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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웹진 3월호
155호
[Nature&Travel]
정선 유평삼베민속 삼굿
VIEW.10
: 전영민 강원특별자치도 대변인실
사진 : 박상운 강원특별자치도 대변인실
자료제공 : 정선문화원

‘도처에 삼을 수북이 자라 깎은 듯이 가지런한데 키가 벌써 한 길 남짓하다’ 

(총쇄록, 조선 후기 학자 오횡묵의 시문집) 


19세기 말 당대 정선군수가 남긴 문헌에 따르면, 정선에서 자란 삼은 약 3미터에 달하고 다른 지역은 한 자(약 30.3cm)에 불과했다고 한다. 10배의 길이 차를 보일 만큼 압도적으로 우수한 품질을 자랑하는 정선의 삼. 이곳에서 나고 자란 삼으로 만든 삼베는 또 얼마나 큰 가치와 특별한 의미를 품고 있을까? 


정선에서 삼을 수증기로 쪄 삼베를 만드는 일련의 공정 ‘삼굿(삼찌기)’이 오랜 역사와 전통, 문화적 보존 가치를 인정받아 강원특별자치도 무형유산으로 지정됐다. 지난 두 해 전, 7월의 일이다. 





# 강원무형유산이 된 유평마을 삼굿   

지난해 8월에 찾은 정선 유평1리 잔달미마을의 삼밭. 

삼의 명산지, 최고품 삼베 생산지라는 사실을 몸소 증명 이라도 하듯, 키를 훌쩍 넘긴 삼들이 바람 따라 초록 물결로 일렁이고, 밭 여기저기 장대 같은 삼 가지들이 수북이 더미를 이루어 쌓여 있다.  





“삼은 우리 부모님의 삶이에요. 

삼을 키우고 삼베를 짜고, 

손수 삼베로 만든 수의를 입고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우리 인생을 함께한 삼이죠.” 


유평마을 사람들은 삼이 삶의 재료이자 역사이자 유산이라고 말한다. 삼으로 삶을 이어가고, 마을 공동체를 형성하고, 세대를 이어 독자적인 문화와 전통을 만들어왔다. 매년 8월 마지막 주에 3일간 삼굿을 재현하는 민속 축제를 꾸준히 열어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랜 전통과 맥을 이어온 정선 삼굿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전통 방식 그대로 삼을 찌고 삼베를 짠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마을 주민들의 굳건한 고집 덕분에 삼굿의 전 과정은 온전히 보존될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파생된 주민들의 흥겨운 놀이 문화 또한 세대를 거듭해 공유돼왔다. 이 두가지 독보적인 특징만으로도 정선 삼굿은 무형유산로서 충분한 가치를 인정받았다.





# 세대를 거듭해 지켜가야 할 정선의 삼굿 

삼굿의 여정은 삼치기(삼긋기)에서 시작한다. 이른 새벽, 하얀 무명옷을 입고 삼삼오오 삼밭에 모인 마을 어르신들. ‘삭~ 삭~’ 옛날 방식 그대로 삼칼을 손에 들고 능숙하게 삼 줄기를 베어낸다. 삼이 쓰러진 자리는 아낙네들의 정성이 뒤따른다. 삼잎을 털어 가지를 한 단씩 정성껏 묶어내는 모습은 마치 잊혀가는 옛것의 가치가 다시금 생동하는 듯한 풍경이다.   





이때 밭 한구석에서 삼을 찌기 위한 가마가 만들어진다. 가로 세로 3x4m, 깊이 2m 정도의 거대한 돌구덩이와, 동일한 크기의 삼구덩이를 파고, 두 구덩이를 불길로 이어 가마를 만든다. 돌구덩이에 화집나무를 넣고 그 위에 돌을 쌓아 삼굿을 위한 준비를 착착 진행한다. 





이튿날 새벽 5시, 정성껏 점화제례를 지내고, 비로소 돌구덩이 속 화집나무에 불을 붙인다. 전날 파놓은 삼구덩이에는 삼을 쌓아 넣는 삼모리기가 시작된다. 1년간 정성껏 키운 삼들을 차곡차곡 넣고 그 위에 풀과 흙을 덮어 화집을 단단히 다진다. 그동안 펄펄 달아 오른 돌구덩이 가마는 거대한 천연 오븐으로 변한다. 마을 사람들은 가마 위에 옥수수, 감자 등 제철 구황작물과 고기 석쇠를 올려 한바탕 먹거리 잔치를 연다.  





반나절 동안 뜨겁게 달궈진 삼구덩이, 이제 그 위에 덮인 흙에 구멍을 내 물을 넣는 짐물주기 순서다. 흙 구멍에 물을 들이붓자 달아오른 흙의 열기와 엄청난 증기 압력으로 마치 간헐천처럼 물기둥이 하늘로 치솟아 오른다. 순식간에 가마터는 뿌연 연기와 수증기로 가득 차고, 자욱해진 가마터엔 짐물꾼들의 힘찬 구호 소리가 터져 나온다. 힘을 모아 불러 젖히는 짐물소리, 애환이 담긴 비나리, 구성진 정선아리랑 등 노동요로 고된 작업을 달래며 흥을 돋운다. 구성진 전통 풍물 가락 속에 물질과 가래질은 또다시 반나절 동안 쉼 없이 이어진다. 





삼굿의 마지막 날, 대망의 삼굿 파헤치기. 화집의 흙을 거둬내자 하룻밤 동안 푹 쪄진 삼이 모습을 드러낸다. 곧장 삼을 가마터 아래 굽이 흐르는 지장천에 담가 식힌 후, 조심스럽게 껍질을 벗겨내 건조한다. 그렇게 잘 말린 삼껍질을 돌기질, 물레질, 풀먹이기, 삼베짜기까지 지난한 길쌈 과정을 거쳐, 비로소 한 해의 세월과 정성이 담긴 정선 삼베가 완성된다.  



 


정선 사람들의 삶의 수단이자 삶 그 자체인 삼베.   

소중히 지켜나가야 할 전통문화 유산 정선 유평삼베민속.   

살아 있는 문화의 맥을 이어온 정선 삼굿이 국가유산으로 지정될 만한 숭고한 가치가 여기 차고 넘쳐흐른다. 



Tip. 삼과 베 

우리나라는 대마를 ‘삼’이라 하여 대마로 짠 직물을 ‘베’ 또는 ‘삼베’라고 불러왔다. 한반도에 면(綿)이 보편화되기 전에 가장 많이 사용됐다. 올이 굵고, 빳빳하며 거친 촉감을 가진 삼베는 수분을 빨리 흡수하고 배출하며, 자외선 차단, 항균성과 항독성 기능까지 있어 옷감, 의복의 재료뿐만 아니라 적삼, 의례 용구, 공예품 제작에까지 널리 사용돼 왔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우리 옷감 이야기) 



 


+ 문의 : 정선 유평삼베민속 전통 삼굿 축제

정선군 문화관광과. 033-560-2564

정선문화원. 정선읍 봉양5길 43. 033-563-5471