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임대주택이 선물한 ‘내돈내산’
10월의 어느 날, 영월의 행복가 아파트에서
서울 태생으로 늘 분주한 일상이 전부인 것처럼 살았어요. 하늘 높이 솟은 빌딩 숲, 하나의 점이 되는 많은 사람들, 새벽부터 저녁까지 무언가에 쫓기듯 하루를 보내는 이들과 다름없이 보낸 시간 안에 나도 있었어요.
그런 나에게, 영월은 참으로 낯설고도 조용한 세상이었어요. 남편의 직장이 영월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삶의 궤적이 이동했죠. 난생처음 서울을 떠나 주거지를 정하고, 처음엔 솔직히 막막했습니다. 편의시설도 적고, 친구도 없고, 밤이 되면 찾아오는 고요함은 시간이 지날수록 낯설고, 어떨 땐 너무 조용해서 마음이 허전할 때도 있었지만, 역시 시간의 힘은 무서웠어요.
어느새 한적하고 나의 존재감이 드러나는 이 동네가 주는 넉넉함과 편안함을 느끼고 알게 되었을 즈음, 우리 부부는 자연스럽게 영월에 정착할 집을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전세나 매매를 고민하던 중, ‘행복가 아파트 입주자’ 모집 공고를 보게 되었죠.

‘공공임대주택?’ ‘영월에?’ 눈이 번쩍 뜨일 수밖에. 아니, 혜택이 장난 아니었어요. 당연히 지자체에서 시행하니 믿을 수 있고 더군다나 제일 중요한 비용. 물론 가성비는 갑. 무엇을 고민할까. 서둘러 조건을 알아보기 시작했죠. 다들 관심이 많았어요. 경쟁률도 만만찮았어요. 점차 마음을 비우고 ‘신청이나 해보자’ 하는 마음이었는데, 마음은 조마조마했죠. 신청 후 발표일까지 매일 결과를 기다렸는데, 당첨자 명단에서 이름을 발견했을 때의 그 순간이란.
아직도 생생합니다. 손이 떨리고 가슴이 벅차서 한참을 믿기지 않아 화면을 다시 확인했어요. 빠르게 전화를 돌렸습니다. 가족과 친구들에게 당첨 소식을 알렸죠. “그 어려운 걸 해냈다.”라며 함께 기뻐해 주더군요. 친정과 시댁 부모님 모두 “이제 정말 영월에 뿌리내리겠구나!” 하시며 눈시울을 붉히셨고, 지인들은 “경쟁률이 높았다던데 대단하다!”라며 축하 메시지를 보내주었어요. 기뻤어요. 그때 느꼈던 벅찬 기쁨과 설렘은 아직도 잊히지 않네요. 입주 날만 손꼽아 기다리며, 어떤 가구를 들일지, 어떤 분위기로 꾸밀지를 상상하며 하루하루 행복한 마음으로 준비했답니다.

그렇게 영월군 덕포리 행복가 아파트는 우리 부부의 새로운 보금자리가 되었습니다. 창문을 열면 탁 트인 산자락과 거실로 스미는 맑은 공기가 같은 영월인데, 꼭 다른 것처럼 느껴져요. 아침이면, 부엌 창가로 들어오는 따뜻한 햇살에 어쩐지 기분이 좋아져요. 하루하루가 조금씩 여유로워지고, 주말이면 식탁에서 마시는 커피 한잔이 새삼 평온하네요.
설마 그럴까 싶었지만, 돌이켜보니 입주하면서 마음에 조금씩 따스한 변화가 있는 것 같아요. 아파트 이름처럼 ‘행복’을 주는 공간이 돼가고 있는 듯해요. 여기 아파트 주민들은 서로 인사를 잘 나눠요. 서울에서는 참 보기 드문 장면이죠.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면 “안녕하세요” 하고 먼저 인사들을 해요. 미루지 않고, 반갑게요. 이곳에서는 이웃이란 단어가 낯설지 않네요. 또 단지 내를 산책하다 마주친 아이들이 활짝 웃으며 뛰어노는 모습, 저녁이면 창가마다 은은히 새어 나오는 불빛들이 따뜻한 안정감을 줍니다.
서울에선 느낄 수 없었던 ‘사람 냄새 나는 동네’가 바로 이곳이지 싶습니다. 주말이면, 덕포리 앞산을 걸으며 계절의 변화를 눈으로 보고, 아파트 주변을 산책하면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때로는 단지 내 벤치에 앉아 노을을 바라보며 “이런 삶이 참 좋다”는 말을 하게 되었죠.
소란스럽지 않지만, 그 안에서 느끼는 묵직한 행복.
편합니다, 서울보다. 작은 마을이지만, 따뜻한 이웃과 자연, 그리고 우리의 보금자리가 있으니까요.
이곳 행복가 아파트에서의 삶은 이름처럼, 나의 매일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