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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
152호
Nature & Travel
함백산 눈꽃 산행
VIEW.13
글·사진 : 조정은 인플루언서
윤문 : 조은노






하얀 바람의 산, 함백산


아이젠 하나면 가능한 겨울 눈꽃 산행

왕복 2시간 남짓, 정상에서 마주하는

백두대간




 

겨울 태생인 나에게 겨울 산은 유난히 다정하다. 

머릿속까지 스며드는 차가운 공기와 바람은 맑은 유리 조각처럼 반짝이는 것 같아서 오히려 이 계절이 반갑다. 

뺨을 스치는 바람에 이름이 불리는 듯하고, 고요한 산길 위에 서면, 

온 세상은 잠시 멈춘 듯하다. 어느 순간, 겨울 산행은 멈출 수 없게 됐다. 



# 가장 짧은, 그러나 가장 빛나는 겨울 산행 

태백시와 정선군 사이에 자리한 함백산. 겨울의 문턱이 깊어질수록, 하얀 세상으로 변해 늦게까지 그 모습을 잃지 않는 곳이다.

 ‘등산은 자신 없지만, 눈꽃은 보고 싶은’ 그런 이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실제로는 고도 1,572m지만, 차를 타고 가장 높이 올라갈 수 있는 일반 도로인 해발 1,330m의 만항 

재 근처에서 출발하는, 함백산을 오르는 가장 짧은 길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언컨대, 가장 빛나는 겨울 산행 코스다. 

차 문 열면 바로 겨울왕국이 시작되는, 242m 안에 ‘진짜 겨울’이 있다. 



 


# 바람의 길 위에서, 아이젠 하나로 충분한 산 

KBS 함백산 중계소 입구에서 출발, 정상까지 왕복 2km로 약 2시간 걸린다. 

아이젠은 필수지만, 추위에 대비할 방한 준비만 잘 갖추면 누구나 도전해 볼만하다. 

코스는 완만하고 길도 잘 정비되어 있어 초보자에게도 부담 없다. 

이날 산행에서도 초등학생 자녀와 반려견을 동반한 가족을 만났다. 


태백산국립공원 입구로 들어가면 낙엽이 쌓인 오르막 숲길이 이어진다. 

녹지않은 상고대가 나뭇가지에 하얗게 피어 반짝이며 파란 하늘아래 눈부시다. 

고도가 높아 오전에는 언제든 상고대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저 멀리 눈 덮인 능선 위, 풍력발전기가 줄지어 있다. 천천히 걷다 보면 어느새 정상부가 보인다. 

백두대간의 한 줄기에 서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평탄하고 단정한 오름길이다. 자꾸 멈춰서 셔터를 누르다 보면 어느새 정상이다. 



 

 
# 바람의 정상, 함백산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미친 듯 불어대는 강풍에도 보이는 것은 온통 산봉우리. 태백산, 일월산, 백운산, 가리왕산. 광활하다. 

휘청거려 나무를 붙잡고 바위 뒤로 몸을 숨겨야 했다. 일행이 “종이 인형 같다”라며 웃더니 

그들도 버거운 듯, 균형을 잡느라 진땀을 빼는 모습에 다 같이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그 때문일까. ‘진짜 겨울의 한가운데 서 있구나’ 하는 생생한 실감을 주었던 바람 속에서 정상을 마주했던 순간이 잊히지 않는다. 


얼굴을 때리는 바람, 뺨을 스치는 눈송이, 시리게 맑고 푸른 하늘 아래 구름이 흐르고, 겹겹이 포개진 산맥은 은빛으로 빛난다. 

바람은 차가웠지만, 오히려 마음은 왜인지 모를 뜨거움으로 벅찼다. 

또 가슴이 시릴 만큼 시원했다. 

잠시 바람에 몸을 기댄 채 정상석 앞에서 인증사진을 남겼다. 



 


# 짧지만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함백산의 눈꽃 산행, 그리고 일출

이미 바람에도 익숙하니 하산은 훨씬 수월했다. 

의외로 고요하며 소박하고, 묘하게 따스하게 눈꽃을 한껏 즐길 수 있는 이 겨울 산행은 낯선 이라도, 이 코스라면 걱정 없다. 야생화만큼 유명한 함백산의 일출을 이번에는 놓쳤지만, 몇 년 전 경험한 설경과 운해가 어우러진 일출은 새해맞이 장소로도 추천할 만하다. 


‘머물고 싶은, 천천히 걷고 싶은’ 함백산. 온전히 눈꽃을 즐길 수 있는 산. 주목에 맺힌 상고대와 그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 바람이 마치 교향곡처럼 어우러지는 산. 아이젠 하나만 챙기면 충분한, 짧지만 깊게 기억되는 산. 누구든 ‘첫 기억’을 남기기에 딱 알맞은 산. 


올겨울, 눈꽃 산행이 처음이라면 이곳에서 시작해 보아도 좋겠다.  

 




문의 : 태백시관광안내소. 033-552-8363, 2828. https://tour.taebaek.go.kr 

● 코스 : KBS함백산중계소(태백시 서학로 257-41) 입구 → 정상 → 원점회귀(왕복 약 2km) 

● 주차 : 등산로 입구 맞은편 공터 이용 가능 

● 필수 준비물 : 아이젠, 방풍 재킷, 따뜻한 장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