크고 일정도 촘촘하고 복잡했다. 그러나 강원연구원 등 관련 기관 및 부서와 지속해서 협업하며 프로그램을 발굴하고 현장 행사를 직접 운영한 경험은 앞으로 독일, 이탈리아 방문 지역과 실질적인 협력 사업을 추진하는 데 든든한 기반이 될 것이다.
# 독일에서 파독 광부와 간호사, 그리고 도민회원을 만나다
독일인의 실용적인 면모를 직접 체감할 수 있었다. 잘란트 주 정부 공식 오찬은 워킹 런치(Working Lunch) 형태로 진행되었으며, 양 지역이 바이오헬스 등 협력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한국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과 직접 네트워킹하는 기회가 되었다. 또 만찬 장소를 국경에 인접한 프랑스에 마련, 잘란트가 유럽 중심부에 위치해 주변국과의 연결 및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점을 자연스럽게 부각했다.
에센 주택가 안쪽에 있는 ‘파독 광부 기념회관’은 넓은 부지에 독립 건물로 조성되어 있었고, 전시실에는 과거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다양한 자료와 유물이 빼곡히 전시되어 있었다. 어르신들이 독일과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했다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으며, 당시의 험난했던 삶을 이야기하시면서도 슬픔보다는 자긍심으로 눈을 빛내시던 모습이 깊이 남았다. 청소년 연수, 장학금 제공 등 해외도민회 중 가장 활발한 활동을 이어온 독일도민회의 저력 역시 이 같은 마음에서 비롯되었으리라. 행사를 마친 뒤, 한 분이 다가와 고생 많다며 종이 냅킨에 싼 다과를 한 움큼 집어주시던 모습도 잊기 어렵다. 짧은 만남에도 아쉬움과 정을 가득 담아 주신 그 다과는 이후 일정 내내 큰 위로와 힘이 되어주었다.
# 일상의 교통수단, 남티롤의 케이블카
남티롤에는 총 354개의 케이블카가 운영되고 있으며, 단순한 관광자원이 아닌 지속 가능한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관광객 차량 증가로 인한 교통 체증과 환경오염 등의 문제를 경험한 뒤, 상부 지역에는 허가 차량만 진입하도록 제한하고 케이블카를 대안으로 발전시킨 결과였다. 현재는 신규 건설보다는 기존 시설의 교체 또는 개선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한다. 또한 남티롤에서는 케이블카를 통학, 출퇴근 등 일상생활을 위한 교통수단으로도 활용하고 있는데, 바쁜 일정으로 이를 직접 체험하지 못 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 앞으로의 기대
출장 이후 관련 사항들이 계속 언급되거나 보도되고 또한 후속 조치들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지난 8월 20일 태백·삼척, 석탄의 도시에서 미래산업 거점으로 재도약할 수 있는 7,143억 원 규모의 경제진흥 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는데 이번 독일방문 성과가 심사자료에 포함됐다. 또 10월에는 지방분권 글로벌 포럼 남티롤 유락 리서치 초청, 11월 독일 국제의료기기박람회 참가 연계 잘란트 방문, 이탈리아 남티롤 도지사의 내년 방문이 예정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